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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y 23. 2023

앞으로 나아가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건축 세계>를 읽고

 노먼 포스터라는 건축가에게 철학적 사유 중 하나인 모더니스트는 취향이자 건물을 짓는 방법론이었다고 합니다. 지향하는 바가 휴머니즘이었고요.


 이 책의 초반은 노먼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힘을 빼고 건조하게 쓰려고 어째서인지 혹은 영웅처럼 포장하길 거부해서인지 굉장히 굴곡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지루하게 흘러갑니다. 드디어 노먼 포스터의 첫 번째 건축물이 등장하면서 흥미진진해졌죠. 책을 다 읽고 나면 노먼 포스터의 담백하고 과학덕후 같은 면을 볼 수 있어서 도입부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저 자신은 길을 걸어왔을 뿐이고 특별할 것도 인상적일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노먼 포스터의 건물을 외관만 감상하면 그저 보여주기식 건축물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 런던에 갔을 때 노먼 포스터의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거킨빌딩'을 봤었거든요. 외관만 기억나고 내부 시스템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사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도 몰랐습니다.


 아래 그림은 런던의 시청입니다. 실제로 노먼 포스터가 그린 단면도인데요. 건축가들은 설계하는 순서를 둘로 나눈다고 할 때 평면을 먼저 설계하거나 단면을 먼저 떠올리면서 설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중에 노먼 포스터는 후자였습니다. 아래처럼 단면을 떠올려서 설계를 한다는 것이죠. 이 건물의 왼쪽 부분을 이동통로로 만들면서 공기순환 흐름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은 것 같아요. 이처럼 과학적인 방법으로 건축물을 지을 때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해서 자연친화적으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 놓는 설계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참고로 2007년 TED talk에 나와서 이야기한 영상 자료를 같이 올려놨어요.


https://www.ted.com/talks/norman_foster_my_green_agenda_for_architecture?language=ko


문화를 만드는 능력과 실천


 노먼 포스터의 첫 번째 작품이자 인상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건 '올슨 사의 편의 시설 빌딩'이 계급 차별 분위기를 몰아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당시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건물을 지은 것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으로 여겨졌던 차별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모두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누구나 젊을 때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먼 포스터는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회사 회의실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주들이 수동적인 관객으로 있는 것이 지금도 표준적인 구조인데 반해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작업실 개념의 스튜디오를 고안했다는 겁니다.


올슨 사의 편의 시설 빌딩은 두 가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첫째, 이 건물은 1969년 당시 영국의 평균적인 일터를 지배했던 계급 차별 분위기를 몰아냈다. p.164

외견상 눈에 두드러지는 서열 관계는 이 공간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터는 건축주들이 프레젠테이션의 수동적인 관객으로 회의실에만 갇혀 있다 돌아가는 것보다는 자연스레 설계 과정 자체에 참여하게 되는 작업실 개념으로 스튜디오를 생각했다. p.365

공부하는 태도


 누구나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힘들지만 다른 분야까지 섭렵하기 위해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노먼 포스터의 일 외의 생활을 읽다 보면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꽤나 노력해야 했던 일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건축가가 자신의 작품보다 다른 것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것 또한 생각하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건축만이 답이 아니라 다른 분야와의 협업과 교류, 공부를 통해 건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포스터는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포스터는 건축과 미술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건축가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 삶의 배경이 되어 그 삶을 바꾸어놓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면에 나서는 것은 미술이라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p.353

준비하는 태도


 책 뒤 편의 이 문장을 보면서 공감했습니다. 너무 제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서 그랬나 봐요. 일반적으로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저는 두 번째 부류로 살면서 어떤 문제에 놀라지 않고 대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지금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은 단지 우연일 뿐이라고요.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긴 것 또한 우연일 뿐이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합니다.

 노먼 포스터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 태도로 일을 해나갔을 것 같아요. 그것을 해내기 위해 자신을 극단으로까지 내모는 사람들이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고 그것이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두 부류의 조종사가 있다. 하나는 이륙을 한 다음 엔진 고장을 발견하고 놀라 충격받는다. 나는 두 번째 부류다. 나는 공중에 뜬 이후 엔진 고장이 없으면 이상하다면서 놀란다." p.403

자신을 극단으로까지 내모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편안해했다. p.176

루돌프가 가르쳤던 예일대학 건축학부의 가장 놀라운 점은 졸업생들이 건축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견해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p.111

포스터는 입찰에 참여할 때 가장 최선의 전략은 자신이 생각한 답안을 제시하기 이전에 가능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포스터는 설계 과정을 건축가만 독점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포스터는 직업적 위계란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p.171

곳곳에 철강이 수북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집하된 철강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새 밀레니엄 이후 철강에 대한 중국의 집착이 어떤 식으로 이 금속의 국제시장가격을 폭등시켰는지, 그리고 왜 그 때문에 영국의 건설업계가 다시금 콘크리트 공법을 재발견하게 되었는지가 너무나 분명해질 따름이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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