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지문 속의 인문학> 관용 없는사피엔스?

feat. 인류의 역사 첫 번째 이야기

by 황 영
There are many lineages of hominids that did go extinct. Since the split between our ancestors and those of the chimps, our lineage has not been a single line of gradual change. Evolution never works that way.
[2020년 4월 고3 모의고사 36번]

멸종된 인류의 조상들은 많은 혈통을 가지고 있다. 조상들이 침팬지와 분류된 이래로,
인류의 혈통은 단 한 줄의 선으로 표현되는 점진적인 변화를 따르지 않았다. 진화는 결코 그렇게 이뤄지지 않았다.


<출처 : 구글 이미지>


현존 인류는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후 사피엔스)다. 사피엔스는 오랫동안 인류의 진화가 위의 그림과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조상이 침팬지였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창조론적 관점을 배제하더라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피엔스의 유전자는 침팬지와 99퍼센트 일치한다. 어떠한 이유로 사피엔스가 1퍼센트의 축복을 더 누리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덕택에 오늘날 사피엔스는 침팬지를 동물원에 가두고 관람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고대 인류학 연구는 화석 연구의 발달에 힘입어 약진을 거듭했다. 인류학자들은 당시의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인류학자들은 10만 년 전에 사피엔스 이외에도 최소 5종의 인류가 살았다고 확정 지었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루소넨시스, 호모 데니소바 그리고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이후 네안데르탈)가 사피엔스와 함께 동시대에 존재했었다. 인류의 종들은 하나둘씩 멸종에 이르렀다. 사피엔스 이전에 마지막까지 살았던 종은 네안데르탈이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이 두 종은 7만 년 전 사피엔스가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진출하게 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터줏대감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를 허약하고 가엾은 이방인으로 비쳐 측은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4만 년 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만을 뒤로 남기고 지구에서 사라진다. 그 이유가 사피엔스와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피엔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점은 분명하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의 멸종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우리 사피엔스가 살아남게 된 이유를 알아보는 일은 역사적, 인류학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네안데르탈에 대해 연구하는 일도 마찬가지 이유다. 우리는 박물관에 네안데르탈의 마네킹을 전시하고 관람한다. 우리 사피엔스가 마네킹이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네안데르탈인 여성을 복원한 모습 <출처 : 구글 이미지>


1856년 독일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화석이 네안데르탈인의 시작이다. 아직까지도 네안데르탈인을 무식한 원시인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편견과 오해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큰 전환을 맞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사피엔스의 뇌보다 평균 15퍼센트 더 컸다. 이는 사피엔스만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은 매머드와 싸워 이길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담대한 용기의 소유자였으며 사냥도구뿐만 아니라 간단한 의복과 악기, 심지어 보석도 만들어 사용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세련된 언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Recent evidence suggests that the common ancestor of Neanderthals and modern people may have already been using pretty sophisticated language.
[2012년 대학 수학능력 평가 27번]

최근의 증거는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공통 조상이 아주 세련된 언어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출처 : 위키 백과>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를 통해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모두 학살했다는 '교체설'이 가장 '그럴싸 하다'고 생각한다. 하라리는 인류의 모든 종이 매정한 생태계 안에서 생존을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사피엔스는 인지 혁명, 즉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어 네안데르탈을 말살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하라리는 인지 혁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뒷담화'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종이 사피엔스였음을 힘주어 말한다.

It gives deep satisfaction — call it, if you will, a human instinct — not just to learn but also to share emotions stirred by the stories told by our companions. The whole of these performances pays off in survival and reproduction. Gossip and storytelling are Darwinian phenomena.
[2020년 3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31번]

동료가 말하는 이야기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공유하게 되는 것은 깊은 만족감을 준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러한 행위 전체는 생존과 번식에 이익이 된다. 뒷담화와 이야기는 진화적으로 의미 있는 현상이다.

뒷담화는 사자와 들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만큼이나 협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서로 공유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구성원 간 탄탄한 신뢰가 형성된다. 뒷담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며 뛰어난 단합력을 가지게 된 사피엔스가 경쟁자인 네안데르탈을 물리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라리는 역설한다.


사피엔스는 단합하여 네안데르탈을 말살 시켰다. 이를 믿기 위해서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을 제거대상으로 생각했다는 하라리의 주장을 먼저 믿어야 한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주장에 마음이 심란하다. 아무리 생존을 위해서라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생물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먹을 가젤이 부족하니 저기 있는 경쟁자 하이에나를 모조리 다 죽여 버리자는 사자의 무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라는 하라리의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을 모조리 학살시킬 만큼 사악한 존재였을까? 나와 우리에겐 관대하고, 남은 업신여기고 죽여도 되는 존재라 생각한 우리 인류의 사악한 속성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인가? 훗날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씻을 수 없는 사피엔스의 과오가 있긴 하지만, 그 행동이 네안데르탈을 학살한 사피엔스의 DNA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그렇게 믿고 싶지도 않다. 형제 살인범의 후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싶지도 않다.


네안데르탈이 자신보다 허약한 사피엔스의 협공으로 학살을 당했다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 네안데르탈인은 뒷담화를 할 수 없어서 협동을 하지 못했고, 사피엔스는 뒷담화를 통해 협동을 잘해서 네안데르탈을 멸종에 이르게 했다는 말을 믿어야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네안데르탈인은 세련된 언어를 구사했지만 뒷담화는 할 수 없었다는 말인가? 네안데르탈인에게 인지 혁명은 일어나지 않은 걸까?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만큼 높은 지능을 소유했다. 사피엔스 못지않은 언어도 구사했다. 뒷담화는 사피엔스 놈들이나 하는 저급한 짓이라며 네안데르탈인은 뒷담화를 금지시켰을까? 이것 또한 사피엔스가 없을 때 네안데르탈끼리 나누는 뒷담화다. 사피엔스의 뒷담화 능력만으로 단합하여 경쟁상대인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믿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라리는 언어를 통한 인지 혁명이 사피엔스에게 가져다준 또 다른 능력을 소개한다. 언어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은 오직 사피엔스만이 가진 능력이며, 이로 인해 전설, 신화, 종교가 탄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네안데르탈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고 하라리는 주장한다. 네안데르탈인은 과연 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거듭된 인류학의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불을 통제할 수 있었음을 밝혀냈다. 네안데르탈인은 고기와 식물을 익혀 먹었고, 횃불과 모닥불을 통해 밤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 이상 칡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온갖 두려움에 쩔쩔맬 필요가 없어진 그들은 동굴 안의 벽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정서적인 안정을 갖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 <출처 : 사이언스 타임>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의 국제 공동 연구팀은 스페인에서 발견된 벽화가 네안데르탈의 그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피엔스에 의해 그려진 벽화보다 두배 이상 오래됐음을 밝혀냈고,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 : "U-Th dating of carbonate crusts reveals Neandertal origin of Iberian cave art"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예술 감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연구팀은 이들 문양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치 않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음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아무리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표현한다 할지라도 예술 작품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걸러지고 선택되어 표현된다. 예술은 사람들을 결합하고 어떠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수단이다. 벽화는 네안데르탈인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임이 틀림없다.


네안데르탈이 동굴 안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까지 탐스럽게 열려있었던 사과가 다 사라졌다며 혹시 사피엔스의 짓일까 의심하며 분통해한다. 맞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들 중 한 명이 일어나 벽에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한다. 동굴 벽에 그려진 벽화는 '사피엔스를 조심하자!' 일지도 모른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만큼의 인지능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된 이유를 설명하는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을 제시한 사람은 저명한 인류학 연구소로 알려진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스반테 패보' 박사였다.


스반테 패보(Svante Pääbo, 1955년 4월 20일 ~) : 스웨덴 출신의 유전학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진화인류학 부장.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최초로 해독했다.


패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의 화석에서 나온 DNA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분석한 결과, 현재 사피엔스가 가지고 있는 DNA가 네안데르탈의 DNA와 약 4퍼센트 일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네안데르탈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서의 교배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에게 물려준 유전자는 인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몸에 남아있는 털과 굳센 피부는 추운 기후를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혈액을 다른 동물에 비해 더 빨리 응고시켜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능력 또한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의 교배설에 대해 심란하지만 '짜릿하다'라고 표현한 하라리는 정작 이 가설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 집단에 섞인 네안데르탈인은 극히 일부였다고 주장한다. 전체 DNA에 얼마 나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휴먼 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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