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눈으로 보고 살아보는 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일 같은 길을 걸어 다닙니다. 익숙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느리게 다가옵니다. 멀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간 듯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남의 아이는 빨리 자라고 내 아이는 느리게 자란다는 말이요.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 부근에서 실제로 많은 공급이나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공급의 단위가 멀게 느껴집니다. 수십 만개의 집이 만들어지는데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합니다. 살고 싶은 집이 생겼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혹은 직장에서 너무 먼 곳입니다. 아무리 새 집이 좋다고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는 선택지는 망설여집니다. 익숙하다는 건 길들여지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벗어나기 힘들죠. 사람과 만날 때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집도 거리가 중요합니다. 거리를 고려한 공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보는 것들을 말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은, 우리가 보는 것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 르 코르뷔지에
직장 근처에 인프라도 잘 갖춰진 지역에 질 좋은 집이 공급되기를 누구나 바랍니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면 금상첨화겠죠. 실제로 공급되는 집을 보면 좋은 지역에 굉장히 적은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심지어 높은 금액으로 인해 실질적인 수요자들을 위한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좋은 지역에 저렴한 금액으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분양이 아니라 임대의 형식으로라도 도심에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원하는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점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단지 숫자로만 나타내는 공급은 의미가 없습니다. 숫자는 양을 나타내는 단위일 뿐 질까지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소비를 할 때도 ‘가심비’라는 단어를 쓰면서 가격 대비 성능보다 심리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행태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집에 대해서도 가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심리적인 만족감에서 비롯된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주거의 질을 나타내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다양해진 상황에서는 그만큼 획일적인 주거의 공급보다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임의로 고쳐놓거나 만들어놓은 집에 사는 것도 좋지만 인테리어를 개성에 맞춰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의 서비스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데 한계를 느낍니다. 어렸을 땐 상상력이 더 풍부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는 어려움을 느낍니다.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어서 과학의 ‘양자역학’ 개념이 어렵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자는 행복하다)
확실히 신도시가 눈에 보이지 않고 스케일이 너무 커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존재하는 신도시를 둘러보면 도보로 다 구경하기도 힘들고 차를 타고 이동해야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처음 신도시가 생길 때는 전부 황무지에 공사 중인 곳만 볼 수 있어서 상상이 불가능합니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이 지나서 공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게 되면 누구나 살고 싶은 장소로 변하게 됩니다.
핸드폰도 마찬가지로 출시 전 예약보다는 출시 후에 체험을 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실물을 봐야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이 약속을 팔 때보다 집의 형태를 갖춘 모습을 보고 수요가 많아져서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왜 오를 수밖에 없는지는 신도시가 지어지기 전에 가보고 다 지어진 후에 가보면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신도시 공급의 효과란 주변 지역에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더 멀리 떨어진 지역의 수요층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초반에는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낮을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루어지면 제대로 된 가격이 형성됩니다.
다만 모든 신도시가 같은 결과를 얻게 되지는 않습니다. 신도시는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직장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신도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리하게 가격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부동산에 대한 큰 이야기를 해봤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나 어떤 생각을 해봐야 하는지 하나씩 짚어보려고 합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