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카고에서 잉어 낚시 하기

시카고가 궁금해 (11) 동네 다이아몬드 레이크 완전 정복

단단히 채비를 갖추고 갔다. 남들 다 잡는 잉어, 나라고 못 잡을쏘냐 두 주 전 맥켄리 댐에서 지인이 가르쳐준 대로, 가르쳐준 곳에서 잉어 낚시채비를 구입했다. #Carp_cage_그리고_떡밥 텐슈케마켓 옆 'Lee's Bait & Tackle'. 벼르고 별러 근처 점심 약속 마치고 들렀다. 시카고에서 본 제일 큰 낚시전문점이고 한국사람 주인인 줄 알았는데 중국인 부부가 운영. 알려준 대로 케이지와 떡밥 구경 후 지인이 알려준 비슷한 걸 샀다. 비쌌다. 케이지 개당 4불, 떡밥 6불. 더 사고 싶어도 '터지면 4불 날아간다' 생각하니 더 못 사겠더라.(떡밥을 미국에서 사용 못한다는 건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다만 '굳이' 단속하지 않을 뿐? 특히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대 외래종인 잉어 척결을 외치는 얘네 입장에선 잉어를 잡기 위해 꼭 필요한 떡밥 사용을 마다할 수도 없을 듯. 여하튼 잉어를 잡기 위해 떡밥을 쓰고 실제 이 미끼 아니면 잉어를 많이 잡을 수도 없다)

http://www.leesglobaltackle.com/

호기롭게 '잉어들 긴장해라' 하며 아침잠 덜어내고 맥켄리 댐으로 고고씽. 아뿔싸. #이런젠장 댐 일대 며칠 전 내린 큰 비로 댐 유원지 자체가 폐쇄. 막힌 도로 입구를 보며 망연자실. 맥켄리 댐 잉어 잡아 명예를 회복하고자 했던 꿈이 박살 났다. 일행과 잠깐 당황. 얘기 끝 그냥은 못 가니 전에 몇 번 가본 먼덜라인의 다이아몬드 레이크 Diamond Lake로 방향을 잡았다. 도착해 짐을 풀었고 대를 길게 드리웠다. 인근 가게에서 사 온 웜(worm이라 쓰고 구더기라 부른다)을 껴두고 부지런히 잉어 잡이 채비.

집에서 20여분 거리. K 형 집 근처라 더 편안.

미국 와 낚시하면서 처음 떡밥을 갰다. 그나마 그릇도 안 가져와 컵에다가 조금씩. 곡류 가루에 옥수수 등이 버무려져 있는 떡밥은 한국 것에 비하면 그냥 ‘미국스러운’ 정도? 냄새는 나쁘지 않았다. 베이트 5에 물 1. 적당히 버무려진 떡밥 케이지에 꾸겨넣어 꼭꼭 눌러주면 된다. 그 아래 달아놓은 바늘에는 옥수수콘 통조림의 콘을 한두 알씩 껴주면 채비 끝. 봉돌은 케이지 자체에 달려있으니 그 무게를 안고 바닥에 내려앉으면 떡밥이 풀어지면서 고기를 모으는(집어) 효과를 주고, 그 냄새에 꼬인 고기들 모여들어 콘을 먹다(흡입하다) 바늘에 걸리는 구조. 대낚은 그 입질에 잽싼 챔질을 해야 하지만, 원투 낚싯대 특성상 입질 순간의 챔질은 가능하지 않아 결국, 고기가 바늘에 생포돼야 만 잡아 올릴 수가 있다. #낚시는_과학이다

구글에서 ‘carp bait cage’를 검색하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잉어잡이용 떡밥 케이지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줄 왼쪽 다섯 번째가 내가 장만한 채비와 가장 비슷.
물면, 이런 모습.

웜으로 잡은 블루길. 아이들 좋아하고, 그중 두어 마리 ‘썰어’ 또 다른 미끼로 사용했다. 그 와중에 드디어 가장 긴 대에 떡밥 채비를 완료하고 길게, 멀리 투척. 같이 간 지인도 마찬가지 채비를 도와 투척.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떡밥 케이지의 낚싯줄 연결부위가 약해 케이지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것. 투척하는 그의 자세를 탓했지만, 소득 없이 세 번째 투척에서 나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3개 사온 케이지, 이제 지인만 쓰는 상황. 별 수 없이 예전 낚시 형태로 미끼를 뀄다. 심심치 않게 블루길 등이 나와주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낚시도 심심하진 않았다. 무지 좋은 날씨, 커다란 나무 그늘 밑 시원한 바람에도 몸을 맡겼다.

이 고기 이름 또 까먹었다... 경민이랑 나연이. 시카고 귀요미들.

떡밥 채비에 잉어가 물리기 시작한 건 떡밥을 투척하고 1시간 30분 가까이 지났을 때였다. 앞서 지인이 떡밥 낚시 소득 없다며 남은 케이지를 내게 양보했고, 정성스레 떡밥을 개어 달아 던졌다. 그렇게 몇 차례 떡밥을 채워 던져 넣기를 반복했을 때, 그늘 밑 의자에 앉아있다 깜짝 놀라 튕겨 나갔다. 그야말로 낚싯대가 휘청 휜 까닭이었다. 미국 와 첫 번째 잉어. 멕켄리 댐 잉어를 생각했다면 그 절반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제법 묵직한 손맛이었다.

이걸 신호로 그 후 계속 잉어가 나왔다. 크기도 천차만별, 그래도 어떤 놈은 힘쓰는 게 장난 아닐 정도. 그리고 뜰채의 필요성. 낚싯줄 잡아 들어 올리다 잡은 마릿수만큼 놓쳤다. 잡아 어디에 쓸 것도 아니고,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낚시 마무리할 무렵 잡은 인증샷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잡은 고기는 물론, 다 놓아주고 온다. catch & release.

미쿡(시카고)서 잡은 첫 잉어. 때깔 얼마나 좋던지.
제이슨네 가족이랑. 시카고 첫 낚시 신도들. 사람을 낚다 정말 고기를 낚게 된. ^^;;

여전히 대낚보다는 못하다. 캐미(야광찌)를 바라보면 하는 밤낚시. 찌가 쭈욱 빨려 들어가거나 쑤욱 치솟아 오를 때 순간의 챔질,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원투낚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지만 목표 삼은 고기를 잡아내는 재미는 그 역시 낚시라 매한가지. 지렁이나 웜에 블루길, 생새우에 메기, 떡밥에 잉어… 정석대로 고기들이 반응한다. 골프 엘보 여전한 팔이 다소 신경 쓰이지만, 그래도 미국 와 찾은, 지속하고 싶은 즐거움 중 하나. 장비도 조금씩 늘고 있다. “발갱이(잉어 새끼) 잡으러 대낚 가자”며 한국서 대낚 가져오라는 ‘낚시광’을 시카고에서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 이러다 브런치 글 쓴 이 ‘노스브룩 사는 서울釣士’로 바뀔라.

어떤 하소연.
나연이랑 경민이. 이제 제법 꾼.^^
이만큼, 놓쳤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낚시, 한국이나 여기나 좋은 건 매한가지. #더불어함께 #그럴수있을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