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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Jul 22. 2023

여름이었다

창작 릴레이 소설 (1)

 생각의 탄생에서 문학 분기를 맞이하여 고전문학을 잔뜩 읽는데 아이들과 창작 소설을 릴레이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기획했습니다. 아이들도 신나고 저도 신나고ㅎㅎ 첫 번째 소설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올려봅니다.


 여름이었다. 그날은 나의 천국과 지옥이 오가는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학교에 가보니 공부하는 베프 서희와 웬일인지 일찍 온 정시우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시우가 내 자리로 오며 말했다.

 “야 너 잠깐 복도로 나와봐.”

 난 일진 정시우가 갑자기 불러 느낌이 이상했지만 안 가면 화를 낼 것 같아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 불러 놓고선 또다시 애들이 없는 곳으로 날 끌고 갔다. 그리고선 정시우가 말했다.

 “나 사실 너 좋아하는 것 같다.”

 난 정말 정시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난 애들을 괴롭히는 정시우가 정말 싫었고 운동은 잘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애들에게 협박하는 계의 모습은 정말 짜증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싫은데, 난 너 같은 일진들은 질색이라, 미안”

 그 말에 정시우가 상처를 받았는지 짜증이 났는지 표정이 바뀌며 교실로 뛰어갔다. ‘나 같은 애 좋아해서 뭐 한다고…’ 난 괜히 내가 잘못한 것 같았다. 나도 교실로 갔다. 서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난 서희에게 정시우가 했던 말을 서희에게 정시우가 했던 말을 서희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서희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최유리 센 줄 알았는데 은근히 마음 여리네. 다 괜찮을 거야.”

 서희의 말을 듣고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실로 박민성과 함께 모르는 남자애가 같이 들어왔다. 아마도 박민성이 말해준 전학생인가 보다 박민성은 나의 오랜 친구이다. ‘7살 때부터 알았나?’ 무튼 굉장히 오래된 친구이다. 띵동 띵동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얘들아 수업준비해라. 아 맞다, 오늘은 전학생이 왔어. 민아 나와볼까?”

 “어 안녕ㅎㅎ 나는 강민이고 미국 어바인에서 3년 정도 살다왔어! 잘 지내보자.”

 민이의 짧은 인사가 끝나고 재미없는 국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근데 전학생 조금 잘생겼다..’ 난 속으로 생각했지만 절대 좋아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난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뭐가 설렌다는 건지 모르겠..

 “최유리” 선생님께서 소리쳤다.

 “네?!”

 “113쪽 읽어보라고 집중해!”

 “아 네”

 김하은 무리의 비웃음소리 빼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 김하은이 누구냐고? 천재지.. 그리고 이진, 김하은은 진짜.. 김하은이 날 싫어하거든.. 이유는 없어. 여자애들은 피곤해 내가 축구부인데 남자 애들이랑 친하니까 꼴 보기 싫겠지. 그런데 김하은이 날 괴롭혀도 난 할 수 있는 게 없어. 걘 금수저니까. 선생님한테 말해도 선생님은 김하은 편이야.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맞서 싸울 뿐이지. 이게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얘들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쌤이 말했다. 서희랑 얘기하는데 김하은 무리가 우리 쪽으로 지나가며 말했다.

 “아, 냄새 혹시 최유리한테 나는 냄샌가?”

 “아 진짜ㅋㅋ 하은이 너무 웃겨ㅋㅋㅋ”

 무리 애들이 맞장구쳤다.

 “야, 너 지금 뭐라 그랬냐? 누가 누구한테 냄새가 난데”

 내가 소리쳤다. 갑자기 어떤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래ㅋㅋ 최유리 또 난리 치네..ㅋ 넌 얼굴부터가 쓰레기야ㅋㅋ”

 정시우였다. 내가 아침에 고백했다 찬 것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난 2~3일 그러다가 말겠지 꾹 참으려던 참에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네가 할 소린 아닌 것 같은데.. 고백했다 차여 놓고 비겁하게 놀리는 주제에. 너야말로 쓰레기 아니냐? 인성 쓰레기ㅋㅋ”

 강민이었다.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하 진짜..”

 김하은이 말했다.

 “너네 그러니까 유리한테 까불지 마. 유리는 약하지 않거든!!”

 서희가 그렇게 말해주니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야 너네들은 고백 얘기 다신 꺼내지 마라.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 내 귀에 들어오는 날로 학교 생활 못하게 될 줄 알아. 하 진짜”

 정시우가 반 애들에게 경고하며 김하은 무리와 함께 나갔다. 아이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기 남자애 겁나 멋있다. 얼굴도 잘 생기고 내 스타일”

 “존잘과 존예의 만남인가요?”

 그래도 난 절대 강민을 좋아하지 않는다. ‘뭐 세상에 잘생긴 애들 천진데..’ 그런데 자꾸 강민만 남달라 보였다.

 “어.. 안녕! 난 강민이야. 민성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강민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심장 박동수가 측정불가로 나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어.. 나는 최유리야.. 그리고.. 음.. 잘 지내보자.”

 2교시가 시작됐다. 그래도 수업시간 동안 노트에 방과 후 축구부 전략과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벌써 4교시이다. 이번 교시에서는 선생님이 성적표를 나눠준다고 하셨다. 남자애들 이름이 다 불리고 여자애들 이름이 불렸다.

 “최유리”

 내 이름이 불렸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성적표를 확인하니 깨진 조각들이 머리를 계속 찔렀다. 난 공부랑은 안 맞는 것 같다. 김하은 무리  애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우리 하은이는 다 100점 맞았네!!”

 “뭐 이런 건 기본이지.”

 김하은이 새침한 척하며 말했다. 김하은이 너무 재수가 없었다. 공부도 안 하고 일진인척 하는데도 맨날 무슨 시험을 보든 100점을 맞았다. 서희의 표정을 보니 서희도 시험에 망한 것 같았다. 난 입모양으로 서희에게 몇 점 맞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4교시도 끝나고 급식 먹으러 가는 길에 나는 서희에게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서희야 너 시험 몇 점 맞았어?”

 “됐어 얘기 꺼내지 마 나 정말 망했으니까.. 아니 수학에서 3개나 틀리고 역사랑 도덕에서 2개씩 틀렸어ㅜㅜ”

 난 순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시간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야 너.. 진짜.. 이거 기만이야.. 너 지금 내가 몇 점 맞은 줄 알고..”

 “몇 점 맞았는데..?”

 “맞은 개수 센게 더 편할 정도..”

 우리의 얘기를 엿들은 김하은 무리가 또다시 시비를 걸었다.

 “엥? 그게 점수야?ㅋㅋ 우리 하은이는 싹 다 100점 맞았는데..ㅋㅋ 역시 대박이다 최유리”

 “100점 맞은 게 뭔 대수라고.. 유치하게” 강민이었다.

 “그렇게 잘난 너 얼마나 잘 봤길래 그러냐?”

 김하은이 받아쳤다.

 “어.. 유리야 조심해!”

 강민이 날 막아주었다. 그리고 옆엔 피구공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아 쏘리 피구 연습하느라” 또 정시우였다.

 “야 너 지금 뭐 해!!! 빨리 유리한테 사과 안 해?!”

 “에휴, 눈물겨운 우정이다ㅋㅋ”

 정시우가 자꾸 괴롭혔다.

 “야!! 너 뭐 하냐고!! 빨리 사과해!!”

 강민이가 또다시 말했다.

 “싫으면 어쩔 건데? 싸우기라도 할까? 어?”

 “누가 싸우재? 사과하라고”

 이제 박민성까지 나섰다.

 “아니 나랑 싸워서 이기면 최유리한테 사과하겠다고”

 정시우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나도 그냥 빨리 밥 먹으러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만..

 “그래해 네 까짓 거 이기는 게 뭐가 어렵다고”

 “오~”

 애들이 환호했다.

 “야 너네 지금 뭐 하는 거야??!!” 7반 쌤이었다.

 “이상한 짓 하지 말고 빨리 밥 먹으러 가.”

 7반 쌤의 중재로 싸움은 안 나긴 했지만 박민성과 강민한테는 조금 고마웠다. 그런데 분명히 김하은이 나중에 뭐라고 할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고 교실에 가 있었는데 3반 축구부 애들이 학교 끝나고 모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오늘은 끝나고 모이는 날도 아니었고 내가 혼날 짓을 하지도 않았다. 이때까진 몰랐다. 정시우가 얼마나 사악한 놈일 줄은.. 난 학교가 끝나고 운동장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정시우 밖에 없었고 정시우가 날 학교 건물 뒤쪽으로 끌고 갔다.

 “야 네 남자 친구가 너 지켜줘서 좋겠다? 아주 신나겠다? 그딴 식으로 복수하니깐 좋냐?”

 “뭐래, 야 너나 잘하라고 너나 네 여자 친구 김하은이나 잘 챙겨 그리고 뭔 강민이야 나 강민 안 좋아해”

 정시우는 정말 뒤끝이 소름 끼칠 정도로 심한 놈이었다.

 “용건 끝났으면 간다.”

 난 이 말을 남기고는 집으로 갔다. 내가 사는 곳은 학교에서부터 걸어서 8분 정도 걸리는 동호 빌라이다. 우리 집을 설명할 땐 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블랙 센트럴 시티 옆에 있는 빌라”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인 [블랙 센트럴 시티] 옆에 있는 빌라여서 그런지 우리 집이 더욱더 후져 보였다. 김하은도 블랙 센트럴 시티에 산다. 그래도 난 전혀 부럽지 않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엄마가 떠나고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우리 엄마는 작년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하지만 경찰들은 아직까지도 그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난 범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내가 직접 경찰이 되어 그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소문으로는 그 범인이 엄청난 부자여서 경찰을 매수했다 그랬다. 진짜 범인을 만나면.. 하.. 이 생각을 할 때면 항상 엄마가 생각난다. 이건 박민성과 서희 빼곤 아무도 모른다. 항상 집에 가는 길에 이 생각까지 하게 되면 집에 도착한다. 집에 가면 공부하는 고3 오빠 밖에 없다. 집에 도착한 난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 밥을 먹고 잠에 든다. 이게 내 허무한 하루다. 다음날이 되면 이 하루가 계속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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