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문학분기
본격적인 문학 수업을 하기 전에 읽었던 책을 먼저 적어봅니다.
문제적 텍스트 | 그레이엄 앨런
문학이란 무엇인가 | 장폴 사르트르
소설의 이해 | EM포스터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홍진호
우선 문학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당신은 세계의 어떤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인가? 당신은 그 드러냄을 통해서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는가? p.31
<문학이란 무엇인가 | 장폴 사르트르>
소설가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 비록 명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실이 감추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가는 비록 인물에 관해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우리에게 줄 것이며, 우리는 여기서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일종의 진실성을 얻는 것이다. p.79
<소설의 이해 | EM포스터>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문학을 작가와 독자 사이의 교환으로 설정하고 앙가주망(참여) 개념에 의존하고 있다고 바르트는 이야기합니다(<문제적 텍스트> p.36 참조). 바르트는 사르트르의 참여라는 관념에는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문제적 텍스트> p.41 참조). 사르트르의 분석에는 형식 문제에 대한 관심이 빠져있다는 것이에요. 여기에서의 형식은 작가가 생산하는 글쓰기의 종류를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서 작가의 글쓰기만을 다루는 지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르트가 던진 의문으로 글쓰기 자체의 활동성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글쓰기를 하자고 저는 해석이 되더라고요.
다시 말해 글쓰기의 의미는 글쓰기의 활동성이 생산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자체의 활동성에 있다. 바르트에게 글쓰기는 하나의 의미며, 아니면 아마도 의미의 생산이라기보다 의미의 혼란일 것이다. p.266
<문제적 텍스트 | 그레이엄 앨런>
이 책들을 읽고 저에게 남은 질문은 '문학을 읽고 실제로 창조적 글쓰기를 해보면 어떨까?'였습니다. 창작 릴레이 소설을 다 같이 써본다면 그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문제는 아이들이 과연 제 의견이 따라줄까였어요.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도 학원에 갔는데 따로 또 글을 써야 하는 숙제가 생기면 어떤 생각이 들겠어요. 저 같아도 너무 싫을 거 같거든요. 심지어 일주일에 책을 한 권씩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아래 책들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창작 릴레이 소설을 쓰게 할지가 첫 번째 관문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톨스토이
어린 왕자 | 생택쥐페리
오즈의 마법사 | 프랭크 바움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베니스의 상인 | 셰익스피어
돈 키호테 | 세르반테스
로빈슨 크루소 | 다니엘 디포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컷
15 소년 표류기 | 쥘 베른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문학분기 수업을 하기 전 아무래도 창작소설을 쓰자는 이야기를 꺼내려면 아이들이 주도권을 미리 가져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해야 했어요. 그래서 문학분기가 시작하기 전에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두 권씩 고르고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직접 진행을 해보기로 했어요. 두 번째 수업인 <어린 왕자>를 마치고 창작 릴레이 소설을 써보자고 제안을 했죠. 바로 나온 반응은 역시나 수업 말고 시간을 내서 써야 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냥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릴레이 순서를 정했어요. 순서를 정하고 나니 첫 번째를 하기로 한 친구와 함께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이 어떤 내용으로 소설을 쓸지 주인공 이름과 특징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와.. 이거 무슨 일인가 싶더라고요.
세 번째 수업 날 창작 릴레이 소설을 써온 분량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분량이 많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내용은 또 얼마나 좋았는지 다음 소설이 궁금해졌죠. 이후 릴레이 소설을 쓰면서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원래 각자 2번씩 돌아가면서 쓰고 마치자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친구들이 더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작 릴레이 소설을 끝내지 않고 계속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중간에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 친구도 있었어요. '선생님, 1시간 넘게 계속 쓰느라 너무 힘든데 재미있어서 그만두지 못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 덕분에 너무 행복한 문학 분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문학 분기 마지막 시간에는 마무리하는 글을 썼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에 정리해서 올려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내용이 너무 좋아서 감동의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거든요. 간단하게 스포를 하자면 문학을 읽는 것도 실제로 창작을 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지와 창작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안겨줬는지입니다. 내용만 봐도 너무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이번 문학분기를 거치며 제가 나름대로 내린 고전에 대한 정의를 적어보며 글을 마칩니다.
고전은 지금과의 단절이기도 하면서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끈이다.
고전은 그때 이야기이지만 지금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전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면서 지금을 또렷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고전은 완결된 이야기지만 지금에 질문을 던져준다.
고전은 지금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지만 왠지 우리 주위에 있는 것 같다.
고전은 선형적인 시간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
고전을 쓴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여러 사람에게 읽히면서 계속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