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5화 북한산 ㅡ2
뭐니뭐니 해도 여름 산행은 새벽산행이 최고다.
그리고 새벽산행 하면 또 일출 산행을 겸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산행이기도 하다.
북한산 백운대는 우리나라 일출산행 명소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산이다.
백운대 일출산행을 위해서 아내와 함께 새벽 3시반에 집을 나섰다.
일출 산행을 위해서는 최단코스를 택해야 하기때문에 도선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백운대까지는 2.3km로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대부분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2시간 내에 오를수 있어서 백운대에 오르는 가장 빠르고 짧은 코스다.
뻥 뚫린 새벽길을 1시간여를 달려서 4시 40분에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랜턴을 켜고 산행을 시작 한다.
오늘 일출시각이 5시 47분이라니까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는 쉽지않을 듯 하다.
깔딱고개를 넘고 산장을 지나고 위문 아래 계단을 오를쯤, 산행 시작 후 1시간30여분이 지났을 무렵 동쪽 하늘이 흡사 용광로의 이글거리는 쇳물처럼 붉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입경 수속을 밟을때 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이글거리는 여명을 보기는 처음이다.
아무리 여명이라고 하더라도 구름이 저렇게 붉어질 수 있다는게 불가사의 했다.
그렇게 임계점에 도달한 붉은 하늘은 드디어 이글거리는 여름 태양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환상적이고 황홀한 여명이 연출되고 난 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글거리는 8월의 태양,
그러나 많은 구름때문에 용광로 같은 이글거림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일출은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았다.
그뿐아니라 그 태양에 의해서 임계점까지 붉어졌던 하늘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태양이 솟아오르자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만경대와 북한산 주요능선들 ㅡ
일출쇼가 끝난 후 다시 정상을 향해서 새벽산행을 계속한다.
백운봉 암문인 위문을 지나 이제 백운대코스의 최고 난코스인 쇠줄 구간을 오르며 뒤돌아 본 풍경이다.
만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만경대 뒤로 북한산의 장쾌한 능선들이 늘어서 있고 그 너머로 드넓은 서울시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옆쪽으로는 인수봉의 매끄러운 자태가 새벽 산행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있었다.
언제 어느쪽에서 보아도 멋진 인수봉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보는 인수봉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더군다나 아직 사그러들지 않은 여명을 배경으로 한줄기 구름을 휘감고 우람한 모습으로 솟아 있는 오늘 인수봉의 자태는 신이 빚은 신비한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체력이 거의 고갈되어 갈 즈음,
그 인수봉의 매끈한 자태를 즐기면서 백운대를 향한 마지막 정열을 쏟아 붓는다.
불과 20여m의 마지막 구간이지만 정상 정복의 희열과 체력의 한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제 일출풍경 보다 아침 운무가 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거대한 서울 시가지를 배경 삼아서 우뚝선 만경대에 운무가 연신 밀려왔다 밀려가고 있다.
인수봉쪽도 마찮가지로 운무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 붉게 이글거리던 여명은 한층 옅어지고 한 줄기 운무가 인수봉의 허리를 휘감아 돌다가 사라져 가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못해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구름때문에 제대로 된 일출 풍경은 놓쳤지만 그 구름때문에 오히려 스펙터클한 아침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셈이다.
백운대 정상
북한산의 최고봉으로 높이는 836m이며, 인수봉(仁壽峰, 810.5m),만경대(萬景臺,800m) 등과 함께 북한산의 또다른 이름 삼각산의 한 축이다.
백운대 정상에서는 우뚝 솟은 암봉 답게 사방의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그중의 제일은 역시 인수봉 풍경이다.
도봉산 주능선과 오봉능선의 수려한 암봉은 물론,수락산과 불암산등의 산그리메가 파도치듯 넘실거리고,
마치 그 파도를 헤치고 용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형상의 인수봉 전경은 보는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위에서 내려다 보기때문에 인수봉의 모습이 조금 왜소해 보인다는 것이다.
운무에 휩싸인 정상에서의 다양한 아침풍경은 새벽 산행으로 지친 산객들이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거대한 서울 시내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
그리고 인수봉과 만경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구름의 춤사위,
나도 그 우아한 운무를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30여분을 보내고서야 아쉬운 하산길에 들었다.
그러나 아쉬뭄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발걸음은
한편의 아름다운 예술 영화를 본 듯 흐뭇한 여운으로 가득했다.
산행코스:도선사 ㅡ하루재 ㅡ백운산장 ㅡ위문 ㅡ정상 ㅡ밤골고개 ㅡ백운산장 ㅡ하루재ㅡ도선사(사진촬영 포함 천천히 4시간 30분)
ㅡ2017.08.13.북한산 백운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