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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Nov 30. 2021

늦가을 강천산에 무지개 뜨다.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76화 강천산

강천산은 백양사와 더불어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산이다.

그러나 이미 늦가을로 접어들어서 화려한 단풍구경을 하기에는 늦은 날. 

아직은 남아 있을지도 모를 가을의 정취를 찾아나섰다.



전라북도 순창과 전라남도 담양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강천산은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당일산행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하루 쉴까 하다가 가는 가을도 아쉽지만 다음주엔 또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냥 습관적으로 배낭을 꾸려서 나섰다.



강천산 가는 길

강천산이 있는 순창은 분지와 다름 없는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가을 풍경이 아름다워서 추령이라고 했다는 고개가 있다.

정읍에서 순창으로 넘어가는 그 '추령'은 말이 고개이지 구불구불 한 참을 오르면 다시 내려가는게 아니라 그냥 또다시 평지가 펼쳐지는 고개다.

분지같은 느낌의 평지인데 분지라는 말을 쓰지 않는것을 보면 지정학상으로는 분지로 분류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마치 산을 올랐는데 들판이 나온 느낌이랄까?

아무튼 강천산 방향으로 그렇게 들판길을 달리다보면 담양에서나 봄직한 메타세콰이어길이 나온다.



담양처럼 차량을 통제하지 않아서 마음 놓고 걸을 수는 없지만 풍경 만큼은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래도 이른 시간이라서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서 잠깐 차를 세우고 몇 컷 카메라에 담고 간다.



대부분의 단풍이 이미 지고 없는 늦가을인데도 메타세퀘이아는 이제야 한창이다.



이른아침 잘 익은 메타세퀘아길을 달리는 기분이 마치 다른 세상에라도 온 듯 했다.

영화같은 풍경의 길을 달리는 기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만난 것이다.



메타세콰이어는 사실 권위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나무다.

5.16구데타를 성공한 박정희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

그때 방문한 미국의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보고 혼잣말처럼 "우리나라에도 저런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행중이던 관계자들이 속전속결로 들여온 나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생태계 교란과 정서적 이질감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 전국 곳곳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여행 명소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병풍폭포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병풍폭포는 수량이 적어서 밋밋했지만 비온 뒤에는 정말 대단한 광경을 연출 할것 같은 폭포다.

사실 병풍폭포는 2003년 조성한 인공폭포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멋은 없다.

그 폭포가 흐르는 바위가 병풍바위다.

전설에 의하면 강천사()를 찾아가는 사람이 병풍바위 밑을 지나면 죄를 뉘우치게 되고 깨끗해 진다고 한다.

병풍바위가 넘어져 자신을 덥칠것 같아서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기 때문이란다.



병풍폭포를  지나면 바로 우측으로 깃대봉으로 오르는 제4코스 들머리가 있다.

4코스의 초입부는 볼거리도 조망도 별로 없는 동네 뒷산 같은 등산로다.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코스다.



깃대봉 오르는 길에 만나는 첫 조망이다.

깃대봉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30분쯤 빡세게 오르면 나오는 깃대봉이지만 그냥 이름만 있는 봉우리나 다름 없다.



왕자봉

깃대봉에 이어서 나오는 강천산의 정상 왕자봉이다.

높이는 584m로 역시 깃대봉처럼 조망이나 특색이 전혀없는 정상이다.

깃대봉에서 왕자봉까지는 약간의 오르막이 가미된 능선길이다.

참나무류가 많은 숲길로 20분쯤의 거리를 살방살방 걸으면 나온다.

아무튼 정상의 모습만 보면 왜 강천산이 100대 명산에 포함이 되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정상석만 덩그러니 서있는 정상은 역시 인기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산의 정상들과는 다르게 그냥 지나치기 바쁘다.

나도 인증샷만 남기고 바로 현수교 방향으로 진행했다.



하산하는 중간에 내려가야 할 현수교 방향 조망이다.

저 아래 현수교가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변덕스런 날씨가 비바람을 뿌리기 시작했다.

비는 이내 그쳐서 우의는 입지 않았지만 찬바람은 계속 불어댔다.



이윽고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예상했던대로 단풍은 거의 끝이 나고 마지막 가을의 정취를 느낄만큼만 남았다.

말 그대로 딱 늦가을 정취다.



황량해진 풍경만큼이나 사람들도 썰렁하다.

지난주 쯤에는 아마도 단풍놀이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리라.



전망대에서 내려와 구름다리를 건넌다.

요즘에야 전국 방방곡곡에 우후죽순처럼 구름다리들이 조성되었지만 강천산 구름다리는 1980년에 조성되어서 구름다리가 흔치않던 당시엔 인기가 높았던 구름다리다.



물 없는 용머리 폭포와 구름다리에서 본 풍경들이다.



산행이 너무 싱겁게 끝났다.

그래서 구름다리를 건너서 예정에 없던 신선봉 전망대 방향으로 오른다.



신선대 전망대에서 본 왕자봉(정상)

신선봉 전망대에 올랐다.

현수교를  건너서  급경사를 20여분쯤을 오르면 나오는 전망대다.

전망대에서는 조금 전 내가 올랐다가 내려온 건너편 강천산 정상을 직시 할 수 있고 강천사 전경을 조망할 수도 있었다.



계곡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강천사 전경이다.



강천사는 대부분의 단풍이 지고 없지만 남아 있는 단풍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적당히 떨군 잎들 덕분에 여백의 미가 있어서 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망대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때 갑자기 눈보라가 친다.

그러나 눈보라는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그덕분에 강천사 위로 무지개가 떳다.



일곱빛깔 무지개에 휩싸인 강천산과 강천사 전경이다.

강천사를 한 가운데 두고 ,그것도 아주 선명한 일곱빛깔 무지개가 떳다.



더군다나 눈보라가 치면서도 강천사 절마당엔 화사한 햇살이 비추는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했다.

눈보라가 치고 흐린날 절마당을 에워싼 무지개.

그리고 그 절마당엔 화사한 햇살.

마치 어느 신화나 전설의 한구절 같은 신비한 풍경이 펼쳐졌다.   

평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무지개를 산정에서 본 것이다.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상서로운 자연현상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다.



다시 당겨 본 강천사 전경이다.



다시 조금 전에 내가 올랐던 건너편 강천산 정상부다.

 


강천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다.

높이가 584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주변에 신성산,금성산,광덕산등 비슷한 높이의 산들이 깊은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보통은 산이름을 따서 절 이름이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더러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곳 강천산도 그런 경우다.



절이름 강천사에서 산이름 강천산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강천사는 선조때의 학자 송익필이 이곳에 유숙하며 지었다는 시의 제목 강천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강천산은 윗쪽 산정의 풍경보다 아랫쪽 계곡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 산이다.

더군다나 강천사 부근은 인위적으로 조성을 해서 말 그대로 공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떨어져서 또다른 꽃으로 변신한 애기단풍잎.

꽃처럼 아름다운 낙엽이다.

그래서 늦가을의 정취는 또다른 멋이 있다.



멋만 있는게 아니다.

그윽한 낙엽의 향기는 또 어떤가?

앙상한 나뭇가지에 흔들거리는 마지막 잎새들은 또 어떤가?

팔랑대며 가을바람에 제멋대로 구르는 낙엽은 또 어떤가?

초가을이나 피크때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늦가을 풍경들이다.



그러한 늦가을 풍경속을 걸어서 이제 강천사를 향해서 간다.

4코스를 이용해서 산행을 먼저 했기때문에 돌아가면서 강천사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모진 늦가을 찬바람이 미처 떨구지 못한 마지막 단풍잎을 사정없이 떨어뜨리고 있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모두 떨어뜨리고 말 것 같은 기세다.



기도 드리는 어머님의 모습이 애잔하기도 하고 엄숙하기도 하다.

기도 드리는 대중은 이토록 한 없이 겸손하고 한 없이 경건한데 불교나 기독교나 위에 있는 일명' 종교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왜 그토록 타락하고 탐욕적인지 모르겠다.



강천사 대웅전.

강천사는 대한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887년 신라진성여왕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절이다.

하지만 현재의 건물들은 임진왜란과 6.25등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된 것을 1959년이후 신축했다고 한다.

그놈의 임진왜란과 6.25는 문화재 파괴의 단골이다.

강천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오래된 맛은 없지만 자연스럽고 허술해서 오히려 정감있는 절이었다.



잠시 강천사의 아름다운 늦가을 정취에 취해보자.



대부분의 단풍이 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지기 좋은 곳 강천사.

사실 이무렵이면 가을의 정취보다는 삭막함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이곳 강천사 계곡은 워낙 아늑한 곳에 있어서인지 비바람에  흐린 늦가을 궂은 날씨였지만 전혀 삭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직도 거친 바람을 견뎌내고 있는 마지막 잎새들의 팔랑거리는 소리도 좋고, 그나마도 다 떨구고 난 나무들의 아직은 윤기흐르는 빈 가지도 좋았다.



뿐만아니라 제 몫을 다하고 땅에 떨어진, 아직은 퇴색되지 않은 고운 단풍잎이 이리저리 또르르 구르는 모양도 좋았다.

그렇게 삭막하지 않은 늦가을 정취가 듬뿍 풍기는 강천산에서 나의 5막 6장 가을의 막을 내렸다.

아무튼 강천산은 산행보다 소풍이 어울리는 산이었다.



산행코스:주차장 ㅡ병풍바위 ㅡ깃대봉 ㅡ정상(왕자봉)ㅡ현수교 ㅡ전망대 ㅡ전망대 삼거리ㅡ삼인대 ㅡ강천사 ㅡ주차장(6.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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