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출신 현주 프로의 대기업 생존기 3편

참을 수 없는 사당역의 불안감

by 은조

'월요일 몹쓸 거 또 왔네.'

동이 틀 기미도 없는 연초의 새벽,


버스정류장 온열 의자에 웅크려 앉은 현주는

지난 주말의 3주년 데이트를 떠올렸다.



사실 현주는 민우의 자취방이 줄곧 맘에 들지 않았다.


수원으로 취업한 민우와

시청으로 출근하는 현주.


취업 전까지 대학가 인근에 살던 민우는

회사 셔틀버스가 다니는 곳으로 이사해야 했다.


수원에 살면 더 깨끗하고 회사에도 가까울련만

현주와 멀어지는 것이 싫었던 민우는

서울의 길목이자 집 값이 감당 가능했던

사당역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똑같이 너저분한 거리

똑같이 사람으로 북적이는 동네였지만

대학가는 활기차 보였고

사당은 지저분하게

때로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대학 가는 잠깐 거쳐가는

청춘의 정거장으로 볼 수 있었지만

사당은 냉정한 현실의 거울 같았다.


압구정 본인의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밤에도 양명한 동네 분위기에 안심이 되는 동시에

민우와 얼마나 멀어졌는지 실감되어

마냥 기쁘지 않았다.


3년이나 함께했지만

민우의 처지와 본인의 처지가 얼마나 다른지

새삼스레 그 차이를 직면하게 하는 곳


현주에게 민우의 자취방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공간이 민우에게는

과거로부터의 성장

현재의 자랑거리

그리고 미래의 희망이라는 걸 깨달은 주말이었다.


머리에 한 방 맞은 듯 멍해진 현주는

며칠이 지나도록 그 자리가 욱신거렸고

동시의 본인의 처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32살에 연애 7년 차라...

오빠는 결혼 생각은 없는 걸까?

아니면 나랑 없는... 에이 아니야 설마?'


현주는 그동안 자신이 결혼에 큰 관심 없는 양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양 떠들고 다닌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결혼? 정말 좋으면 할 수도 있지. 근데 꼭 해야 하나?

결혼해서 인생 망친 사람은 여럿이어도,

결혼 안 해서 인생 망친 사람은 없다잖아.


그리고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대학에 취업에 여기까지 왔는데,

결혼했다가 애라도 가지면 난 뭐가 돼? ㅇㅇ이 엄마?


나는 현주 프로로 먼저 인정받고 싶어.

내가 먼저 오롯이 서기 전에 아이를 갖는 건

나한테도 그렇지만, 아이한테도 책임감 없는 부모 되는 거라고 생각해.


생각해 봐.

나중에 내가 애 때문에 포기한 거 줄줄이 후회하면

불쌍한 애한테 죄책감이나 물려주는 거잖아. "


취업 후 늘어난 '결혼' 질문을 들을 때면

줄곧 확신에 차서 대답하던 현주였다.


현주는 과거의 확신이

안 좋은 카르마로 돌아올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꾸 결혼 얘기를 꺼낸다며

그만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며

민우에게도 불만 토로하듯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민우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럼. 현주 말이 다 맞아.

결혼을 해야 꼭 사랑하는 건가?

우리 작은누나도 남자친구랑 집 합치더니 좋다고 잘만 살던데?


나는 현주 고생하는 거 싫어.

현주가 원하는 거 다 이루고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어."


늘 다정한 민우의 진심 어린 말이

더 이상 반갑지 않은 현주였다.


'이미 3년을 함께 했는데

뭘 더 알아갈 게 남았단 말이야?

민우 오빠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어떻게든 말을 꺼내봐야겠어.'


불안한 다짐과 함께 창 밖을 보니

어느새 다가온 회사 건물 뒤로

동트는 하늘이 벌겋게 눈살에 들어왔다.


- 4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압구정 출신 현주 프로의 대기업 생존기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