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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정치 철학

<정치 철학>을 읽고

by 태양이야기

오래된 물음


오래된 나의 물음이자 입밖에 내길 꺼렸던 문장을 보니 반가웠다. 내가 태어날 나라 혹은 국민으로 등록될 나라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없다. 사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왜 내가 꼭 복종해야만 하는지 의문이었다. 나의 동의는 구하지 않은 채 펼쳐진 수많은 제약과 규제에 대해 대체 왜라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참고 노력하지만 그에 대한 비용만 지불한 채 편익이 증가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가서 공부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하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 간의 교류가 어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워낙 그땐 사람에 대해 궁금하지 않아서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 해야 할 일은 다 해가지만 그런 모습이 또 아니꼬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나에게 학교생활은 공정하지 않았다. 내가 당하는 괴롭힘을 누가 저지해 준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왜 나는 그것에 복종해야만 하는가? 정치철학자들은 이것을 '정치적 의무의 문제'라고 부른다. p.59
실제로 비용과 편익이 분배되는 방식이 이러한 이상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모든 사람이 공정한 실천을 유지하기 위해 법에 복종할 의무를 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p.66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기 전에는 당연히 나를 대신해서 대표자로 입법이나 나라를 통치할 사람은 뛰어난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어떤 정치인을 나를 대리하는 사람으로 뽑아놓고 다음 선거까지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 삶을 20년 넘게 살아왔다. 민주주의가 통치와 관련해서 나에게 어떤 책임감이나 열정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정치로부터 멀어진 시기가 더 많았다. 혐오와 무시로 일관된 삶을 살다 보니 어느새 정치라는 단어까지 삶에서 지워버렸었다.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정치 체제는 실제로는 통치에서 매우 제한된 역할만을 시민들에게 부여한다. p.73
이유: 보통사람들에게는 정치적 결정의 배후에 놓인 쟁점들을 이해할 능력이 단적으로 없으며, 그래서 이러한 사안을 다루는 데 더 뛰어난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결정을 맡긴다고 하는 널리 퍼져 있는 믿음을 들 수 있다. pp.75-76


민주주의를 지탱하려면


지금은 정치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긴 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기적적인데 그 와중에 내 일상생활과는 무관해 보이는 정치적 쟁점들에 관심을 가지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다.



사람들이 종종 복잡하고 자신의 일상생활과는 무관해 보이는 정치적 쟁점들에 관심을 가지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러한 쟁점들에 관해 결정할 때 자제하기를 요구한다 - 특히 소수자 집단을 짓밟아버릴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 말이다.
우리는 우리는 대표하도록 선출한 사람들에게 정치적 결정을 맡기는 것이 더 낫다는 유혹의 목소리에 저항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요컨대 정치권력은 결국 시민 전체에 의해 지탱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로크가 경고했듯이 마침내 우리를 지배하는 사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다. p.97


자유와 정의


자유라는 개념 또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로 나뉜다고 했다. 또한 자유로운 선택은 눈에 보이는 제약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난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떠한 제약도 없는 상황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의 또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정의롭다의 개념이라고 정리해 준 부분이 좋았다. 여러 관점과 상황에 따라 정의로움에 대한 개념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일관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법이다. 가장 간단하게 내가 사용하는 시간도 정의롭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은가.


하이에크는 현대 세계에서 모든 사회가 복잡하다는 것을 전제하면 '사회적 분배'를 어떤 단일한 분배 행위자에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한 점에서 확실히 옳다. 그러나 그가 간과하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분배 양식이 대체로 우리가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창출한 제도들, 예컨대 재산권과 계약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규칙, 과세 체계, 그리고 의료 서비스나 교육, 주택에 대한 공적 지출의 수준, 고용 정책 등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들은 모두 정치적 결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 p.151


경제성장이 최상의 목표라는 관념에 도전하며, 그러한 도전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에 가치를 두어야 하는지, 어떻게 이 목표들을 성취할 수 있는지의 물음을 제기한다. 이것들은 정치철학의 핵심적 물음이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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