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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r 26. 2023

분위기 그 모호함

<페터 춤토르 분위기>를 읽고

 분위기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위기 - 어떤 곳이나 상황이나 장면이 거기 있거나 그것을 대하는 사람에게 일으키는 어떤 느낌. 또는, 어떤 개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느끼게 하는 특별한 느낌.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작동하는 지각력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하는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건축은 생존에 필수적일 정도의 능력을 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다가도 많은 공간을 다니면서 느끼는 저만의 반응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여러 집을 방문하게 되면 가장 예민해지는 것이 바로 냄새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빠르게 코로 어떤 향을 인지하게 됩니다. 제가 겪었던 많은 집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눅눅한 그 특유의 냄새가 많았어요. 그렇지 않은 집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유독 우리나라는 집을 관리하고 잘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사물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간다고 하는데 집도 마찬가지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저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버리면 집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그저 침대로만 인식해서 그에 맞게 집에서 가구로 퇴화되는 것이죠. 사람도 바깥바람과 햇빛을 쬐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는 것처럼 식물을 키우시는 분들도 바람이 식물에 느껴질 수 있도록 하라고 하더라고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건축물도 마찬가지라는 말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 되어버리면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폐허로 만들게 될 것 같아요.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면 그에 맞춰 모습이 형성되겠죠.


 분위기라고 하면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만나야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도 물론 어느 정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건축물도 직접 가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잖아요. 직접 대면하고 보는 것이 절대 사라지지 못하는 것에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더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대에 강제로 모임을 하지 못하면서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해야만 하는 중요성과 아이들에게는 대면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트레바리에서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온라인상에서 해보는 것도 괜찮지만 만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오프라인 모임을 상실하게 되면서 깨닫게 됐죠. 그저 단순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다르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달랐습니다. 아이들 역시 대면 교육을 받지 못한 2년이라는 공백이 가져다주는 발달단계 상의 누락은 앞으로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2년 동안 사회분위기를 박탈당한 아이들의 결핍 상태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건축은 문학이나 미술에 등장하며 매우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정리해서 말하면 모든 사물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간다. 각자 자기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 있고 그 모습에 도달한다. 결국 건축은 우리의 용도를 위해서 만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순수미술은 아니다. 내 생각에 건축은 최고의 응용미술이다. 여러 사물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관성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관성을 갖는 상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를 제거하면 전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장소, 용도, 형태. 형태는 장소를 반영한다. 장소는 그대로 있다. 용도는 여러 가지를 반영한다. p.67-68


어떤 건축물이 기억에 남는가?


 좋은 건축물, 훌륭한 건축물,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우리에게 어떤 건축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물론 세 가지 건축물이 모두 필요합니다. 좋고 훌륭한 건축물은 사회구성원이 인정하고 보존하고 많은 돈을 들여 보수증축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각 개인의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다릅니다.

 독서모임을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지금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는 주택이 앞으로 다시 지어질 일이 생길까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있는 건축물을 어떻게 재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문득 지금 살고 있는 오래된 주택에서의 추억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건축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살던 곳에 다시 찾아가서 없어진 동상을 봤을 때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처럼 말이죠.

 사람들에게 장소가 주는 위안이나 안정감, 추억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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