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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Nov 27. 2023

주택 유형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아파트와 바꾼 집>을 읽고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고 하면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주택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급주택과 빌라나 오피스텔 중 하나로 말이죠. 이런 주택의 유형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영향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아파트의 상품화와 단지화, 건축법의 경직성, 미디어의 단독주택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첫째, 197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를 팔기 위한 상품화 전략과 단지화 때문입니다. 아직 1970년대에는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택 유형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아파트를 팔아야 건설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죠. 덕분에 아파트 광고와 전단지가 경쟁적으로 아파트를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아파트 광고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 광고가 브라운관에 항상 등장했었어요.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는 굳이 더 보태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됩니다. 미디어로 인한 단독주택에 대한 이미지 영향을 밑에서 더 적어보도록 할게요.


아파트가 처음부터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어지면서 대단지를 이뤘습니다. 1970년 이후 2000년까지는 그저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통했다면 이후 단지 내 프리미엄을 위한 서비스가 추가됩니다. 단지 내 수영장, 운동센터, 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된 거죠. 돈을 들여 만든 공간을 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아파트 공간 자체가 경직됩니다. 자연스럽게 단지 내 사람들만 접촉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러운 만남이나 그로 인해 다른 주택 형태에 사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교류도 없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의 사고 자체도 공간이 운영되는 방식으로 인해 같이 경직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라이버시가 지켜져야 커뮤니티도 있다." p.97

너무 프라이버시만을 지키는 커뮤니티인 거죠.


 둘째, 맞벽건축이 불가능한 것과 같이 건축법의 경직성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주택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건축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건축법이 유연하게 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의 건축을 보러 다니고 벤치마킹하면서 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사람들의 인식 수준은 점점 높아져가는데 법이 한계를 지어놓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그로 인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건축할 수 있는 자유도가 떨어지면서 상품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주택의 형태와 다른 주택을 원한다면 법이 바뀌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나란히 들어선 옆의 필지와 맞벽건축이 가능하도록 건축법을 바꾼다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p.103


 셋째, 미디어에서 그려내고 있는 단독주택의 고급화 전략 때문입니다. 이전에 읽었던 <집 더하기 삶>에서 10년 전에 보도된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상당히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집들이었어요. 마찬가지로 지금도 외관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맞춤형 가구를 제작하며 주택을 짓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에 의미부여를 하다 보니 그 정도로 집에 대한 철학과 돈이 없으면 단독주택을 지을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 즈음 '좋은 집'에 대한 정의가 나옵니다. 집에 대한 철학이 분명해야 좋은 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가로 논의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잖아요. 저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시작이 현재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생각한다고 봅니다. 좋은 집은 모르겠지만 지금 집이 좋지 않다는 생각말이에요. 꼭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논의에서 조금 주제가 이동하는 측면에서 이 책이 좋았습니다. 다만 이 책에 적힌 내용을 과연 따라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진짜로 세세하게 집을 짓다가 수명이 10년 단축될 수도 있다고 느꼈거든요. 물론 전 너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집을 짓는 것을 구체화해보고 싶어요.


살구나무집은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에 비해 주거비가 많이 들지도 않고 살기에 불편하지도 않다. 좋은 집이기 때문이다. 좋은 집이란 결국 잘 지은 집과 같은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잘 지었다'는 표현은 공사비뿐만 아니라 유지관리의 측면에서도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야 지겹도록 듣고 있는 '아파트로부터 집으로 논의의 주제와 쟁점을 이동'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되어야 건강한 삶이란 무엇인가로 논의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p.263


전문가인 건축가들조차도 공사비의 30% 정도가 더 들어가니 먼저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p.212


없는 돈 모아 일생에 꿈꾸었던 내 집 짓기에 나서길 결심하고, 욕심을 줄이고 현실을 생각하면서 살뜰하게 집 짓기를 꾸려도 직접투입 비용의 최소 6% 정도는 누구나 더 생각해 두어야 한다. 5억으로 땅도 사고 집도 지을 요량이면 최소 3천만 원은 더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223


지금 생각해 보면 백화점 나들이는 아파트에서의 무료함을 보상하기 위한 도피처인 셈이었고,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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