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목표는 누워서 꿈을 꾸는 것
그뿐에 지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전화한 내 스승은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을 내게
찬찬히 이야기해주며
꿈에도 나오질 않는 동화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한남동 계단이 많았던 집
알싸한 맛의 아스파라거스를 자르고
한 입한 후에
들리는 너의 소식
내가 사실은...
같잖은 집안 사정도
꿈으로 모두 치유되는
이 검은 치기를
나는 알고 있었다
잘 지내냐고 물어볼 땐
침묵을 괜히 지키고
꼭 자정이 될 듯 말듯한 시간에
잘하지도 않는 술을 먹으면
보여주는 익숙한 네 말투
나중에 뭐를 하고 싶냐고 물으면
맨땅에서 대답할 준비를 하는
음영의 그림자
나는 알고 있었다
대중서가 된 뉴스
꿈을 위한 꿈 규정
너의 미래를 점치고
나의 과거를 걷어내면
홀로 남게 되는
꿈
텅 빈 말 안에
구부정한 물음표 하나
이때까지만 해도
허접한 목마름으로
의문이 가득 찬 너에게
내 대답을 들려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깨진 가슴을 안고 살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으랴
전해줄 수 있었던 온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