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주를 가진 사람들

두 번째 편지

by 태양이야기

사실 저도 어렸을 때는 세상과 열렬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제 기억으로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궁금했던 것들을 미뤘던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었다고 세상에 호기심이 있었다기보다 그 당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보호자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에 대한 상황 이해가 가장 어려웠어요. 대학생이 되면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갔는데 그중에 하나가 공부나 보육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공부방에서 선생님을 하는 거였어요. 그것이 오롯이 내 의지로 어딘가에 들어가서 세상과 관계를 맺게 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생각되네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지식이 그저 따로 노는 섬 같은 느낌이었어요.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관심과 애정을 나눠주는 경험을 하게 됐던 거죠. 조금 간지럽게 이야기해보자면 사랑을 나눠주는 경험이 얼마나 값지고 나를 충만하게 하는지 알게 됐어요. 민혜님 말대로 온전히 세상을 향했다기보다 나 자신의 만족감이 굉장히 컸다고 저도 생각해요. 결국 모든 일의 중심에 이타심보다 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네요.

참 많은 시간 동안 비슷한 질문을 받아왔던 것 같아요.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나 좋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 말이에요. 민혜님의 질문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때 따돌림을 당했었어요. 그 당시에는 꽤나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직도 기억나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 저를 많이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속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도 얼마 되지 않았네요. 독서모임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각조각 흩어진 나라는 퍼즐을 맞추는 여정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전체 그림이 무엇인지 지금 얼마나 맞췄는지 모르겠지만 힌트를 제공하는 민혜님 같은 분들 덕분에 순항 중입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 대한 의문입니다. 따돌림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일반적인 대처방법일까요? 아니면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따돌림을 하는 아이의 잘못일까요? 저는 아직도 명확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따돌림을 하는 아이가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것을 지켜보고 방치한 것도 당연히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조금이나마 힘을 가지게 된 후에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해야 한다는 마음속 다짐을 한 것 같네요.

막상 답장을 하겠다고 적다 보니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말인데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상은 왜 약한 사람들에게 더 관대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작은 실천이 세상을 향해 관계를 맺게 하는 열정의 원천 중 하나였어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던 거죠. 어쩌면 오만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상대적으로 약하지 않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에요.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착각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고 민혜님이 이야기했던 텃밭의 진리처럼 겉흙이 말랐을 때를 잘 관찰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민혜님이 저에게 마음을 열었던 그 말로 마무리해볼까 해요. 너무 구구절절 길어지는 거 같아서요ㅎ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이 있다'라는 말인데 여러 가지 다른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도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진주를 가지고 있는데 흙 속에 파묻혀 알지 못한다고요.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화날 때가 많은데 그 사람이 민혜님이었죠. 흙을 조심스럽게 치워서 자신이 가진 진주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진주를 찾고 스스로 빛난다면 세상이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어요.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진주를 찾으러 다니고 있나 봐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작을 선물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