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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주야 작가 May 16. 2016

진달래 화전

작년 봄, 진달래 화전  만들던 기억을 떠올리며..

 출근길에 철쭉이 지고 있는 것을 보다가 문득 올해는 진달래 화전도 못 만들어 보고 봄을 보낸 것에 '아...' 하는 소리가 절로 길게 나왔다. 


 잠시 한 달전을 생각하니 이 일 저 일로 올 봄 마음에 여유가 없긴 했었다.


 나름  위로하며.. 

2015년  봄, 내 카스에 올려둔 진달래 화전 만들기 과정샷을 하나 하나 다시보니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예쁘다.

그래서  넓은 이 곳에 펼쳐 보이려 한다.


 작년 봄 4월 어느 날

검정색 작은 플라스틱 그릇 하나 들고 진달래 꽃을 찾아 지인과 함께 독립문 근처의  산올랐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때여서 하얀색 배경을 계속 뒤 로하고 얼마쯤 올랐을 때 쯤 돌틈 주변에 보라색 제비꽃 군락지가 보여서 제비꽃도 줄기째 똑똑 끊어 담고, 이제 막 솜털 뽀얗게 지천으로 자라난 애기쑥과 들국화 잎까지 흙먼지 털어가며 조심히 담았다.

 

 진달래가 좀 처럼 나타나지 않으니 개나리, 벚꽃, 홍매화등 눈에 익숙한 꽃들도 따서 담기 시작했다. 풀밭에 흔하게 핀 독이 있는 노란 애기똥풀 꽃은 눈으로 감상만 했다


 얼마  후, 멀리만 보이던 진달래가 내 손끝에 닿는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동시에 느껴지는 그 여린 꽃잎의 싱싱한 촉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촉감이 좋아서  그릇을 거의 채울 만큼 신나게 땄던 것 같다.

작은 플라스틱 그릇을 채운 진달래 꽃

 그리고 나서 산을 내려와 본격적으로 화전 만들기 준비를 시작했다. 꽃 부터 먼저 한 장 한 장 찬물에 살살 씻어 종이 위에 펼쳐 말렸다. 

꽃술을 모두다 제거해주고  다듬어 깨끗하게 정리 한다.

키친타올 위에 펼쳐 놓은 꽃들

 그사이에  찹쌀 가루에 소금을 넣고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하여 반은 하얀 반죽, 나머지 반은 백년초 가루를 조금 섞어 분홍반죽을 만들고 동그란 화전 반죽안에 흰색과 분홍색이 반씩 보이게 빚어냈다.

두가지 색의 동글납작한 화전 반죽을 빚는다


 그 다음 물기를 뺀 꽃잎들을 적절하게 올려준다. 쑥과 들국화 잎도 적절히 넣어주고 대추도 돌려 깍기하여 잘게 썰어 얹었다.


 사실 이 작업이 제일 재밌고 신난다.

미술 시간에 했던 꾸미기 공작을 하는 기분도 들고 자연의 색상을 있는 그대로 장식 하는  작업에서 때묻지 않은 놀이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익반죽 위에 꽃잎과 쑥 대추고명등을 보기 좋게 장식한다

 그 다음 기름을 조금 두르고 키친타올로 얇게 칠한 팬에 화전을 하나씩 올려서 약한 불에 부쳐낸다. 이때 티스푼 하나 정도의 수분을 넣어주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구워진다.


구수한 냄새가 나면서 가장자리가 들썩거리며 뒷면이 거의다 익어갈때 쯤 살짝 뒤집어 꽃을 얹은 앞면을 익힌다.


 너무 오래두면 꽃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봐가며 익힌다. 또, 뒤집다가 꽃이 밀려 찢어지거나  박아둔 대추고명 떨어질 수 있어서 조심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뒤집어 예쁜그릇에 하나씩 펼쳐 담고 꿀이나 조청을 위에 뿌려 마무리한다.

예쁘게 구워진 진달래 화전

 꽃을 따서 씻고, 말리고, 다듬고, 떡반죽하고, 장식 하고, 조심스레 구워내는 일까지 이렇게 잔손이 많이 들어가는 공정 끝에 화전이 완성되었다.


 아..아까워서 어떻게 먹을까!.

생각보다 너무 곱게 만들어졌다. 

이 고운걸 보려 하루 반나절 그  긴시간을 보냈구나 싶은게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컸다.

 접시위에 담긴 화전을 보니 마치 한복을 곱게 입은 규수들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맛은..?

일단 눈으로 본 색감을 가지고 맛을 예상하며 한입에 넣는다.

 구수하게 구워진 찹쌀향에서 바스락 하는 식감을  먼저 느끼고 이어 달짝지근한 꿀맛과 함께 대추향이 퍼진다.

오물 오물 천천히  찹쌀전을  꼭꼭 씹으며 진달래 맛과 제비꽃 맛을 상상할 때 쯤이면 씁쓰레한 쑥향이 올라오며 목으로 넘어간다. 

담백하지만 상상하며 먹으면 단조롭지 않은 그런 맛이다.


 4월의 진달래 화전은 혼자 먹기 아깝고, 혼자 보기 아까운 그런 음식이다. 무엇보다 공들인 시간에 비해 한 입에 끝나버리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고 또  아쉬운... 그런 기분이 오래남는다

 난 저걸 만들고 나서 3~4개 빼고는 모두 지인들과 나누었던 생각이난다.


봄이 담긴 꽃의 에너지를 먹고 만든사람의 정성과 즐거움을 느껴보는 봄이 또 언제쯤 찾아 올지 기대해  본다.

2015년 4월의 진달래 화전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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