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세 이름의 기록
이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혀 말라버린 이름들에 대한 기록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았으며, 누군가는 아무 이름도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생각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이름이란, 우리가 세상과 맺는 첫 번째 관계이자 마지막 자유’라는 것.
‘윤’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관계를 잃은 사람이다.
가정이 무너진 자리에서 더 이상 불러주는 이가 없어, 그는 이름을 잃고 고독 속에서 죽어갔다.
‘재희’는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녀는 윤과는 반대로, 가정이라는 벽 속에서 자신을 지워가며 버텨야 했다.
‘무명’은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수많은 청춘의 얼굴이다.
‘그’는 ‘청년가장’이라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조차 잊어갔다.
‘그’에게 자유는 곧, 자신의 이름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말라버린 이름을 다시 회복해 나간다.
윤은 잃어버린 ‘아버지’란 이름를, 재희는 지워진 ‘자신’을, 무명은 잊혔던 ‘자유’를 되찾는다.
나는 그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 평범함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슬픔과 회복의 결이 숨어 있었다.
세상은 종종 우리의 이름을 지워버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서로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이 작품은 위로를 위한 글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함께 살아내는 힘을 주고 싶었다.
하루를 견디는 일이 곧 최후의 승리이기에.
그들의 이름이, 그리고 당신의 이름이,
또 나의 이름이 다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피어나길 바란다.
말라버리는 일이 없도록, 불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