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지나 스승의날까지 잘 마쳤다.
지난 2주는 정말 극한이었다. 다행히 어버이날 기간은 일주일 좀 덜 되게 본업 휴가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시즌은 유독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상품 기획, 주문-예약, CS까지 모두 하게 됐는데 전화로 폭언까지 들었다. 자기 화풀이를 나한테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은 얼굴을 보고 있지 않으면 막말을 하는 힘이 생기나보다. 그 와중에 예쁘고 힘이되는 말만 해주시고, 물건을 사가면서 감사하다고 케이크도 사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었다. 한줄기 빛 같은 분들 :)
장사는 잘 된 것 같은데 이윤이 많이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믿고 대량 사전예약을 했던 거래처로부터 정말 안좋은 카네이션을 받았다. 진짜 많이 잘라 버려서 우리가 쓰레기 봉투값을 받아야 할 정도인데? 정말 곰팡이가 하얗게 집을 지어서 왔고, 결국 사용이 불가해서 다 잘라버렸다. 이 사태를 거래처 총괄에게 말했더니 본인은 바쁘고 잘난 사람이니 자기한테 얘기하지 말라는 식의 응대를 해서 매우 기분이 나빴다. 본인도 기분나쁜 게 있었다는 데 여튼 오해는 잘 풀었지만 신뢰가 사라진 건 복구가 불가능하다.
손해 감수하고 카네이션 다시 사고, 올려놨던 샘플보다 더 많이 더 예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꽃 가격 생각안하고 팍팍 넣어서 만들고.. 그러다보니 뭐 마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계산해 봐야 하겠지만 지난해보다 손해는 분명 있다. 최대한의 만족도를 드리기 위해 서비스를 정말 많이 넣어드린다. 그리고 포장도 정성스럽게 한다. 포장지도 어디서 공짜로 오는 거 아니고 다 우리가 돈주고 사는 건데 이런 부자재 가격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손님이 너무 예쁘다면서 좋아할 생각 하면 나도 좋아서 어쩔 수 없이 마진 생각을 안하게 된다.
꽃값도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는지 엄청 올랐다. 카네이션 선주문 가격도 예년보다 20% 이상 상승했지만 우리 카네이션 판매가 한 송이 3000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자주 오시는 분들은 우리가 마진 안남기고 그냥 동일 판매가에 드렸기 때문에 5월이라 꽃값이 비싸졌다고 잘 못느끼셨을거고, 1년에 한 번 두 번 또는 난생처음 꽃 사시는 분들만 비싸다고 말씀하신 것 같았다.
5월 첫주 며칠동안 잠을 두~세시간 밖에 못자고 꽃을 만들었다. 엄마는 예약 거절을 잘 못한다. 내가 못하겠으니 예약 받지 말라고 해도 손님이 간절한 목소리로 예약을 받아달라고 하면 받아준다. 수용 가능한 한계치가 넘었을 때 추가되는 예약 한 건은 10개를 만드는 것과 같은 힘듦이다. 이 부분에서 항상 싸우는데 잘 해결이 안된다.
와중에 너무 당당하게 서비스를 1+1 수준으로 요구하는 손님에게는 진짜 화가 난다. 심지어 처음 보는 손님이다. 단골손님이면 이름이나 얼굴 기억했을거고, 알아서 서비스 넣었을텐데. 스타벅스에서 커피 사면서 1+1 요구 안하실텐데 왜 꽃집에서는 그러시지? 그리고 소매꽃집 와서 도매시장이랑 가격 차이 난다고 하는 예의 없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다른 꽃집 다 문의하고 제일 저렴한데서 하려구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충격적.
나도 잘한건 없다. 너무 어이없는 질문에는 대답 안하거나, 딱잘라 단호하게 말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엄마한테 매일 혼나고 있다. 엄마는 내가 손님으로부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보다 친절했으면 한다는데 그게 잘 안된다. 일부 손님은 마치 자기 아랫사람인냥 말을 거는데 왜 그런 태도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잘…
쓰다보니 순서도 뒤죽박죽. 무슨말인지. 무튼 이제 본업을 열심히 할 시간. 아직 부자는 못됐지만 내 인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