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4화 용문산
봄비 내린 다음날의 봄 날 아침은 너무도 상쾌하게 밝아왔다.
산에 가는 날의 날씨는 신경이 많이 쓰이기 마련인데,오늘은 100대명산 네번째로 용문산 산행을 계획한 날이라서 더욱 그랬다.
아침을 먹고 7시50분 최상의 컨디션과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이른시간이라 차들도 많지않아 쾌속질주....
순식간에 양평 한강상류가 나왔다.
언제나 아름다운 강변이지만 오늘은 유별났다.
어제 내린 봄비 덕분에 푸르름은 더 푸르러지고 공기가 깨끗해진 때문이다.
하늘도 깨끗하고, 강물도 깨끗하고, 멀리 산도 깨끗하고, 도로도 깨끗하고, 가로수도 깨끗하고....
눈부신 햇살 때문에 선그래스를 썼다.
선그래스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정말 환상적이라는 표현밖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것 같았다.
2시간여를 달려서 용문산 주차장에 9시30분도착.
바로 용문사로 향했다.
그동안 용문산엔 서너번 왔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정상을 밟지는 못했었기때문에 오늘은 꼭 정상등정을 하리라는 결의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용문사 입구에 들어서자 아름드리소나무들과 풍부한수량의 계곡 물소리가 나를 반긴다.
등산하기 너무좋은 늦봄 아니 초여름날씨에 상쾌한 산행의 시작이다.
국민 관광지답게 이런것도 있다.
비만의 정도를 알아보는 시설인데 그 표현이 재미있다.
나는 '이러시면 안됩니다'.쯤 될까? 아뭏튼 외계인은 아니겠지...궁금증을 남겨두고 그냥 지나친다.
속세의 모든 번뇌를 놓고 들어오라는 일주문이다.
벗어 놓는다고 벗어질리 없는 번뇌이지만 분위기만은 벗겨지고도 남을 분위기이다.
일주문을 지나자 연초록의 사찰 진입로가 5월의 상큼함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5월이 왜 계절의 여왕인지 말해주는 듯 했다.
사찰의 진입로는 마음을 깨끗히 하고 경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성한 길이다.
용문사 은행나무.
아름드리 나무가 즐비한 연둣빛 숲길을 10분쯤 걷자 용문사의 명물 거대한 은행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는길에 심었다고도 하고,신라고승 의상대사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살아났다고도 하는 이 은행나무는 1,100년되었다고 한다.
높이가 62m나 되며 우리나라 나무중에 제일 키가 크단다.
키만 큰게 아니라 1,100여년을 살아내고도 넘치는 건강미에 다시 한 번 경외감을 느끼며 용문사 경내로 들어간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2년(913) 대경대사가 창건하고 일설에 의하면 경순왕이 친히 창사 하였다고도 한다.
명실상부한 천년 고찰이지만 그 명성에 비해서 용문사는 그렇게 크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은행나무와 더불어 유서가 깊을 뿐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용문사는 몇번 구경했던 절이어서 대충 둘러보고 산행에 나섰다.
용문사를 지나자 두갈래 등산로가 나왔다.
능선길과 계곡길이다.
그중에 물소리가 좋은 계곡길을 택했다.
산행은 작은 폭포들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서 하게된다.
시작부터 바로 가파르게 난 너덜길 옆으로 비온 뒤라서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그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는 생각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도 올라도 계속이어졌다.
작은 폭포처럼 층층이 떨어지고 또 떨어지며 이어지는 계곡은 푸르스름한 연두색이끼와 계곡가의 싱그러운 나무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숲속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시간 반만에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용문산은 생각보다 재미는 없는 산이다.
볼거리도 많지 않고 등산로도 거의 100% 너덜길에다가 계속 오르기만 해야되는 산이다.
그나마 조금 이름있는 바위가 마당바위인데 생각처럼 넓지는 않았다.
산행의 재미를 위해선 뭔가 보고 느끼며 올라야 하는데 그런게 없으니 그냥 터덜터덜 기계적으로 오른다.
그래도 유일하게 산객의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건 연이어 늘어선 작은 물줄기였다.
마당바위를 지나고 나서도 너덜길은 계속되었다.
얼마나 더 올랐을까?
가늘어져가던 물줄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거친 산길에 들어서자 화사하게 만개한 연분홍 철쭉이 반갑게 맞아준다.
어떻게 투박한 나무에서 저렇게 고운 꽃을 피워낼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산철쭉의 연분홍은 언제 봐도 참 청순하고 이쁘다.
고운 산철쭉과의 눈맞춤도 잠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파르고 험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험로의 시작이다.
얼마를 올랐을까?
파란 하늘과 여린 연두색 나뭇잎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산철쭉의 연분홍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꽃그늘에서 잠시 멈춰섰다.
밑에서는 더워서 반팔차림으로 올라왔는데 추위가 느껴지는걸보니 꽤 높은 위치인가보다.
방풍 점퍼를 꺼내 입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른다.
계단과 로프를 번갈아가며 타고 오른 바위 위에서는 첫 조망이 펼쳐져 있었다.
첫번째 조망이 나오기까지는 오로지 힘들다는 생각밖에 없는 산행이었다.
그나마 계곡의 물소리가 좋고,울창한 숲그늘이 좋고,청아한 산철쭉의 하늘거림이 좋아서 위안이 되었던 시간 뒤에 오는 첫 조망,그리고 1000m의 고지대 답게 이제서야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푸른 잎이 3시간여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었다.
이제 정상까지는 550m.
하지만 우습게 볼 수 없는 거리다.
체력이 다 떨어진데다 최고의 난코스였기때문이다.
다시 로프를 타고, 바위를 기어오르고...
체력은 점점 더 고갈되어 가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드디어 정상이다.
양평군의 상징인 은행잎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정상자체는 생각보다 초라했다.
좋은곳과 진짜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서이다.
그러나 앞쪽으로는 정말 한편의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펼쳐져있었다.
더군다나 비온 다음날 특유의 청명함까지....
멀리 한강줄기까지 산능선들이 마치 잔잔한 파도처럼 넘실대는 듯 하다.
한마디로 가슴벅찬 한 편의 그림이다.
저 넘실대듯 올망졸망 늘어선 산자락 사이사이 마다에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수천년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리라.
용문산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상에서의 조망이다.
용문산 정상은 가섭봉으로 높이는 1,157m다.
위험하거나 긴 거리는 아니지만 3.5km를 계속 오르기만 해야하는 가파른 너덜길이라서 짧은 시간에 오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산이다.
그래서 한번은 아들하고 왔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갔던 산이기도 하다.
오늘은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산행에 나선지 4시간만에 정상에 올랐다.
용문산 정상은 군부대와 송신탑이 자리하고 있지만 산행객들이 최대한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덕분에 북서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의 조망이 가능하다.
조망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조망이 거침이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것 같다.
더군다나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더욱 거침없는 조망은 멀리 한강유역까지 펼쳐졌다.
마치 산들의 왕이라도 된듯...
거기에다 이제 막 피어난 연두빛 새순과 간간히 피어있는 산철쭉의 연분홍 꽃이 어우러져 봄 산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역시 정상의 최고 조건은 조망이다.
정상의 조망으로만 본다면 용문산 정상은 최고중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멋진 조망속에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30여분만에 아쉬운 하산길에 들었다.
정상에서의 시간과 달리 하산길은 올라 갈 때처럼 지루했다.
그래서인지 용문사와 산 아랫쪽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상까지 오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는것 같다.
용문봉과 백운봉을 거느리고 있는 용문산은 워낙 거친 산길이라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정상에서의 거침없는 조망은 그 힘듦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산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날씨가 청명한 덕분에 가시거리가 좋아서 더 만족스러운 산행을 했다.
비오는 날이나 조망이 좋지 않은 날에는 실망이 클것 같다.
용문산 산행의 묘미는 정상에서의 조망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행코스:주차장 ㅡ용문사 ㅡ마당바위 ㅡ가섭봉 ㅡ (원점회귀)주차장(왕복 8.8km,점심 휴식 사진촬영 포함7시간)
ㅡ2006.05.28.산림청선정100대명산 4번째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