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4편
라바트 바로 옆에 있는 마을 임디나(Mdina).
임디나는 성채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로
라바트가 서민들의 도시라면, 임디나는 주로 귀족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이었다.
입구가 어디 있는지 몰라 주변을 뱅뱅 도는 중.
성안으로 들어서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마차가 눈에 띈다.
중세 도시 안을 마차를 타고 돌아다닌다면 마치 그 시대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말은 못 타겠다. 관광용 말 학대에 관한 기사를 보고 나서는 더더욱.
입구 근처에 인포메이션이 있다.
들러서 지도도 챙기고.
일단 식사부터 해결해야 했다. 배가 등에 들러붙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파스타를 주문했다.
가격은 7~9유로 선. 양도 괜찮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레스토랑 근처에 배스천 광장(Bastion Square)이 있었다.
몰타에서 두번째로 높은 지형으로, 전반적으로 산이 없는 지형이라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날이 좋으면 발레타까지 보인다고 한다.
날씨가 유독 좋았던 이 날 본 풍경은 몰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성 바울 대성당(St Paul’s Cathedral).
몰타 최초로 지어진 성당이지만, 여러 번 파괴와 복구가 반복된 역사가 있다.
지금 모습은 약 300년 전, 로렌조 가파라는 건축가가 재건축한 것이다.
성당 외벽에는 두 개의 시계가 있는데
왼쪽은 날짜를 오른쪽은 시간을 가리킨다고 한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라서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본다.
임디나는 청동기때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굉장히 오래된 도시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몰타의 수도였지만, 수도가 발레타로 이전된 후 점차 사람은 줄었다.
'침묵의 도시'라고 불리는 것도 그때부터였다.
현재는 100가구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임디나 골목길은 무척 좁고 길며, 휘어져 있다.
적이 침략했을 때, 추격이 어렵도록 전략적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골목을 걷다 보면 중세 마을 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럽의 일반적인 건축 스타일이 아닌 딱히 규정할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 낯설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이 마을엔 한 때 이곳을 지배했었던 노르만 건축 양식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현재 예전의 것을 그대로 두는 건축 규정이 있다고 하니
이 도시의 보존을 위해 나라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기념품점에서는 재밌는 모양의 문고리를 팔고 있는데,
실제 비슷한 모양의 손잡이를 골목을 돌며 많이 봤다.
돌고래 손잡이가 탐이 났지만 쓸모없을 것 같아 구경만 했다.
마을 한 바퀴를 다시 돌아본 후 성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봤는데도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었다.
메인 게이트.
임디나로 들어가는 문은 4개가 있는데, 이 메인 게이트가 가장 볼만하다.
사자 문양은 당시 기사단장 집안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늦은 오후 햇볕을 쬐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일단 나는 다시 슬리에마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