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86화 구병산
알프스!!!
알프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등에 걸쳐 있는 무려 1,200km에 달하는 거대한 산맥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한 그 유명한 최고봉인 몽블랑(4,807m)을 비롯한 마터호른, 융프라우등 4000m급 산군이 장관을 이룬 산맥이다.
그래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융프라우에 산악열차를 타고 관광으로 가 본게 전부다.
그래서 3년 전 더 나이 먹기 전에 알프스를 걸어보고 싶어서 몽블랑 트래킹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렇게 나이만 먹고 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그 알프스 그리기 열풍에 빠져있다.
나라마다 알프스를 붙인 산들이 생겨나더니 급기야 한국에도 각 도마다 영남알프스, 호남알프스등 알프스라 이름붙인 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중에 오늘은 충북 알프스라고 명명된 구병산에 오른다.
산행은 구병산의 대표적인 산행 깃점인 적암리에서 시작했다.
붉은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적암리는 산골 마을 치고는 제법 많은 세대가 살고 있었다.
마을 앞으로는 구병산에서 흘러내린 제법 큰 개천이 흐르고 마을 뒤로는 구병산 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배산임수.
요즘 청와대 이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외견상으로는 국민과 소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급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꼴은 불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다.
기회주의적인 우리언론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많은 국민들과 외신들은 풍수때문이라고 말한다.
적암마을은 비교적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그 적암마을을 지나야 비로소 등산로 들머리가 나온다.
그 덕분에 추억의 옛 산골마을 구경을 덤으로 했다.
적암마을에서 구병산 정상까지는 5.5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마을을 지나 등산로 들머리에 들어서자 등산로와 나란히 한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하다.
어제 내린 봄 눈 때문에 수량이 많아진 때문이다.
구병산은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이기도 하고 충북알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산이지만 생각만큼 알려져 있지는 않은 산이다.
개인적으로는 10여년쯤 전에 한 번 올랐던 산이다.
하지만 그때는 우중산행을 해서 풍경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산행시작 후 10여분이 지나자 삼거리가 나왔다.
구병산으로 바로 오르는 길과 신선대를 경유해서 오르는 길로 나뉘는 삼거리다.
여기서 신선대라는 이름에 홀려서 신선대 방향으로 오른다.
신선대라는 이름을 가진 곳의 경치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경험칙에 의한 결정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너무 힘든 잘 못된 선택이었다.
산기운이 조금 으슥해질 무렵 무슨 용도의 움막인지 작은 움막이 있고 그 옆에는 제법 큰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의 토속신앙이 행해지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인적없는 고독한 산행을 계속한다.
완만하던 등산로가 가파라지기 시작할 무렵.
산이 깊어지면서 주위는 더욱 적막에 휩쌓였다.
거기에다 지독하게 엉킨 덩굴나무와 괴목들이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앞에 한 두 사람쯤 지나간 발자국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길을 잘 못 선택한것 같다.
길인듯 아닌듯 한 등산로.
아무튼 1시간쯤의 적막하고 지루한 발걸음 끝에 능선길에 올라섰다.
능선길에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때아닌 설경이 펼쳐졌다.
3월 하순에 보는 설경이다.
어제 아랫쪽에 내린 비가 산정에서는 눈으로 내린 것이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멋진 설경이다.
그러나 멋진 설경의 댓가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찔했던 구간이다.
꽤 경사가 심한데도 아무런 안전시설이 없었다.
물론 여기뿐만이 아니라 눈길이라서 길은 미끄러운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등산로가 신통치 않았다.
아찔한 바위 틈새를 오르자 구병산의 주 능선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완만한 능선길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거친 암봉이라서 오르내림이 심하다.
구병산은 아홉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산행중에는 그런 느낌을 느낄수도 볼 수도 없다.
이 장면이 유일했다.
아찔한 눈길의 난코스가 계속되다가 모처럼 전망 좋은 바위가 나왔다.
여기가 신선대일까 싶었는데 신선대는 아니었다.
전망 좋은 바위에서 첫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길은 계속 능선길이지만 아홉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기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았다.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산행이 계속되었지만 겨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설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산행시작 후 3km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이제 이 밧줄타기를 하고 나면 신선대에 올라선다.
역시 신선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풍경을 선사했다.
3km를 돌고돌아 올라 온 산객의 수고로움을 한 방에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뿐만아니라 구병산이 왜 충북의 알프스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그 답을 해주고 있었다.
신선대는 조망만 좋은게 아니었다.
신선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전망바위.
그리고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수고한 산객들을 신선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신선(神仙).
신선은 정말 있었을까?
아무튼 신선기분 내기에 손색이 없는 멋진 신선대다.
더군다나 이 멋진 신선대에 산객은 나 혼자뿐이다.
조금 늦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워낙 많이 찾지 않은 산이기 때문이다.
신선대에서는 멀리 우뚝 솟은 속리산 문장대와 천왕봉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속리산, 역시 명산의 웅장한 포스다.
그렇게 제법 그럴싸한 알프스 느낌의 신선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간다.
신선대에서 부터는 본격적인 눈꽃 길이 펼쳐졌다.
3월 하고도 20일.
봄기운이 감돌아야 할 시절에 눈꽃 삼매경에 빠질줄이야.
인적은 없고 갈 길은 멀고.
아름다운 설경은 발길을 잡고,
거기에다 몸은 지치고.
대책없이 마음만 바쁘다.
이제 853봉 구간을 지나간다.
시간과 체력 안배를 위해서 우회로를 택했다.
생각같아서는 853봉도 올랐다 내려오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게는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다.
853봉을 돌아서자 삼거리가 나왔다.
적암리로 내려가는 길과 정상으로 가는 길로 나뉘는 삼거리다.
적암리에서 신선대를 들르지않고 오르면 나오는 삼거리다.
10여년 전에 오를땐 이 길로 바로 올라와서 신선대를 왕복 했던것 같다.
아직도 정상이 2km나 남았다.
대단한 난이도다.
산이름이 9봉이니 팔봉이니 육봉이니 하는 산들 대부분이 난이도가 높다.
그만큼 많이 오르내려야 하기때문이다.
이 곳 구병산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이 곳 구병산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이렇게 바위 절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봉우리들을 우회해서 오르는데도 체력소모가 컸다.
오늘 산행중에서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에 가장 근접한 풍경이다.
더군다나 속리산 정상에 눈이 쌓여서 알프스의 만년설을 연상케 해서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반대쪽 방향이다.
산아래 보이는 마을이 오늘 산행 들머리인 적암리다.
또 봉우리 하나를 우회 했다.
구병산은 봉우리가 아홉개나 되는데도 각각의 봉우리 이름이 명기되어 있지않아서 무의미하게 봉우리들을 오르내리고 우회하기를 반복한다.
끝없이 오르내림은 반복되고 그 오르내리는 지점마다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속리산이 조망되었다.
이제 정상까지는 1km가 남았다.
그동안 오늘 마주친 산객이 두명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마주치는게 불편했던 다른 산들에 비하면 마음 편한 산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워낙 적막해서 지루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나치는 사람도 오늘은 반가웠다.
다시 위험구간이다.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은 안전시설이다.
바위에 고드름이 장관이다.
고드름.
요즘 아이들은 그 단어를 알기나 할까?
우리가 어렸을땐 겨우내 처마에 주렁주렁 열린 고드름를 보고 자랐는데.
요즘은 고드름 보기가 쉽지 않으니 추억의 고드름이 되어버렸다.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물론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보이는 것처럼 아직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환상적인 설경이 펼쳐졌다.
사실 요즘 한 겨울에도 보기 쉽지않은 설경이다.
잠시 올해의 마지막 설경에 취해 본다.
마지막 난코스다.
열악한 발판과 부분적으로 녹지않은 눈 때문에 굉장히 위험했다.
젊은 나이에는 이런게 스릴있어서 좋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두려움이 앞선다.
체력에 자신이 없기때문이다.
정상 가는 길에 뒤돌아 본 풍경이다.
지금 내가 지나온 능선이기도 하다.
아무리 보아도 구병산 자체는 참 못생겼다.
이제 정상까지는 500m가 남았다.
그 사이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이름모를 봉우리 하나가 또 나왔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려다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또 오른다.
그런데 오르고 보니 생각보다 조망이 좋다.
건너편에 정상이 보인다.
역시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
드디어 정상 바로 아래 안부에 도착했다.
이제 100m만 오르면 된다.
그러나 그 100m가 마지막 저항을 했다.
가파른 눈길이라서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올라야 했다.
구병산의 정상이다.
4시간 반만에 올랐다.
아무리 우회코스를 유유자적 올랐다고 하지만 너무 많이 걸렸다.
구병산 정상의 상징 소나무 고사목이다.
10년전에 올랐을땐 한쪽 가지는 살아있었는데 그사이 완전 고사목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인생만 무상한게 아니다.
소나무의 생도 무상했다.
10년전에 올랐을때 살아있는 소나무 모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법 튼실했는데 그동안 소나무를 죽게한 무슨 변고가 있었을까?
올라온 반대방향이다.
속리산을 마주하고 있는 구병산은 높이가 876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러나 정상부가 깍아지르는듯 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등산하기에는 까칠한 산이다.
그리고 올라온 능선이다.
말이 능선이지 흔히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능선과는 차원이 다른 까칠한 암벽을 넘어야하는 능선이다.
정상도 역시 혼자만의 독무대다.
그런데 트랭글에서 알람이 울린다.
일몰 한 시간 전이라고 하산을 서두르란다.
세상 참 좋다.
아무튼 그래서 하산을 서두른다.
산도 그렇지만 인생사에서도 가장 중요한게 내려오는 일이다.
요즘 신,구 권력이 충돌하는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사람이 내려가는 사람에게 조금만 배려를 하면 쉽게 풀릴것을.
다 쥐고도 더 쥘려고 패악질 하는 꼴이 추하기까지 하다.
하산은 위성기지국을 통해서 적암리로 원점회귀 할 예정이다.
그런데 10년전 기억에 하산은 쉬웠던것 같은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하얀 설원에 지그재그로 끝없이 이어지는 급경사길이 마치 말티고갯길 같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길은 미끄럽기까지 해서 더욱 더딘 하산길이 되었다.
끝없는 급경사 구간을 조심조심 내려가다보니 날이 어두어지고 말았다.
결국 핸드폰 후레쉬까지 사용하면서 하산을 완료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산을 완료했는데 또 차가 있는 적암리까지는 800m가 넘는 거리를 걸어야 했다.
너무 느긋한 산행을 하다가 무리한 하산이 되어버렸다.
거리는 9km, 시간은 7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예상 못한 눈길 산행을 안전하게 끝낼수 있어서 다행인 하루였다.
아무튼 충북알프스라는 구병산은 산 자체는 실망이었다.
그러나 조망만은 알프스 느낌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산행코스:적암리 ㅡ삼거리ㅡ신선대 ㅡ853봉 ㅡ정상 ㅡ숨은골 ㅡ위성기지국 ㅡ적암리(9km 사진촬영포함 7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