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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미시간 호수 일주하기 (첫째날)

시카고가 궁금해 (12-1) 2박3일 꽉 찬 인생 여행, 두 번은 글쎄

시카고에서 미시간 호수 일주하기 2박 3일-첫날

벼르고 별렀던 거사였다. 시카고에 살면서 한 번쯤은 해봄직한 여행이라는 소리,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미시간 호수 주변에 사는 사람들,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미시간, 위스콘신 주 사는 거주민들 아마 누구나 생각해 봄직했을 #미시간일주 (그런데 막상 떠난다 하니 의외로 다녀온 사람 없었다. 혹자는 "미시간 일주한다는 사람 처음 본다"라고 말할 정도. 눈에 보이는 것만 만족하는 사람들. 흥.)

마침 노동절(Labor day) 휴무일이 월요일.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쓰면 딱 3일 도전해보겠다 싶어 근 한 달 전부터 준비했다. 그 한 달도 처음에 보름은 '갈까 말까' 수준, 급하게 연휴가 다가오면서 과감한 결정을 했다. 그 바람에 주변 지인들 걱정도 커졌다. "혼자 2박 3일 운전 무리다" "네 (중고) 차로는 어림없다"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어떻게?" "아직 지리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모한 도전이다" 등등. 귀 담아 들었지만, '간다'는 사실엔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아는 형님 "그렇다면 내 차 빌려가" 선뜻 내주신 덕에 후딱 받았다. 이 차 아주 유용했다. 뒤 시트 침대처럼 펼쳐져 1박을 신세 졌고, 특히 내비. 먹통 되는 휴대폰 탓, 차량 내비가 없었다면 여행 자체가 아주 고될 수밖에 없었을 것. #Thanks


바리바리 싸들고 집(Chicago)에서 출발한 게 2017년 9월 2일 오전 8시. 오후 9시 첫 1박지인 Traverse City(Michigan)에 당도, 여장을 풀었으니 #MichiganLake일주여행 #미시간일주 첫날, 13시간 350~400마일을 족히 채웠다.

첫 도착지인 St. Joseph까지는 집에서 2시간여 걸렸다. 때마침 열리고 있는 작은 마을 축제(fest)와 미시간 장관인 실버 비치 피어(Silver Beach Pier)에 들러 어김없는 인증샷.

해안 인근 너른 주차장, 무료. 것도 올 데이.^^
비치 쪽 도로에선 한창 마을 축제 중.
비치 도시 아니랄까 봐. 알록달록 물고기 조형물들.
이제는 익숙해진 마을 장터. 소박하지만, 맛과 멋이 느껴지는 공통점.
1891년 문을 연 Silver Beach Amusement Park는 회전목마 롤러장, 실내수영장, 볼링장, 게임시설 등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비치는 1990년 오픈됐다.
비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 피자 가게, 대각선 오른쪽 회전목마 시설. 분수는 뭔가 작위적인 느낌.
기찻길 옆 Silver Beach Pizza. 크게 비싸진 않은 듯. 먹진 않았다.


미시간 일주 내내 느낀 거지만, '이것은 바다'. 돌고래 조형물.
이제, 기차는 다니지 않는 듯.
홍대인 줄...

St. Joseph에서 나왔을 때, 아무리 셈 해도 Holland 가는 길 South HavenSaugatuck를 들르는 건 시간 상 불가하다는 결론. 그래서 패스.(아뿔사. 미시간 넘어오면서 시차가 한 시간 손해 본다는 걸 계산에 넣지 못했다. 10:53이 11:53이 돼버렸을 때 시계 고장인 줄.ㅠ 1시간 잃으면서 마음만 더 급해졌다.) #다음을기약


'풍차마을' Holland는 괜히 들렀다. Holland State Park 작은 비치에서 싸온 볶음밥으로 점심. 여정의 과정이라 주차비까지 내고 안쪽 유명 비치에 갈 마음은 없었다. 호수 바라보면서 점심 먹는 걸로 족했다. 예전 서해 놀러 가 바닷가에서 차 세워두고 라면 끓여먹던 그 시절 여행도 오버랩되고.(이 나이에 아직도 이런 짓을... 누구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쩝)

홀랜드, 동네 자체 인적이 드물었다. 계획도시 혹은 인공도시 느낌? 공동화 현상이 심하다는 첫 느낌. 어렵게 찾아간(마을 입구를 여차하면 그냥 지나친다) 풍차마을(Windmill Island Gardens), 5월 튤립축제 땐 어떨지 몰라도 입장료 9불 내고 들어갈 정도 아니었다. 튤립도 한 철이라고, 네덜란드 냄새만 살짝 걸쳐 있었다. 시간 쫓기니 어차피 못 볼 거 저 멀리 풍차와 네델란드 전통복 입은 안내원 등을 등 뒤로 두고 인증샷 몇 컷 찍은 후 다시 출발했다. #갈거면축제에맞춰갈것

저기 멀리 풍차...
매표소. 들어가는 데 어른 9달러.

그리고 이번 여정의 첫 메인 spot인 Sleeping Bear Dunes를 향해 본격 운전. ㅠ 무려 3시간 이상을 7,80마일로 달려 도착했다. 늘 보던 풍경의 연속... 강원도 7번 국도처럼 미시간을 옆에 끼고 달릴 거란 생각은 첫날 그저, 몽상이었다.(2, 3일째 Traverse City에서 Green Bay까지는 또 달랐다. 마치 강원도 7번 국도 달리는 기분 그대로. 작지 않은 시간을 바로 옆 호수를 끼고 달릴 수 있다.)


Sleeping Bear Dunes 닿기 직전 인근 Glen Haven도 제법 운치 있었다. 흐린 미시간 호수를 마주 보며 고즈넉한 가을 정취라고나 할까. 호수도, 바다도 24시간 기쁜 것만, 그만큼 슬픈 것만 아니었다. #새삼

이번 여정 커피의 9할, 아점의 4할은 이곳에서 해결했다. 미국 와 단기간 내 가장 많은 이용빈도. #맥도널드

Sleeping Bear Dunes는 좋았다. 사구砂丘. 모래언덕. 거의 다 와 잠깐 비가 내린 탓 모래는 젖었지만, 모래산 푹푹 빠지며 넘어 닿은 그곳 미시간 호수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그곳 나온 시각이 19:40. '길에서 숙소를 구하는' 여행 습관은 미국서도 여전. 일단 Traverse City로 방향 잡고 구글링. 이미 어두워진 시각, 21시 넘어 도착해 그냥, 강변 첫 집에서 1박 결정. bed bug 있을까 노파심, 일부러 나가 멀리 월그린에서 사 온 약 엄청 뿌렸더니 화생방은 저리 가라, 기침•콧물 잔뜩 고생.(이게 이번 여행 해프닝의 백미. 베드 버그 스프레이인 줄 알고 사서 뿌렸던 게 fogger. 이른바 폭탄(bomb). 바퀴벌레 잡는다고 한국에서 집 비워두고, 소방서에 연락해두고 뿌린다는 바로 그 '폭탄'을 스프레이인 줄 알고 몸에도 뿌려댔으니. 그리고 그 방 안에서 1시간 가까이 첫날 여행기를 기록하고 있었다니... '이렇더라' 문자 보냈더니 아는 형 내외 '당장 그곳에서 나와, 안 그럼 죽어!'... ... ... 그래서, 우리가 살았는지도.


여기 1박. 더 안 알아보고 숙소 잡았다고 여행 후에도 두고두고 '혼.났.다.'
135불. 생각해보면 엄청 바가지. 비싼 수업료.
첫날 저녁은 사발면과 함께.
이거, 해프닝의 주인공. 베드 버그 공포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소동.
어떤 기록. 여정의 1/3.

여행의 1/3 정도 소화했던 첫날. 이번 여행 우습게 볼 건 아니다는 생각을 했다. 2박 3일로 미시간 호수를 한 바퀴 돈다는 게 여의치 않다는 생각. 첫날 memorial이 별로였고, 그래서 2일 차 당근 처음 가보는 Mackinac Island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다행. 기대만큼 충족돼서.^^)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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