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양이야기 Aug 17. 2024

부동산 담론이 풍부해지길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읽고

 책의 초반에 정치지리학 담론이 풍부해진 이유로 미셸 푸코를 든다(p.21). 1970년대 권력을 소유가 아닌 관계로 바라본다고 하는데 미셸 푸코가 권력을 바라본 시각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더 반가웠다. 베트남 전쟁에 대해 지리학자들이 질문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사건이었고(p.21) 이 전쟁을 계기로 지리학이라는 학문이 단지 식생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와 결합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또한 단지 경제학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 않고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탄생>과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부동산을 바라본 책을 읽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 책은 유독 제도나 어떤 상황의 영향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어떤 현상이 일어났다와 같은 묘사나 설명에 그치는데 함의하는 바에 대해 적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내가 원하는 바를 철저하게 전문용어도 나오지만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써줬다고 본다.


 책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전부 다 언급하긴 힘들다. 그중에 인상적인 개념과 용어를 중심으로 생각해 봤다.


행정

노동(일자리)

자본(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이냐)

제도(분양가 상한제 등)

경제 (해외건설 축소, IMF 등)


행정과 연관된 정치권력


 부동산이라고 하면 정치권력과 뗄 수 없는 사이다. 행정구역과 선거구역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선거구를 인구 비례로 할 것이냐, 영토 비례로 할 것이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문제(p.71)다. 행정구역을 정하는 행위가 권력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후 서울을 어떻게 나누어 통치하느냐로 통치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아간다. 통치술에 대해 더 자세히 나오지 않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결국 돈과 연결되었다는 부분 또한 흥미로워요. 바로 중앙정부의 교부금(p.276)을 받기 위해 지자체의 인구가 많아야 한다.


노동(일자리)의 형태에 따른 변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생직장과 같은 단어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직업이 계속해서 바뀌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고정된 집을 소유하는 것이 맞지 않는 조합이 되어버린 거다. 게다가 낮은 출생률로 인해 아이 한 명에 대한 교육열은 그대로 있어 고액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다면 집을 임대로 옮겨 다니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자본에 의한 가격 등락


 어떤 자본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집값이 변동한다는 이야기다. 산업자본은 건설업자 지원을 통해 집을 더 만들어서 공급을 통해 집값을 낮추고, 금융자본은 집을 사려는 구매자에게 지원을 해줌으로 인해 집값이 높아진다는 거다(p.223)



제도(분양가 상한제 등)


1977 선분양제도 + 분양가상한제: 돈을 적게 들이고 개발을 하고 싶다(p.203)

    > 우리나라만의 전세제도 공고화

1980 택촉법의 영향: 지주들과 수익을 나누지 않겠다, 큰 정부로 바꿔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p.171)

    > 공급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강제로 수용, 무분별한 개발

1993 종합토지세, 1 가구 1 주택 규제, 오피스텔 1 가구 1 주택 규제 적용 안 받음: 편법을 사용해서 돈을 벌라고 정부가 조장(p.259)

    > 기형적인 주택 형태가 증가, 세입자 보호 등 사회적 문제 발생

1996 용도지역 규제 완화: 도심에 상업지역을 늘려서 그 안에서 잘 살 수 있게 해 달라(p.274)

    > 지방 쇠퇴

1999 분양가상한제 폐지: 시장에 돈을 돌게 하고 싶다

    > 용인 난개발


 제도가 어떤 효과를 발생시켰는지 그 이후 영향에 대해 정리를 간략하게 해 봤다. 물론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도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데 있다. 특히 부동산은 큰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짜인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들만 돈을 벌 수 있고 그 외 사람들은 기회를 잡을 수 없도록 소외되어 있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경제 (해외건설 축소, IMF 등)


 부동산 시장에 어떤 자본이 들어올지 결정되는 주요한 이유는 경제 영향이 크다. 해외 자본이 들어오게 된 배경 또한 IMF영향이었고 해외건설의 축소로 내수시장에서 토목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경제가 시발점이 되어 제도가 만들어진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코로나 이후 침체된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과 함께 관세 10%가 거의 확실시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경제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그로 인해 법이 얼마나 바뀔지 걱정된다.


 부동산이나 경제 시스템에 대해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편할리 없다. 부동산의 문제는 부동산 하나에 있지 않고 여러 분야와 연결되어 증폭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짝이는 조각들의 사회를 꿈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