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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Nov 16. 2021

단풍 명산 내장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73화 내장산 1

매년 이 맘 때면 항상 교통대란에 몸살을 앓는 내장산.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풍철만 되면 내장산 단풍 앓이를 한다는 증거다.

그래서 순수하게 산행을 하는 산객들도 단풍 산행을 하려면 행락 인파를 뚫고 올라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ktx를 타고 갔다.

그러나 정읍역에서 내장사까지 가는 여정이 문제였다.

택시를 탔는데 역시 궂은 날씨에 이른 시간인데도 차가 엄청나게 막힌 것이다.

차라리 정읍시내에서 내장사 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타는게 더 나은데 판단을 잘 못 한 것이다.

셔틀버스는 전용 도로로 빨리 가는데 반해서 택시는 막히는 일반도로로 가기 때문에 도착시간은 훨씬 늦었다.



벌써 내장산 단풍구경과 산행은 7번쯤은 되는것 같다.

그중에 산행은 4번째다.

그러나 아직 한번도 제대로 된 단풍을 구경하지 못했다.

그동안 3번의 산행중 한번은 우중산행.

두번은 시기가 맞지 않아서다.



그런데 네번째인 오늘도 역시 비가 내린다.

산행이 아니라면 비오는 날 단풍구경도 운치가 괜찮다.

단풍잎이 비에 젖으면 색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사실 내장산 단풍은 산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주차장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집입로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등산객보다 단풍놀이 하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거의 유원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수학여행 1번지 였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관광 1순위였다.

그러다보니 단풍구경보다 사람구경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언젠가 아들하고 산행하러 왔다가 주차를 못해서 거의 뒤돌아가다시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내장산은 절대로 차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



내장사 가는 길.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옛날에야 내장산 단풍이 최고였지만 사실 지금은 다른 곳도 아름다운 단풍 명소가 많은데 유독 내장산으로 많이 몰린다.

아마도 한 번쯤 와 봤을 추억때문이 아닐련지...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그 빗방울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단풍이 마치 꽃길을 만들어 놓은듯 했다.



아무튼 이번에야말로 단풍 적기를 잘 맞춰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비가 온 것이다.

거의 매주 산행을 하지만 산에서 비를 만난적은 그리 많지 않은데 유독 내장산에만 오면 비가 내린다.

그래서 아직 내장산과의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고 절정을 맞고 있는 단풍.

이렇게 맞추기도 쉽지 않은데 그 넘의 비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제 진입로 구간이 끝나고 내장사 경내로 통하는 일주문을 지난다.

일주문은 말 그대로 좌우 하나의 기둥으로 지어진 문이다.

속세와 불국의 경계를 의미한다.

속세의 온갖 번뇌와 욕망을 버리고 신성한 불국세상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다.



일주문을 바로 지나면 우측으로 백련암 가는 길이 나온다.

그 백련암 옆으로 서래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기때문에 백련암을 향해서 간다.



백련암 대웅전.

백련암은 서래봉 밑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사실 유명세는 내장사가 타고 있지만 절마당의 운치로 치면 그에 못지않다.

백련암은 중앙에 대웅전이 있고 양 옆으로 전각들이 정확한 대칭을 이루어 배치되어 있다.



백련암은 원래는 백련사였다고 한다.

백제 의자왕 20년 유해스님이 세웠다고 하는데 이후 추사 김정희가 벽련사로 바꾸어 부르고 현판을 써서 걸었으나 한국전쟁때 소실된 후 언젠가부터 백련암으로 격하되어 불리게 되었단다.



아무튼 가을 산사의 운치를 느끼기에는 이만한 절도 없을듯 하다.



대웅전 뒤로 올라야 할 서래봉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이시간.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앞에 있는 사람.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

백련암 한쪽에 쓰여진 '영원한 행복'이라는 좋은 글중의 일부이다.

가장 간결한 진리와 같은 좋은 글을 가슴에 새기고 서래봉을 향해서 출발한다.



백련암을 끼고 가파른 돌계단을 40분쯤 오르면 서래봉 정상에 설 수 있다.

비바람 때문에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오른 서래봉 정상은 그래도 사람들로 빼곡했다.

왼쪽 중앙에 솟아오른 봉우리가 내장산의 정상인 신선봉이다.



서래봉 정상에서는 앞쪽으로는 내장산의 전경과 내장사가 조망되고 뒷쪽으로는 이름모를 산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산그리메가 조망된다.



서래봉에서 본 백련암전경이다.

서래봉은 모낼때 무논을 가는 써래를 닮았다고 해서 서래봉이라 부르는 봉우리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망이 아주 좋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세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다음 봉우리인 불출봉으로 향했다.



백련암 풍경을 가운데에 두고 서래봉 능선을 걷는다.

서래봉 능선은 제법 험한 암릉길이다.

물론 다양한 안전시설이 되어 있지만 오르락 내리락 거리느라고 체력소모가 컸다.



그 중간중간의 조망점마다에서 보는 백련암 풍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우리 일반인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전형적인 산사의 모습이다.



불출봉에서 본 내장사와 백련암 전경이다.

서래봉에서 불출봉까지는 오르락 내리락 철계단을 40여분 걸어야한다.

그러는 동안 바람에 비까지 내렸지만 비는 가랑비 수준이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그렇다고하더라도 산행에는 별 지장이 없었지만 사진찍는건 포기 해야했다.



저 아래 내장사가 보인다.

불출봉은 그 자체는 별로 볼품이 없었지만 전망은 서래봉 못지않게 아주 좋았다.

날씨만 좋었더라면 울긋불긋한 내장산 단풍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을 터이다.



가야할 능선이다.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그리고 정상인 신선봉이 원을 그리고 있다.



내장저수지

가야할 길은 까마득한데 비바람은 그칠줄 모르고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암릉길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어서 아예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 넣어야 했다.



아무튼 내장산과의 인연은 이번에도 좋지않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산행중 마지막 사진이다.

거세진 빗줄기와 구름에 덮힌 시야 때문에 카메라는 더이상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인증샷 없이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을 감정없이 기계적으로 넘어서  정상인 신성봉에 올라섰다.

그러나 역시 인증샷 없이 비내리는 정상석을 눈도장으로 대신하고 바로 하산해야 했다.

내장산은 최고봉인 신선봉( 763m)을 비롯한 불출봉(610m) 서래봉(580m)등 많은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그 봉우리들은 내장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빙 둘러있는 형국이다.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은 봉우리가 수려하고 전망이 좋아서 내장 9봉이라는 내장산의 봉우리들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내려와 머물렀으나 산이 높아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해서 신선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단다.



산행 내내 내리던 비가 하산 완료 지점인 내장사에 도착하자마자 얇밉게도 뚝 그친다.

이거야 원~

하늘을 원망해야 하는건지 그나마 아랫쪽 단풍이라도 구경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것인지....



내장사에서 본 서래봉이다.

언제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냐는듯 하늘이 개었다.



비내리는 내장사는 온통 붉은 세상이다.

특히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단풍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단풍만 멋있는게 아니다.

행복해 하는 사람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저기 사람이 없다면 고즈넉하긴 하겠지만 얼마나 황량할까?

행복도 전염이 된다는 말.

그 말이 실감이 되는 장면이다.

온갖 이쁜척,멋있는 척,포즈를 취하며 찍히는 사람의 행복은 뷰파인더를 통해서 찍는 사람에게 전달되는듯 했다.

그래서 찍는 사람 또한 행복해 보였다.

찍히는 사람이나 찍는 사람이나 그냥 서있는 사람이나 이 순간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된 듯 했다.

그리하여 그 행복한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절정의 가을풍경의 일부분이 되었다.



나도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는 만추의 비에 젖은 산사의 단풍 풍경 삼매경에 잠시 빠져본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줄서있는 사람들.



내장산은 원래 영은산이라고 했던 산이다.

그러다가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내장(內藏)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971년 11월 17일 인근 백양사 지구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총면적은 81.715㎢에 달하고 전라북도에 47.504㎢, 전라남도에 34.211㎢ 포함되어 있으며,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 있다.



네번째의 실망이 끝났다.

정말 내장산 산행을 할려면 부처님이든 하느님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기도 하고 와야 할까보다.

아무튼 그래도 이번엔 산에서는 한치 앞만 보고 내려왔지만 내장사 주변에서는 최절정의 환상적인 단풍을 즐겼다.

비온 뒤라서  형형색색의 단풍은 더욱 선명했고 다른 해에 비해서 월등히 고운 단풍을 최적기에 감상할 수 있었다는데 위안을 삼고 산행을 마쳤다.


*산행코스:주차장 ㅡ일주문 ㅡ백련암 ㅡ서래봉ㅡ불출봉 ㅡ망해봉 ㅡ연지봉ㅡ까치봉 ㅡ신선봉 ㅡ연자봉삼거리 ㅡ내장사 ㅡ주차장(보통걸음 6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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