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양이야기 Oct 29. 2023

줄어든 유치원, 피해는 아이들 몫

또다시 찾아온 유치원 시즌

 어느덧 작년 유치원을 준비했을 무렵이 떠오르네요. 작년에 호기롭게 영어유치원에 대한 포스팅도 같이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기회에 1년 동안 겪은 주변의 이야기와 제 이야기 그리고 유치원의 현재 상황과 엮어서 해보려고 합니다. (관련 기사는 맨 아래 링크 걸어놨습니다)


유치원이 감소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유치원이 총 8441개로 올해에만 121곳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작년에서 188개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약 1.4%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매년 2~3만 명씩 아이들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지속적으로 100곳 이상의 유치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치원의 위치인데요.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곳입니다. 찾아보지 않아도 수도권보다 지방에서의 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기엔 인프라가 부족한 곳부터 아이가 감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일자리가 없는 곳에 첫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주할 가능성이 적은 것처럼 말입니다.


 지방뿐만 아니라 지난번 포스팅했던 내용 중에 있었던 것처럼 아이들을 키우기 편한 지역이 아닌 곳의 유치원이 줄어드는 현상이 있습니다. 수도권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부동산 관점에서 보게 되면 아이들에게 충분히 교육비로 지출을 할 수 있는 가정이 있는 동네를 제외하고는 유치원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비싼 집이 위치한 곳은 돈을 지불하면 유치원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뒤에 어떤 문제인지 이야기해 볼게요)


그 와중에 크고 있는 유치원도 있다고?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유치원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지역에서는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금액에 따라 넓어집니다. 반면 영어유치원은 선택지가 넓지만 일반 유치원은 선택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근처에 총 10군데 유치원이 있다고 하면 8군데가 영어유치원이고 나머지 2곳이 일반유치원입니다.


 영어유치원은 그 종류나 숫자가 유지되거나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출산율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늘어나니까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영어유치원이 많아지는 것이야 당연히 수요가 있다는 거니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유치원에 보내고자 하는 수요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을 선택조차 할 수 없어진다는 것은 금전적으로나 교육관의 차이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회박탈 현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교육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특정 지역은 특정한 교육을 받으며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하고 계급을 만들게 되는 시작이 됩니다. 지금은 조선시대와 다르게 계급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계급으로 대변될 수 있는 다른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죠. 심지어 주민등록초본을 떼면 나오는 태어날 때의 주소지를 처음부터 좋은 곳으로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는 곳, 다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원을 어디 다녔는지 혹은 다니고 있는지에 따라 아이들끼리의 구분은 크지 않지만 보육자는 그들끼리 계급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원인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영어유치원


 방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비싼 집값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출을 감당할 여력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어유치원이 공급되죠. 그래서 영어유치원의 종류 또한 지역마다 유치원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만 2세부터 갈 수 있는 곳부터 입학시험을 위한 1대 1 과외, 1~4시간 시간제로 운영되는 영어유치원도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재정적인 문제를 넘어서 교육관의 차이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어린이들마다 개인 편차가 있기 때문에 교육을 하고 싶지만 보육이 당장 필요한 어린이들이 있어요. 그러면 국공립유치원이나 사립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선택지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유치원으로 가면서 그 시기에 필요한 보육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영어유치원이 보육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집 앞 놀이터에만 가면 아이들이 많아서 다른 아이들과 자신의 아이를 비교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슷한 또래와의 만남을 보육자가 임의로 만들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들어진 상황 안에서는 익숙함을 얻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사회성을 기르고 자라나는 환경을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잘 크는 아이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사회성이 취약한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 2년 등교를 안 한 상황 이후 여러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나 사회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치원 적응하기의 개인차


 이제는 유치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치원에 적응하고 아이에 맞는 곳을 가야 하는데 동일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전부 다녀보고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적응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누가 감당해야 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와 같이 공교육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라면 적응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 있어요. 선택지가 하나이고 적응은 시간의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어리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동일한 교육과정과 운영이 일치되어 있지 않아 적응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육자는 아이의 적응가능 여부를 단기간에 파악해야 하고 유치원도 입맛에 맞는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싶어 선별하게 됩니다.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기다림보다는 손쉽게 유치원을 변경해서 가장 적합한 곳에 보내려는 선택은 잘못된 제도에 의한 피해를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고 있는 겁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8529#home

매거진의 이전글 유치원 반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