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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영 Apr 09. 2021

<영어 지문 속의 인문학> 사피엔스는 살인범이 아니다!

feat. 인류의 역사 세번째 이야기

Cute, baby-like features are inherently appealing, producing a nurturing response in most humans.
[2017년 6월 고3 수능 모의 평가 35번]

아기 얼굴과 같은 귀여운 이목구비는 대부분의 인간이 돌보고 싶은 감정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사람들은 귀여움에 끌린다. 미키 마우스가 세대를 초월하며 인기를 얻고, 판다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이다. 1928년 처음 등장했던 미키마우스의 모습은 오늘날 더 귀여워진 모습으로 바꿨다. 판다 역시 눈 주변의 검은 털로 귀여움을 더해 오늘날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각인효과로 유명한 노벨 생리학, 의학상 수상자 '콘라트 로렌츠'는 사람과 동물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치명적 귀여움을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고 불렀다. 베이비 스키마가 뚜렷한 대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고 애정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늑대보다 개를 더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각인(imprinting) :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새끼오리들이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 이런 행위를 각인(imprinting)이라 부른다.


콘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년 ~ 1989년)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출처 : 위키백과>


역사의 어느 한순간, 인류의 조상은 늑대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수렵 채집 시절, 인간은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늑대 새끼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키우는 과정에서 아무리 영리한 늑대라도 인간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이 보이면 그 늑대는 즉시 고기와 가죽으로 변했다. 현재 몽골 유목민은 아직도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과거 인간의 조상도 그 철칙을 지키며 오로지 온순한 늑대만을 키웠고 계속 번식시켰다. 인간과 함께한 늑대는 더 이상 야생에서 생존할 필요가 없었다. 인간이 요구한 기능만을 남긴 채 늑대의 뇌는 점점 작아졌다. 

Animals who were fed and protected by humans did not need many of the skills required by their wild ancestors and lost the parts of the brain related to those capacities.
[2020년 11월 고1 전국 연합 모의고사 30번]

인간이 먹이를 주고 보호해 주는 동물들은 야생 조상들에 의해 요구된 기술 중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그러한 능력들과 관련된 뇌의 부분들을 잃어버렸다.

늑대들은 마치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성장을 멈췄고 더 귀여워졌다. 몸집도 작아지고 귀가 아래로 처지면서 꼬리가 말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이빨도 줄어들고, 주둥이도 짧아지며 수컷은 더 암컷을 닮아갔다. 머지않아 인간은 자신을 향해 침을 흘리며 꼬리를 흔드는 '개'를 가지게 되었다. 개는 외모가 귀여워지면서 지능도 발달했다. 개는 인간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했다. 인간의 눈치를 보며 명령에 잘 따랐고, 인간과의 복잡한 소통도 원활했다. 개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영리하고 인간에게 충성을 다하는 종으로 자리 잡으며 인간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의 성공 비결은 '인간과의 친화력'이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브레흐만은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사피엔스가 가진 '아기 얼굴'에 대해 언급한다. 사피엔스의 얼굴은 네안데르탈에 비해 동안(童顔)이었고 몸은 갈수록 여성스럽게 진화했다. 특히 치아와 턱뼈는 '유형 진화'했다.


유형 진화(幼形進化): 해부학적 용어로 어른이 되어도 아이의 형질이 남게 되는 계통발생적 변화


(神) 네안데르탈에게 우월한 신체적 능력을 주었고, 사피엔스에게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있는 외모를 주었다. 사피엔스는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인구도 늘어났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어느덧 네안데르탈보다  똑똑해졌고 기술도 좋아졌다. 네안데르탈은 외로운 늑대였고, 사피엔스는 같이 있어 행복한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늑대를 이길  없다. 어쩌다 한번 힘을 합쳐 늑대를 물리칠 수는 있지만, 존재하는 모든 늑대를 멸종시킬 힘은 없다. 설사 그럴 힘이 생긴다 해도 강아지가 그럴 의지를 가질리 만무하다.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의 교배설, 사피엔스에 의한 네안데르탈 학살설이 아니라고 가정해 본다면, 네안데르탈이 지구 상에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는 마지막 빙하기를 맞이한다.


마지막 빙하기 : 기원전 11만 5000년 전부터 기원전 1만 5000년 전


혹독한 추운 기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네안데르탈과 사피엔스 중 누가 더 유리했을까? 정답은 우리가 알고 있듯 '사피엔스'의 압승이었다. 네안데르탈이 사피엔스보다 추운 날씨에 더 익숙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이 더 유리했을 거라 판단하기 쉽다. 네안데르탈은 방심했다. 마지막 빙하기는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추위였다. 또한 이를 이겨낼 방법 또한 네안데르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Since the Neanderthals had already become acclimatized to cold conditions for at least 200,000 years in Europe, it may seem counterintuitive that they lost out to the new arrivals, who were not only unaccustomed to cold climate but who came from a subtropical African climate, via the Near East. It appears that the technological superiority of Homo sapiens played a role.
[2020년 10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38번]

네안데르탈은 이미 유럽에서 적어도 20만 년 동안 추운 기후 환경에 적응했다. 네안데르탈이 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서 아열대의 아프리카 기후 지역에서 근동(近東)을 거쳐 이동 해온 사피엔스에게 밀려났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기술적 우위 때문이었다.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은 마지막 빙하기 동안 한 겹으로 만들어진 동물 가죽 옷만 착용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사피엔스는 발달된 바느질 기술을 이용해 두 겹 이상의 가죽 옷을 착용했고, 단추로 단단히 고정시킴으로써 보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The ability to create woven clothing would have offered material advantages to our early ancestors once they had left Africa for cooler areas. 
[2021년 4월 고3 전국 연합 모의고사 30번]

직물 옷을 만드는 능력은 아프리카에서 더 추운 지역으로 떠난 우리의 선조들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 했다.

추운 날씨 탓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찾기 힘들었고, 사냥감은 줄어들었다. 네안데르탈은 눈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서로 협동하며 사냥하는 사피엔스의 모습을 추위에 떨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보다 가혹한 추운 기후에 적응을 더 잘했다. 함께 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

             







우리는 모두 사피엔스다. 우리가 수백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함께 살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가슴이 허해졌다면, 최재천의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와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읽고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눈썹을 한껏 치켜세우며 아기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보자. 우리는 서로에게 그럴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은 지금 박물관에 있고, 우리는 그 모습을 유리벽 너머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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