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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영 Apr 07. 2021

<영어 지문 속의 인문학> 눈치와 배려의 사피엔스!

feat. 인류의 역사 두 번째 이야기. <휴먼 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네덜란드 역사학자 <출처 : 서울 신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자신의 저서 <휴먼 카인드>을 통해 하라리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학살설'이 성악설에 치중되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브레흐만의 사피엔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성선설에 입각한다. 사피엔스가 형제 살인을 감행할 만큼 근본적으로 악하지 않을 거라고 브레흐만은 믿는다. 브레흐만은 사피엔스가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로 하라리가 언급했던 '집단 간에 사회성'에 더 비중을 둔다.

Evolutionary biologists believe sociability drove the evolution of our complex brains. Unlike the Neanderthals, their social groups extended far beyond their own families. Remembering all those connections, who was related to whom, and where they lived required considerable processing power.  
[2020년 11월 고2 전국 연합 모의고사 41번]

진화생물학자들은 사회성이 우리의 복잡한 뇌의 진화를 이끌었다고 믿는다.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르게 사피엔스의 사회 집단은 그들 자신의 가족을 훨씬 넘어서 뻗어 있었다.

화석 증거는 사피엔스가 240km 이상의 먼 거리를 왕복하며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거래를 위해서, 음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뒷담화를 나누기 위해서였을까? 무엇 때문에 그리도 먼 거리를 돌아다녔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보다 훨씬 더 넓은 활동범위를 가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7만 년 전의 일이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이 함께 공존했던 시절은 둘 다 수렵채집을 하며 소규모의 집단을 이루고 살던 때였다. 이 평야에 사는 사피엔스와 저 언덕에 사는 네안데르탈, 이 산 너머에 사는 사피엔스와 저 강 너머에 있는 네안데르탈이 서로의 경계를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는 이야기다. 이 둘은 무려 4만 년을 같이 지냈다.


사피엔스끼리는 서로 소통이 잘 되었고, 네안데르탈은 소통이 안 되었다. 사피엔스는 소통을 좋아해 사회성이 좋았고, 네안데르탈은 소통을 싫어해서 사회성이 좋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피엔스는 소통을 잘할 수 있었고, 네안데르탈은 소통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둘 다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하이에나의 조상이 남긴 고기를 획득하기 위해 일대일로 대치하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서로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가능했다. 언어 일수도 있고 몸짓 일수도 있다.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는다면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행히도 싸움이 벌어진다면 결론은 뻔하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강한 신체적 능력을 가졌다. 지능은 똑같다. 혹은 네안데르탈이 사피엔스보다 지능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이는 장성한 어른과 초등학교 5학년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네안데르탈이 사피엔스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했을 거라 상상하면 안 된다. 정상적 지능을 가진 어른은 고기를 가져가겠다고 무작정 아이를 두들겨 패지는 않는다. 다만 네안데르탈도 사람인지라 배가 고프다. 고기를 집으로 가져갔을 때 기쁘게 자신을 맞이해 줄 가족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래서 양보는 쉽지가 않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른 해답 일지 생각하며 앞에 서 있는 사피엔스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네안데르탈만큼 사피엔스도 사람이다. 음식만 보면 으르렁 거리는 원초적이고 사나운 천성은 애초에 없었다. 사피엔스는 눈썹을 아래로 떨구고 입을 삐죽이 내민다. 그새 촉촉이 젖은 흰자위 안의 검은 눈동자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네안데르탈을 멋쩍게 바라본다. 사피엔스는 겸연쩍게 달아 오른 얼굴로 네안데르탈을 보며 씩 웃는다. 네안데르탈의 반응은 냉랭하다. 고기를 들고 휑하니 가버린다. 쫒아가서 다시 한번 네안데르탈을 애원하듯 쳐다봐도 아무 소용없다.


네안데르탈은 사피엔스의 얼굴 표정과 몸짓에 이렇다 할 감흥을 받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네안데르탈의 얼굴 표정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사피엔스의 그런 표정과 몸짓은 본 적이 없어서 도무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네안데르탈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달랐다. 사피엔스는 다른 영장류와 네안데르탈에 비해 턱없이 약한 신체적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적어도 10만 년 동안 다른 방향의 진화가 이뤄졌다. 풍부한 얼굴 표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눈썹의 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네안데르탈이 가진 커다랗고 튀어나온 눈썹 뼈와는 달리 사피엔스의 눈썹 뼈는 작고 낮았다. 이를 통해 눈썹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출처 : 뉴욕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교수팀은 약 440만 년 전부터 인류의 얼굴이 변모한 과정을 연구해 '네이처 생태 진화'에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수백만 년 동안 식습관 등 문화의 변화와 기후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변화했다. 특히 눈썹 뼈가 미묘한 표정을 더 잘 지어서 의사소통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러나는 감정을 서로 공유하고 이해함으로써 사피엔스는 서로를 신뢰할  있었고, 효율적으로 협동할  있었다. 사피엔스가 일대일로 맞붙어 이길  있는 동물은 토끼 정도다. 사피엔스에게 협동은 생존에 필수였다. 사피엔스는 처음 보는 다른 집단의 사피엔스와도  어울리고 협동할  있었다. 물소 떼를 만났을 , 평야에 살았던 사피엔스와  너머에 살았던 사피엔스는 뒷담화는 커녕 대화도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었지만 서로의 호흡은 찰떡같이  맞았다. 완벽한 신뢰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사피엔스끼리는 눈썹의 표현으로 드러나는 얼굴 표정을 통해 서로 '눈치' 통했고 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냥을 수행할  있었다.


사피엔스(왼쪽)와 네안데르탈(오른쪽) 두개 골을 비교한 모형 <출처 :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소통과 공감은 '언어'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드러나는 감정을 정확하게 읽을  있을 , 때론 드러나지 않는 감정조차도 짐작하여 헤아릴  있을  비로소 진정한 공감과 신뢰가 형성된다. 눈썹의 진화는 사피엔스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게 만들었고, 눈치껏 행동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믿고 배려할  있었던 사피엔스 집단의 협동은 모든 종을 압도하는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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