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고군분투기 (6)
작년 2022년 10월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을 비롯해 교육과 보육에 들이는 정부 예산이 줄어들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었습니다.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916470003331
예산 삭감을 하고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을 이야기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없이 그저 뜬구름 잡는 포퓰리즘식 정책을 내놓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서로 이간질시키려는 것인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목적에 대해 이해를 제대로 한 것인지도 의심스러워요.
돌봄의 반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돌봄의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유치원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아이들이 돌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겠죠. 그렇다면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가요.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고립된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봄이 제대로 준비되고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고립된 상태로 만들어버리게 될 겁니다. 이미 여러 가지 상황에서 고립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봤던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이나 잘못된 선택이 문제가 되는 현상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유치원을 다닌 지 3개월에 접어듭니다. 최근에 아이가 아파서 일주일 정도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게 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일하는 중간에 핸드폰 뜨는 유치원 선생님 이름을 보면서 또 무슨 일이 생겼을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전화를 받게 됩니다. 아이의 보호자 중에 일을 하느라 긴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때 대안이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대안은 없습니다. 그냥 일을 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나와야 하는 거죠. 모든 일이 중간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일 수 없잖아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아이를 책임져야 할 돌봄 제공자는 사회에서 고립된 상태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공허한 구호만 외치는 이 사회는 혹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건 아닐까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유치원은 '교육'이 목적이고 어린이집은 '보육'이 목적인 거죠. 사실 차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보육과 교육이 서로 같은 연장선상에 있고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이는 보육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교육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죠.
이런 예를 들어볼게요. 1그룹은 아이를 낳고 1년이 지날 때까지만 보는 역할을 담당하고 2그룹은 아이가 말을 할 때까지 3그룹은 아이가 초등학교가 될 때까지 돌봄을 제공한다고 합시다. 1그룹은 2그룹에게 아이의 특징이나 상황에 맞게 전달할 것이 필요하죠. 2그룹도 3그룹에게 마찬가지로 필요하고요. 지금은 이런 역할을 나눠서 하지 않고 아이의 보호자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3그룹을 이용할지 1,2그룹을 이용할지 1,2,3그룹을 이용할지도 스스로 선택하거나 아니면 강제되고 있어요. 왜냐하면 어떤 동네는 2,3그룹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떨 땐 스스로 1그룹을 하지 못해 또 다른 0그룹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2그룹이고 유치원은 3그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등학교 이후를 4그룹이라고 한다면 2-3-4그룹이 차례대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저라도 그곳에 다니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2,3 그룹은 서로 연결성을 가질 수 없도록 정책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서로 붙여놓기 위해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3,4그룹은 연결되어 있어서 프랜차이즈처럼 운영과 규모가 크고 그로 인해 작은 3,4그룹을 사라지게 하면서 다양성을 없애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2,3 그룹을 연결시키는 것만 집중하게 된다면 3,4그룹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무엇을 논의하든 그 이후도 생각하면서 논의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가장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현재 상황 파악입니다. 그것도 안 됐는데 그 이후를 고려한 정책은 기대할 수도 없죠.
https://www.edupo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