산울림
역시 할 말이 없으면
시를 쓰지 말아야 해
내가 너에겐 별점 2점을 준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가 별점 2.5점을 받는 일은 걱정되는 일인거 있지
수 천권의 책이 전시된 광화문 교보문고에
내 이름은 찾아볼 수도 없는데
괜히 평가받을 생각에 시름시름 앓아버린 거 있지
영화를 보기 전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너가 추천해준 작품
죽었다 깨어나도
보기가 싫은데
어쩌면 좋을까
오늘 너랑 주말에 만난 이유는
내가 젖은 여자로 보였음 해서
오늘 너랑 신도림 근처 방에서
쉬고 싶다고 한 이유는
나도 모르게 물이 흘러서인거 있지
너도 차디찬 물기운 느껴서 그 날 나랑 잔 거 맞지
예전엔 취한 척을 하느라 바빴는데
이젠 안취한 척하느라 골빠져
무척 감명 받은 책이
내 옆에 있는게 거추장스러워서
침대 밑 딱딱한 바닥에
툭 던져버려
아니 확 떨어뜨려버려
그치만 난 이 시인을 마음 담아 존경해
나 사실 그 언니한테
친해지자고 메시지 보냈어
무참히 씹혔지만
할리우드 싸인을 보러가던 그 날에
연주 할 줄도 모르면서
괜히 악기를 맨 길거리 상인에게서 담배를 하나 사고
중앙 광장에서 두 개피를 피던 11월의 밤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고 싶은데 어쩌면 좋을까
여기 너 무릎에 앉으려다가도
너가
'앉아'
라 하면 앉아주기가 싫은데
이 여자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