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
민혜 님에게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는 물음에 답할 내용을 찾다가 한참 지나서 답할 내용을 떠올려 적어봐요. 최근에 '폭삭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매 회마다 꺼이꺼이 울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데 다들 다르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위로해 주는 드라마였기 때문인 거 같아요. 주인공 애순은 꿈 많은 문학소녀였지만 일찍 엄마를 보내고 스스로 엄마가 되면서 겪게 되는 성장에 관한 내용으로 저에겐 다가오더라고요. 그 외에도 여러 주제가 등장하기 때문에 참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 저를 투영하게 됐어요.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극 중 대사에 자식은 품을 떠나면 남는 건 너니까 너 하고 싶은 거 다하라는 말이었어요. 실제로 딸인 양금명은 맏딸로 애지중지 키워져하고 싶은 걸 있는 힘껏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고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모습으로 보였어요. 그 와중에 엄마의 희생과 아픔이 당연히 있었죠. 그런데 기저에 엄마의 행복이 있었어요. 마지막에 엄마가 내 삶은 소풍이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매일매일 애써 행복하려고 노력해야 겨우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그 정도의 노력은 정말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말뿐인걸 실천해 보면 세상이 달라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힘껏 아이를 사랑해 주고(아마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말이죠) 금방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고 마음이 힘들 때도 있지만 후회 없이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전 일 번이에요. 그러고 나서 바로 제 행복을 찾아 떠나죠. 내가 무엇을 해야 아이를 힘껏 사랑해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어요. 내 일을 계속해야 하기도 하고 체력을 키워야 겨우 아이의 체력에 대응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간이 되는대로 순서대로 하는 편이에요. 물론 너무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날도 있어요. 그렇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요. 그 마음을 그대로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시간이 나는 대로 할 수 있게 돼요!!
마지막으로 행복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고통이 아예 없는 상태가 과연 행복일까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고통 없는 삶이 없잖아요. 고통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소화시킬지 생각해 보는 게 좋았어요. 엄마는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자본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그 시간을 견디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전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좀 더 사람을 이해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사실을 잊을만하면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꺼내서 저를 다잡기도 합니다.
민혜 님에게 조금 도움이 되었을까요? 지금도 아이를 키우는데 정답이 없기 때문에 열심히 아이와 이야기 나누면서 대화하고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계속되겠지만 스스로나 아이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