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Jun 13. 2020

북한산 백운대

산림청선졍 100대명산 산행기 5화북한산ㅡ1

북한산은 관악산 도봉산과 더불어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3대 명산 중에서도 첫번째로 꼽히는 산이다.

836m높이의 비교적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품이 크고,백운대,인수봉,만경대,노적봉,보현봉,비봉,원효봉,의상봉,숨은 벽등  수려한 암봉을 여럿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 경기 수도권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풍수지리적으로도 뛰어난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정도전이  조선의 도읍지로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한 산이기도 하다.

오늘은 산림청 선정 100대명산 5번째로 그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를 오른다.



무엇보다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점은 북한산의 또다른 매력이다.

그래서 북한산국립공원은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많이 얽혀있다.

제법 이름있는 등산 기점만 해도 80여개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오늘 산행 코스는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서 용암문,위문을 거쳐서 백운대 정상에 오른 후 원점 회귀 하는 코스를 택했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아침에 약간의 비가 온데다가 날씨가 흐려서 촉촉히 젖은 산길은 여름 산행으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풀도 나무도 싱그럽고, 제법 많아진  계곡의 깨끗한 물이 바위 틈을 이리저리 비켜 흐르며 연신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무릉계곡을 연상케 했다.

역시 여름 산행에서는 계곡길이 최고다.

더위를 식혀주는 물소리,적당한 습도,아름다운 계곡의 정취...이런 것들이 피로를 덜어 주기 때문이다.




중성문

중성문은 계곡을 따라 30여분  걷다보면 가늘게 이어지던 계곡이 끝이 날 쯤 나오는 성문이다.

지형이 비교적 평탄해서 적의 공격에 취약한 이곳에 이중 방어선을 조성한 중성(中城)에 만들어진 성문이라고 한다.

중성문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제법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중흥사와 대서문을 지나고 용암문에 들어서자 왁자지껄했던 등산로가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덕분에 모처럼 호젓한 산행을 한다.

그런데 용암문을 지나자마자 고도가 높아진 때문인지 날씨가 더욱 흐려지고 길까지 험한데가 안개구름까지 몰려들어서 호젓한 산길 분위기가 갑자기 으스스 해졌다.



여기서부터 위문까지는 쇠줄을 잡고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진행 해야되는 힘든 구간이다. 

그런데다가 안개비까지 내려서 미끄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내려오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비켜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다행히 내려오는 사람도 오르는 사람도 없어서 느긋하게 오를 수 있어서 좋았다.




뿐만아니라 안개구름이 운치를 더해줘서 오묘한 심산유곡의 기분을 만끽하며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정상까지 대부분의 길은 흙이 없는 바윗길이다.

그래서 신경을 바짝 써야하는 난코스다.



위문과 오리바위

더듬거리다시피 오르고 올라 백운대의 관문인 위문에 도착했다.

위문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이제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암벽타기를 방불케하는 급경사를 오르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환상적인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시간은 의미가 없다.

아뭏튼 쇠줄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벽 오르기는 위험하고 힘든만큼 산행의 묘미를 극대화 시켜주는 구간 이다.

정상에 오르는 기분을 실컷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해야할까?




백운대

오리바위를 지나고,거친 바위에서 마치 부부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많은 세월을 살아낸 소나무 풍경을 지나

다시 로마의 검투사 모습을 연상케하는 바위를 지나면  백운대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쇠난간 코스가 나온다.

암벽타기의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난코스다.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은 언제나 험난하다는 것을 말해주는듯 하는 구간이다.



백운대

오르면서 숨을 돌리기위해 위를 올려다 본다.

운무속에  거대한 괴물 같은 백운대가 보였다가 감췄다가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신선의 세계라도 되는듯 했다.

삼각산이라고 일컬어지는 북한산 정상군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그 앞쪽 만경대로 이루어져 있다.

세 봉우리는 모두 봉우리 자체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만경대와 백운대는 그나마 큰 바위들이 얽히고 설킨 모양이지만 인수봉은 말 그대로 거대한 하나의 매끈한 통바위다.

그래서 백운대를 오르면서 보는 운무속 인수봉은 마치 거대한 미사일 같았다.

그것도 아름다운 미사일, 그 인수봉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며 오르는 백운대 정상구간은 우리나라의 어느 산 정상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구간이다.



인수봉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은 날인데도 미사일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암봉 여기저기에 암벽타기를 즐기는 클라이머들이 마치 개미처럼  붙어있다.

그 모습이 경이로워 보이기도 하고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대한 암봉도 안개구름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백운대 정상이 가까워지는 순간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다가오는 인수봉의 모습에 숨이 막히고,

가파른 암봉길 오르느라고 숨이 막히고...이래저래 숨막히는 순간이다.



백운대 정상

말 그대로 숨이 턱까지 찰 무렵에서야 정상 앞에 설 수 있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3시40분을  향해 가고 있다.

12시 반이 넘어서 출발했으니까 3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운무에 휩싸인 백운대는 마치 옥황상제의 왕좌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왕좌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극락의 세계라도 되는듯 운무가 깔려있고 그 운무 사이사이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중에 으뜸은 역시 코앞에서 펼쳐지는 인수봉이 있는 풍경 이지만, 건너편의 만경대와 서울 시내의 전경은 물론 도봉산 산그리메까지 말 그대로 한편의 살아 숨쉬는 산수화 같은 풍경이다.

때론 은은하게 펼쳐지고 때론 장막뒤로 사라지는 풍경들은,

모두 다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다 여백의 아름다움,보일듯 말듯 한 모습이 더 아름답고 신비감이 들듯이 오만가지 감정이 머릿속을 스치게 했다.



그렇게 장막처럼 걷혔다가 덮였다를 반복하는 풍경 앞에서 가슴이 뭉클해져 옴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몇몇이 웅성거리던 정상이 텅 비었다.

궂은 날씨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도 없는 백운대 정상에 선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텐데 그래서인지 묘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경외감이랄까...약간의 무서움증 같은 감정을 느낄무렵 몇몇사람들이 또 올라왔다. 



만경대

백운대와 마주하고 있는 만경대는 만가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조선 초에 무학대사가 왕명을 받고 이 봉우리에 올라서 도읍터를 바라보았다고 해서 국망봉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는 봉우리로 백운대와 인수봉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지만 두 봉우리 못지않은 위용을 갖춘 암봉이다.



백운대 정상에서 본 만경대와 북한산 그리고 서울 시가지다.

그 숨막힐 듯 한 풍경 속에 어느 산객이 앉아 있다.

신선이 뭐 따로 있을까?

저분이 이 순간은 신선이리라...



마치 슬라이드 화면처럼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풍경들 앞에서 한시간여를 넋을 놓는다.

백운대에서는 사방팔방이 모두 조망된다.

그 모든 방향의 조망들은 모두 다 다른 특색있는 저마다의 풍경을 보여준다.



동쪽으로는 인수봉의 아름다운 자태 너머로 도봉산의 오봉과 정상부를 비롯한 주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만경대와 북한산 주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장쾌한 조망에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서울이 왜 조선시대의 도읍지가 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면 남쪽의 도시 풍경과 대조적인 푸른 시골 풍경과 멀리 인천 앞바다까지 조망이 된다.



 

다시 북쪽으로는 용의 꼬리같기도 하고, 옛날 어머님의 곱게 땋은 댕기머리 같기도 한 인수봉의 꼬리부분과 숨은벽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아뭏튼 오고가는 수고 없이 서울 근교에서 이런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인수봉 전경.

그렇게 백운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으뜸인 풍경은 역시 인수봉 풍경이다.

다른 바위들도 대부분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특히 인수봉은 보는 방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남서쪽 방향에서 보면 그렇게 매끈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봉우리가 북서쪽에서 보면 거대한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거칠고 험악한 암봉으로 보인다.


거기에다가 그 암봉을 오르는 아슬아슬함을 보는 것은 덤이다.



나에게는 없는 것들...

백운대 조금 아래쪽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인수봉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암벽타기 명소다.

우리나라 최고의 도전장인 셈이다.

거대한 인수봉 암벽에 도전자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고, 딸가닥 거리는 장비 부딪히는 소리와 서로 의사소통하는 긴장된 목소리가 들리는 위치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사진을 담기 위해서지만 나는 하지 못하는 저 위대한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 이라도 하기 위해서다.

실날 같은 로프 한가닥에 몸을 맡기고 아슬아슬 오르내리는 도전자들...

저 상황에서는 그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오직 혼자만의 의지와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가야 하는 외로운 도전.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을 전률케 하는 광경이었다.

우리가 살면서 수 없이 들어온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도전이 있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그 도전은 용기와 결단 그리고 고독한 인내를 요구 한다.

그 모두 나에게는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에 저들이 더욱 존경 스러워졌다.



정상에서의 수많은 멋진 풍경들을 뒤로하고 하산 길에 든다.

내려오는 길은 올랐던 길을 되돌아 오는 여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상에서 워낙 많은 시간을 쉬었기 때문에 수월했다.



6시 30분에 주차장에 도착ㅡ

쾌청한 날씨가 아니어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으로 오르기 시작한 산행인데 오히려 운무가 깔리는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산행이었다.

그것도 그냥 운무가 아니라 걷혔다 덮였다를 반복하는 멋진 운무의 향연 덕분에 한 편의 영화 같은 풍경을 눈으로도 보고 사진으로도 담을 수 있었던 행복한 산행이었다.

ㅡ산행코스:산성탐방지원센터 ㅡ대서문 ㅡ용암문 ㅡ위문 ㅡ백운대 ㅡ하산은 원점 회귀(휴식시간 제외 5시간 30분)





ㅡ2006.06.11 ㅡ




이전 10화 용문산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