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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08. 2022

최단코스로 오르는 월악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83화 월악산

월악산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산이다.

그래서 어떤이들은 월악산을 설악산,치악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산이라고 일컫는다.

오늘 그 월악산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부처님은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사랑과 그리움에는 근심 걱정이 생기는 법이니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다.

뭐 꼭 부처님의 그 큰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만만치 않은 난이도의 겨울 월악산을 혼자서 간다.

그래서 가장 빠른 코스로 알려진 신륵사 코스를 택했다.



신륵사 코스는 설악산의 오색 코스처럼 가장 빠른코스 임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불편하고 가파른 등산로 때문에 찾는사람이 가장 적은 등산코스다.

내가 10시40분에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주차장에는 역시나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보물로 알려진 신륵사 3층석탑이다.

이 곳 신륵사는 여주 신륵사를 연상케 하는 이름 때문인지 규모가 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나의 상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의외로 작고 썰렁했다.

하지만 역사는 꽤 있어보인다.

안내문에는 신라 진평왕 4년(582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였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단다. 

이후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년) 때 원효대사가 고쳐 지었고, 고려 공민왕 때 무학대사가 다시 고쳐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 광해군때 사명대사가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내노라하는 큰 스님들이 중창을 거듭했던 사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썰렁했다.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산이라는게 이상할 만큼 한적한 등산로 들머리다.

아무튼 지금은 보기드문 옛날 신작로를 연상케하는 산길로 혼자서 터벅터벅 들어간다.



산길에 들어서자 듬성듬성 남아 있는 잔설이 겨울임을 상기 시켜주고 있었다.

눈이 내린지 몇 일이 지난것 같은데 응달이라서 아직 녹지 않은 것이다.

이윽고 산길은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바뀌고 형이상학적인 소나무가 고독한 산객을 반갑게 맞아준다.



신륵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음지가 많아서 눈이 내린지 몇 일이 지났는데도 눈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삼형제 소나무.

산을 다니면서 느끼는것 중에 하나가 나무도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이웃한 나무가 보편적으로 비슷한 형태로 자라는것을 보면서 말이다.

여기 이 소나무들도 한 날 한 시에 싹텄다고 하더라도 수 십년동안 세 그루의 나무가 똑같은 생육조건은 아니었을텐데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형태로 의좋게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겹게 보여서 '삼형제 소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본다.



그리고 그 위쪽으로는 형제소나무라도 되는듯 두 그루의 소나무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음지에는 잔설이 있어서 그나마 겨울 느낌이라도 있었지만 양지쪽은 빛이 바래고 말라서 부서진 낙옆이 삭막감을 더하고 있었다.

겨울 산행중에서 가장 무미건조한 산행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앙상하게 드러난 헝클어진 뿌리도 삭막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제 정확히 중간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여까가지는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에 기타 잡목이 어우러진 조금 삭막한 활엽수 숲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신륵사 삼거리까지 1km는 가파른 능선길로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삭막함을 덜어주는 길이다.



거리가 짧은 대신 볼거리가 거의 없는 삭막한 등산로.

그 삭막함을 벗삼아 혼자서 오르고 또 오른다.

아니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말없는 동행을 한다.

경쟁이 없는 산행을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무한경쟁의 사회다.

그 경쟁이 무한한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경쟁에 돌입해야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경쟁이 없는 곳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운것이 현실이다.

등산에서도 본의 아니게 경쟁을 한다.

아는사람과 함께 할때도 혼자일때도.

혼자일때도 모르는 옆사람보다 뒤쳐지는것이 신경 쓰이는 것은 평소에 몸에 밴 경쟁의식 때문이다.

오늘은 그런 경쟁에서 완전 해방된 날이다.

2.8km를 오르는 동안 내려오는 사람 딱 한사람을 만났을 뿐이니까 경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조건이다.



내려오시는 그분더러 벌써 정상까지 다녀오시냐고 물었더니 가도가도 끝이 없고 사람도 없어서 그냥 돌아 내려간다고 하신다.

하긴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걷는 재미도 솔솔한데, 그 재미를 모르는 사람은 오를 수 없는 지루한 길이긴 하다.



신륵사 삼거리에서부터는 정상까지 800여m의 거리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절경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800여m가 대부분 계단의 연속이기도 한 고난의 길이다.

오르고 올라도 끝이없는 계단.



눈앞의 기암괴석도 멋있지만 다양한 조망도 일품이다.

삭막한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온 산객에게 보상이라도 하는듯 한 풍경이다.

어떤 대단한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풍경이다. 



이제 마지막 계단을 오른다.

응달이라서 눈이 고스란이 남아있는 계단.

다리가 후들거려서 쉬고 또 쉰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비록 음지쪽이지만 겨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그 겨울 풍경에 위안을 얻는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고사목을 만난다.

워낙 바위산이라서 소백산이나 태백산처럼 아름드리 고사목은 아니지만 나름 척박한 환경에서 긴 세월 살아낸 나무일 것이다.




월악산 정상 영봉이다.

공식적으로 2시간20분이 걸린다는 거리를 3시간10분이 걸렸다.

거리로는 딱 3.6km이지만 난이도는 꽤 높았다.

월악산의 정상은 동양의 알프스라는 별명답게 조망은 일품이다.

치악산,소백산,도락산,금수산등이 겹겹이 에워싸고있는 환상적인 산그리메.

그리고 바로 아래로는 아름다운 충주호가 펼쳐져 있다.



눈꽃이나 상고대는  볼 수가 없었지만 정상부근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있어서 겨울 산행임을 실감나게 했다.

영봉 정상은 이번이 두번째다.

12,3년전에 아들과 함께 왔던 기억.

그때는 이렇게 힘드는줄 모르고 올랐는데 오늘은 참 힘들게 올랐다.

산은 그대로이겠지만 나는 그만큼 연식이 많아진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올라왔더라도 산은 항상 힘든 만큼 보상을 해준다.

그 보상은 아름다운 조망이다.

그 아름다운 조망에 취해서 30여분을 머물다 하산한다.



옛날 신라시대에는 월악산을 월형산(月兄山)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왜 월형산이란 이름이 붙었고 언제부터 월악산이라 바꾸어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단다. 



아마도 산 위로 뜨는 밝은 달 때문이 아닐런지.

아무튼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는 월(月)자가 붙은 산들이 많다.



또 비결잡록에는 '충주월악산하송계 불입병화보신산수'라고 하여 월악산을 병화를 피해 숨어 살만한 곳으로 기록하고 있단다. 

그런 연유로 백제나 후백제가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 했으나 대신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한다. 

그때 수도가 될 뻔 했다가 '와락' 미끄러졌다고 해서 한때 와락산으로 불리다가 '와락'이 '월악'으로 변했다는 재미있는 유래도 있다고 한다.



시야가 흐려서 또렷하지는 않지만 충주호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겨울산.

이 맛에 겨울산에 오른다.

산그리메중에는 역시 겨울산그리메가 최고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간다.

북쪽 사면이라서 눈이 꽤 깊다.

그래서 걷는게 아니라 미끄러져 내려간다.

눈길은 올라갈때보다 내려갈때가 더 위험하다.



산행시작 6시간 30분만에 신륵사로 원점회귀 하산을 끝냈다.

월악산은 정상인 영봉이1,097m, 중봉이 1,015m, 하봉이 933m다.

정상부의 대부분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1000m급 높이만큼이나 까칠하다.

그래서 산 자체에서는 아늑함이나 포근함을 느끼기는 쉽지 앟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서면 까칠한 산그리메와 포근한 산그리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충주호의 아름다운 조망은 덤이다.



*산행코스,: 덕산공원지킴터~신륵사~신륵사삼거리~보덕암삼거리~영봉ㅡ신륵사(원점회귀) 왕복7.2km(식사,사진촬영 포함6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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