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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어야 할 문학

<2025년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by 태양이야기

백온유 | 반의반의 반


제목의 뜻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반의반의 반이 마치 할머니 돈에 대한 내용이라고 읽히기 쉽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돈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의 반의반의 반인지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할머니는 엄마와 손녀에게 애정을 갈구하지만 0에게 그 애정을 받아 의지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마치 돈 때문에 엄마의 인생이나 손녀의 인생이 엉망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였다. 가족이라고 해서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뻔뻔함이 들어찬 마음에 0처럼 애정을 '반의반의 반'만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묻고 싶어서 제목을 정한 것 같다.


강보라 | 바우어의 정원


예전 서사라 그런지 인상적이라고 하지도 않고 또 별로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하고 유산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았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오명에 애써 반박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 같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과 오해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서장원 | 리틀 프라이드


최근에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드라마를 봐서 그런지 남성 서사가 최근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반가운 소설이었다. 여성과 남성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지 않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 모두 사회적으로 다르게 느껴지기에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문학작품이 있어야 그나마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딱히 이 소설에서 느낀 점은 아니지만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니 감안해서 읽길 바란다. 등장인물에 대한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인물에 대한 설정이나 사회적 상황이 비슷비슷하게 재생산되는 형태인 듯하다. 인물에 대한 다양성과 더불어 설정이나 글의 흐름 또한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된다. 한강 작가도 좋지만 조금 색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워낙 한국 문학을 별로 안 읽었기에 여러 곳에서 추천을 받는 중이긴 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한국 작가가 있다면 추천해 주면 좋겠다.


성해나 |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아무래도 <괴물들>을 읽어서 그런지 서사 구조나 인물에 대한 공감을 조금 덜했던 것 같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비문학이나 책을 읽다 갑자기 비슷한 이야기의 다른 좋았던 책이 떠오르면 읽던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성혜령 | 원경


특별하게 언급되지 않았는데 인상적이지 않았던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된 모양이다.


이희주 | 최애의 아이


자칫 잘못하면 아니 어쩌면 이미 너무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라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설이었다. 인물 설정과 배경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와 너무 멀지만 예전 팬덤과 다르게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알게 됐다. 내가 어렸을 때 누구누구의 와이프라 불리길 원했던 세대가 그대로 성장해 누구누구의 엄마로 불리길 바란다는 것.

스스로 방어하길 포기하고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을 했던 분도 있었다. 그만큼 작가의 영혼이 주인공에게 투영되어 있다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그래서 이런 논의가 지속되기도 했다. 어떤 문학은 저자가


현호정 | ~~ 물결치는 몸~떠다니는~혼~~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너무 결이 달랐다. 그래서인지 잘 읽히지 않았다. 수상작품집의 단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판이하게 다른 소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적응이 안 될 달까. 이질적인 작품들만 모아놨다면 별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파란색 사이에 마치 빨간색이 끼어있는 것 같았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기보다 좋은 문학 혹은 '젊은'작가상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덕분에 하게 됐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을 읽게 되면 당연히 좋은 문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특별히 이 책에 실린 단편은 '젊은'작가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등단한 지 10년 이하이면서 1년간 발표한 단편 소설 중에 선정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젊은 작가상의 의미가 어디 있고 어떤 기준으로 선정을 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문학의 기준이 단일할 수 없다. 그리고 '젊은'이라는 타이틀이 가지는 의미도 놓칠 수 없다. 등단 10년 이하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만 쓸 수 있는 시대성이 분명 있다. 오랫동안 시대를 초월해 읽히는 것도 좋지만 그런 문학만 필요한 건 아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마지막 현호정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달리 잘 읽히지 않은 이유가 바로 시대를 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다 같이 나눴다. 덕분에 독서 모임이 풍부해졌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냥 넘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바꾸거나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역시 매번 모임이 끝나면서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학 작가 중에 소개하고 싶다면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이다. 이유는 직접 읽어보시길.. 물론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특별한 마력이 있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겠다. 언젠가 따로 정리할 시간이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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