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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r 29. 2024

유치원 방학은 누가 책임지나

유치원 고군분투기 (8)

 2023년 여름방학과 2023년 겨울방학, 2024년 봄방학을 보낸 결과 과연 방학기간에 아이들은 누가 책임지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방학기간은 유치원에 따라 다르다. 보통 2주에서 3주로 알고 있는데 그 기간에 긴급보육을 할 수 있는 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긴급보육이란 방학기간 중에 맡길 여력이 없는 보육자가 신청해서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유치원 방학을 보내는 보육자의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지금부터 그 유형과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내가 다 책임진다


 유치원 방학기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 일과를 각종 놀이로 채운다. 만들기부터 물놀이까지 색종이도 사고 종이접기 책뿐만 아니라 클레이 외에도 많은 준비물과 숙지사항이 필수다. 보육자가 전부 혼자 준비해야 되는 것들이다.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바로 체력이다. 아이와 보내야 하는 시간은 사랑스러운 동시에 그 사랑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에너지를 따로 써야 한다. 익숙한 일상을 보내는데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하고 놀이를 하는 것이 추가 에너지를 쓰게 만든다. 아마 아이들과 몇 시간이라도 놀아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다. 내가 다 책임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장단점이 분명 있다.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하루종일은 조금 난감할 수 있다. 우선 이야기했던 것처럼 체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아이도 또래 아이들과 놀고 싶어 한다.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어쩌면 아이의 성장에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조금의 여백을 남겨놔야 아이도 자랄 수 있으니까.


가족을 동원한다


 보육자가 2주 연속 휴가를 내는 것은 직장인들에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장 안전하게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다. 가족들의 시간과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역시 보육자의 일이다. 세상에 저 절도되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만약 동원할 가족이 있다면 다행이다. 그렇지만 가족 또한 개인의 일상이 있다. 도움을 줄 수 없는 가족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타인의 노동으로 해결한다


 가장 많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노동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유치원의 긴급보육이라던지 학원이나 돌봄 선생님을 채용한다던가 선택하게 된다. 이것도 보육자가 선택하고 알아봐야 한다. 유치원 긴급보육 시간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내 마음에 들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심지어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일과 비교하기엔 너무 다르다.


 채용 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면접도 보는 일을 하다 보면 벌써 지쳐버린다. 게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안 나오기라도 하면 비상사태다. 이런 일이 정말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비용이다. 단기간에다가 이후 지속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고액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람도 구하기 힘든데 고액이라는 사실 때문에 제대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보육자도 결국 재정적으로 넉넉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다. 결국 학원에 보내는 것이 가장 싸다는 결론이 만들어진다.


 아직 유치원이기 때문에 맡아줄 수 있는 학원도 많지 않다. 이 또한 시장의 논리에 따라 보육의 어려움으로 가격이 비싸지거나 갈 수 있는 학원이 적다. 보육자가 직접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봐야 한다. 이미 얘기했듯이 정답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지 않다. 애써 찾아야 겨우 한 두 군데를 찾을 수 있다. 타인의 노동으로 유치원 방학기간을 해결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세 가지 경우를 봤다. 결국 아이를 보육자에게 떠맡기는 꼴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보육자가 돈이 있거나 시간이 있거나 여유 있는 가족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많은 사회 복지를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떠맡긴 지 오래됐는데 보육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보험이나 주거나 사회는 나 몰라라 했던 시절이 지속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 또한 회사에서 휴가를 주거나 복지혜택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방학기간을 잘 보내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더 심각하다. 어떤 지원도 없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마을은 고사하고 사막 한가운데 보육자와 아이만 덩그러니 서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내줄 마음이 없고 없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서로 책임져보라고 여러 정책을 만들고 있다. 지금 시행 중인 다른 정책은 아직 경험까지 해보지 않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시간을 내서 써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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