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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r 06. 2023

유치원 등하원 전쟁

유치원 고군분투기 (4)

 곧 유치원 입학식입니다. 유치원에 가지 못하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였어요. 만약 운이 좀 안 좋았다면 어땠을까 눈앞이 캄캄합니다.


결과적으로 유치원을 가는 것과 가지 못한 것의 차이 중 가장 큰 것은 당연히 경제적인 금액 문제입니다. 거의 5~6배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유치원을 다니는 기간은 3년입니다. 3년 동안 합쳐서 5~6배 정도의 금액 차이는 꽤나 엄청납니다. 매월 100만 원씩이라고 하면 36개월이니까 3600만 원입니다. 이건 누군가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유치원 등하원


 유치원에 등원하는 시간과 하원하는 시간 포함해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하루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유치원에서 보육을 하는 시간 포함해서 등하원을 하는 것을 누군가 대신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돈이면 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직 5살밖에 안된 애기가 혼자 유치원 버스를 타는 모습을 오늘 처음 봤는데 마음이 몽글몽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07:30 아이 아침식사와 유치원 등원 준비를 합니다.

08:00 아이를 깨워 아침을 주고 옷도 갈아입고 등원 준비를 합니다.

09:00 집에서 나와 유치원 버스를 타는 곳까지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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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 (유치원 정규시간 종료, 이때까지만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죠.. 이후 유치원 방과 후과정)

16:00 유치원 과정이 끝나고 하원버스를 타고 아이는 이동을 합니다.

16:10 유치원 하원하는 아이를 픽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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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부터 아마 일반 직장인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저녁 7시 정도 될 겁니다. 그때부터 저녁준비를 하고 저녁을 먹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나면 못해도 저녁 10시가 될 거예요.

 예를 들어 8시에 출근하고 6시 퇴근이라고 하면 7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등원도우미와 하원도우미가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해서 야근이라고 하거나 회식을 하게 되면 아이를 봐줄 사람을 따로 구해야 하죠. 만약 9시 출근하고 7시 퇴근이라고 해도 역시 등하원 도우미가 필요합니다. 등하원 도우미도 그냥 구하기로 하면 바로 구해지는 것도 아니고 면접도 봐야 하고 중간에 그만둔다고 하시면 다시 사람을 구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앞으로 유치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과연 그 선택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교해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더라도 저는 좋은 교육을 통해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거든요. 물론 선택지를 박탈당한 채 영어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죄책감이나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자책을 하는 부모님이 꽤나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액의 문제로 인해 선택하지 못해 자신의 경제력을 탓한다거나 미리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탓으로 아이가 잘못된 원인을 찾지 않길 바라기도 합니다. 저만 해도 영어유치원을 여러 가지 이유로 보내지 않지만 스스로 비교하면서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영어유치원도 등하원 시간은 거의 동일합니다. 어찌 됐든 유치원을 간다고 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직장생활을 하는 보육자가 전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아이를 돌보는 데 있어 많은 사람이 필요한데 과연 이런 상황을 정책입안자가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네요. 예전과 지금의 차이점이나 개선점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그렇다 보니 저라도 누군가가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조언을 부탁한다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전담 보육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꼭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부모 중 한 명이 아이 매니저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죠. 돈은 전혀 벌 수 없고 노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맘충이라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에 노출되는 역할을 맡는 그런 일이요. 사회적인 분위기와 보육의 실체를 알고 제대로 된 정책뿐만 아니라 보육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식도 높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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