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상도>를 읽고
인생의 해상도를 높여보겠다는 목적은 이미 진작에 내가 목표로 했던 거다.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했고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없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이후 대학교를 들어가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되려고 공부와 실천을 병행하게 됐다. 그때 실천했던 내용들이 책의 곳곳에 있는 걸 보니 반가웠다. 각각의 테마별로 어떤 내용이 비슷하고 다른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무언가 발견해야 한다면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사람의 눈에서 받아들이는 시각정보는 전체를 스캔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익숙한 환경에서는 시각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가 많이 없고 발견할만한 내용이 없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견하려면 특별히 인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같은 길을 걸어가더라도 보는 풍경은 제각각이다. 선명한 길의 풍경을 원한다면 의식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걸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게 가능할 리 없다. 그래서 난 책을 읽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책을 분야에 관계없이 읽었다. 그렇게 감각을 학습하게 됐는데 이 책과 비슷하게 <일의 감각>에서도 감각이 타고난 것도 있지만 학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반가웠다.
신호와 소음이라는 책이 있다. 예전에 신호처리 관련 수업을 들었을 때 필터의 개념이 흥미로웠다. 어떤 신호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무엇을 받아들일까 보다 어떤 신호를 제거해야 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 어떤 것을 골라내야 하는지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 골라내는 기준을 더 뾰족하게 가져야 하는 시대다. 그것을 해내려면 질문을 해야 한다. 그 신호를 제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일례로 어떤 선택을 할 때 '왜'라고 다섯 번 물어보는 걸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왜 선택하는지 그 기준과 관점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내 관점의 저변에 무엇이 깔려있는지 확인하려고 철학공부를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깊이 파고들게 만드는 책 선택을 하게 된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풍부하게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운동도 더 잘하고 싶어서 여러 운동을 병행하며 풍부한 사고와 적용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각 분야에 맞춰 우물을 파듯 깊이 들어갈 수 있지만 나선형으로 여러 분야를 거쳐가며 좀 더 넓은 우물을 천천히 팔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많은 책을 읽으면 그것이 기억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을 한다. 머릿속에 집어넣고 몸에 새기기 위해서 기록하고 사람과 만났을 때 다시 발화하면서 되새긴다. 여기에다가 독서모임까지 한다면 참석한 사람만큼 책을 더 읽은 효과가 난다. 게다가 그 사람들의 감각까지 배울 수 있어 일석이조를 넘어선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글쓰기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돈된 글쓰기를 한다면 정리는 물론이고 아카이빙까지 할 수 있다. 글쓰기 말고 실제로 몸을 쓰는 실천적인 요리, 그림, 운동과 같은 활동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손이나 몸의 감각으로 기억에 남아 오랫동안 습관으로 남을 수 있다.
몸에 습관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실천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 움직이고 동작하는 원리를 파악하고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최적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매일 하게 된 삶은 독서, 기록, 글쓰기, 운동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읽은 책에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봤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모든 상황 속에서 배우는 태도가 중요하다. 해상도를 높이려면 기존의 방법에서 다른 방법으로 수정이 필요하다. 지금 내 모습에서 달라지려면 배워야 한다. 모두 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밀도가 달라진다. 난 앞으로도 밀도 높은 삶을 살아내려고 한다.
‘배운다'는 것은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무지의 즐거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