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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Jan 27. 2023

유치원을 못 갈 수도 있다고요?

유치원 고군분투기 (2)

줄어드는 아이들


 통계청에 들어가 앞으로 유치원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은 줄고 있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아래와 같이 전국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매년 4천 명이 줄어들고 있어요. 유치원 한 반이 10명이라고 했을 때 무려 400반이 매년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당연히 유치원을 더 늘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죠. 그런데 생각해 봐요. 유치원의 수가 줄어드는데 아이를 키우는 집 근처의 유치원이 사라진다면 멀리 있는 유치원에 가야 하는 거리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역을 사람들이 많이 안 살게 됐다고 절반을 줄인다고 생각해 봐요. 그럼 문 닫는 지하철역 근처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다른 지하철역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것이죠. 조금 멀리 나가서 지금 이야기하는 것과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중에 하나를 인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 기반시설을 만든 후 사용하는 빈도나 활용도가 높아지겠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그런 기능을 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어리고 혼자 갈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동반해서 이동해야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어요. 반대로 생각해서 차량 운행이 전제가 되는 대형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아니면 운영이 힘들다는 겁니다. 유치원 설립을 시장에 맡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유치원만 살아남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독점이 성행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유치원이나 좋은 교육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입을 막게 됩니다.


대형 유치원, 통계가 반영하지 못하는 것들


 아이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는 지역이 있습니다. 교육 여건이나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신도시나 강남 3구가 그렇겠죠.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은 어떤 곳인가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도보 거리에 있고 사는 집이 깨끗하고 30평 이상의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동네입니다. 주변에 학원이나 보육을 할 수 있는 키즈카페나 아이들과 갈 수 있는 음식점, 공원이나 전시, 영화관과 같이 문화시설의 접근이 용이한 곳입니다. 초등학교가 일찍 끝나도 방과 후가 다양하게 있어 선택할 수 있고 보호자가 저녁에 일이 끝나고 아이를 만날 때까지 갈 곳이 걸어서 10분 이내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안전한 곳입니다. 과연 그런 곳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실제로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얼마나 우리나라에 아이를 위한 기반시설이 굉장히 적다는 걸 깨닫곤 합니다. 예전에 스웨덴에서 자랄 때는 갈 곳이 없지 않았거든요. 작은 단위의 커뮤니티 시설을 곳곳에 세워놨기 때문에 땅은 넓고 사람은 적게 사는데도 불구하고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웨덴도 여전히 보육을 해줄 수 있는 교사를 구하는 것이 힘듭니다. 교사 또한 집 가까이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각 동네마다 적절한 교사가 살 확률이 동일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 현명하게 보육시설을 설계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급격하게 줄어들 겁니다. 급격하게 줄어들기 전에 굉장히 큰 사회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도기라고 생각되는 지금 보육을 위해서 사교육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면서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보호자가 추가로 필요한 비용까지 추가되어 돈으로 보육을 대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호자의 경력단절을 용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경력단절을 강제하게 되면서 반대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아이를 낳지 않게 되겠죠.


 이런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저출산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반복해서 말만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근본적인 대책과 과연 일하는 보호자들이 아이를 키우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지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통계를 내는 이유는 어떤 문제를 발굴해 내거나 사회의 문제가 되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세부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선발됐지만 주변에 선발되지 못한 아이들


 운 좋게도 저희 아이는 국공립유치원 중 한 곳에 선발됐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에 사는 많은 아이들은 선발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발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에 유치원을 지원하기 전까지 보호자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너무 과도하고 개인의 정보 수집 능력에 기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회가 해야 할 일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그것을 해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보호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바꿔야겠죠. 유치원에 선발되지 않은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다음에는 선발과정과 지원할 수 있는 유치원의 종류가 사실 현실적으로 너무 적고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곳이 적기 때문에 유치원이 명목상 존재할 뿐 보육의 역할을 일부만 시행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운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유치원 지원 전까지 했던 정보 수집과 이야기들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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