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Apr 10. 2021

무학산에서 만난 봄날의 수채화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28화  무학산

다시 ktx를 타고 원정산행에 나선다.

지금은 잊혀져간 이름, 마산시의 무학산을 가기 위해서다.

마산은 이제 마산시가 아닌 창원시 마산회원구라는 낮선 이름이 되었다.

몇년전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되면서 바뀐 이름이다.

위키백과에는 '1949년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존재했던 도시'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름만 바뀌었을뿐인데 마치 없어진 도시처럼 표기되어 있었다.

통합의 효과가 얼마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위적인 지명 변경은 그렇게 좋은 현상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어찌 바뀌고 변하는게 지명 뿐이겠는가?

바뀌고 돌고 도는게 세상 이치인것을...

그러고보니 지나다가 본 지명 중에는 '김삿갓면'도 있었다.

마산의 무학산은 거리에 비해서 의외로 간결한 대중교통편이다.

당일산행이 쉽지 않을 먼 거리이지만 고속철도 덕분에 여유롭게 다녀 올 수 있었다.

광명역 승용차 ㅡ마산역까지 ktx(50,200원)ㅡ서원곡 백운사까지 택시(4,600원)

ktx승차시간 2시간40분ㅡ



마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산행 기점인 서원곡 백운사까지 가는 동안 기사님은 연신 지역 현안이나 역사,관광지등에 대해서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역 통합 당시 마산이라는 이름을 창원에 왜 빼앗겼냐는 내 질문에 원래 창원이라는 이름이 마산의 옛이름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별 불만없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단지 후발 도시인 창원시가 인구 50만정도로 발전하는 동안 마산시 인구는 40만정도로  정체되어 있었다는 말을 하는 대목에서 마산시의 인구는 20년전 인구 그대로라며 조금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통념을 깨트린 친절한 택시 기사님 덕분에 마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윽고 도착한 산행기점인 백운사.

규모는 비록 작지만 정갈하고 짜임새있는 절이었다.

그 백운사 바로 옆쪽엔 바위가 수천년 물살에 깎여 물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물길따라 흐르는 물이 마치 아름다운 조그만 폭포 같다.



백운사를 나와 다시 길을 나서는데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이 탑이 되어있다.

비록 웅장하지는 않지만 가는 길을 잠시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윗지방에선 아직 일반 벚꽃도 제대로 피지 않았는데 여긴 벌써 일반 벚꽃은 모두 지고 산벚꽃이 한창이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20여분 오르자 영락없는 팝콘 같은 산벚꽃을 피운 아름드리 벚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꽃그늘 아래  약수터와 운동시설이 있다.

운동시설에서는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기를 불어 넣으려는듯 저마다 운동에 열심이고, 지나는 산객들은 꽃 그늘 아래 약수터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물 한모금씩을 마시고 간다.



다시 약수터에서 10여분 오르면 나오는 너덜지대다.

그 너덜지대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돌탑을 쌓아놓았다.

마치 문경 주흘산의 꽃밭서덜의 축소판 같았다.



걱정바위 윗쪽에 설치된 전망대.

너덜지대에서 다시 15분쯤 거리에 있다.

왜 걱정바위라 부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이름이 붙을만한 특색있는 바위는 아닌것 같다.

걱정을 덜어주는 바위인지 걱정을 끼치는 바위인지라는 것인지... 



걱정바위에서 다시 20여분 오르면 나오는 나무계단이다.

365사랑계단이라고 명명된 계단에는 숫자가 365개인데 각 계단마다 날짜를 붙여 놓아서 조금이나마 오르는 힘겨움을 잊게 해준다.

오르기 시작한 후 눈 깜짝할 사이에 오늘 날짜앞에 섰다.

여기선 한달이 너무 빨랐다.

한계단 오를때마다 하루가 지나가듯 우리네 인생도 하루 살면 우리 인생의 총량에서 하루가 없어지겠지...

아뭏튼 이렇게 우스운 생각을 하며 전진 또 전진를 하다보면 금새 365계단의 마지막에 선다.



365계단이 끝나는 지점엔 평평한 분지가 나온다.

밭 서마지기쯤 된다하여 붙여진 이름 서마지기 이다.

서마지기면 600평정도.

다른 설에 의하면 여기 올라오면 숨을 마지기로 쉰다고 해서 '숨마지기'라는 말이 와전 되었다고도 하는데 전자가 맞지 않을까 싶다.



서마지기 부근은 무악산의 진달래 군락지다.

오늘 산행은 나름 진달래 개화 시기에 맞춰서 온다고 왔는데 아직 꽃망울만 탐스럽게 올라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동해를 입어 몇 일 뒤 핀다고 해도 그렇게 곱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마지기에서 또다른 365계단을 오르면 정상이다.

그러나 꽃이 없는 정상 풍경은 삭막했다.

그래도 산객들이 꽤 많다.

저 많은 산객들도 나처럼 천상의 화원을 꿈꾸고 올랐을 것이다.



요즘은 혼자서도 당당하게 좋은 자리 차지하고 앉아 점심먹고 여유롭게 풍경감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엔 보기 쉽지 않았던 풍경이다.

멋있어 보인다.

젊은 시절 혼자 산행을 많이 했던 그때는 혼자 점심 먹는게 어찌 그리 어색했던지.

그러나 요즘은 나도 자연스럽게 혼자 여유낙락 즐긴다.



무학산의 정상은 약간의 바위가 있지만 비교전 완만하고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육지쪽은 산능선을 조망 할 수 있고 앞쪽은 마산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진달래가 만개했다면 서마지기쪽 조망과 중봉쪽 조망이 환상적일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쉬움이 많았지만 항상 산 위의 꽃 개화시기를 맞춰서 온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에

인증샷 하나만 찍고 하산길에 든다.



중봉과 중봉에서 본 정상

하산은 중봉을 지나 학봉으로 한바퀴 돌아 다시 서원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중봉에는 사람들이 별로 오르지 않는듯하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없다.

정상를 조망하기 좋다는 정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객들은 중봉옆에 설치된 데크길로 우회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올라가는 열차 시간이 여유가 있어 천천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안개약수터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20분쯤 헛걸음을 했지만 계획에는 별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학봉을 향해 가는길.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진달래가 만개했다.

고도가 조금 낮아진데다가 양지쪽이어서인것 같다.

말 그대로 꽃길이었다.

비교적 냉해도 입지않은 진달래가 등산로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런데 갑자기 천둥과 함께 빗방울이 들기 시작했다.

굳이 비옷을 챙겨 입지 않아도 될 정도의 비다.

오히려 스산한 분위기에 봄비를 맞으며 걷는 꽃길이 더 운치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꽃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30여분쯤?....

비도 그치고 갑자기 숨이 멎을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산벚과 연두빛 새잎.

그리고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지겠만 붉으스름한 새순이 잘 어우러진 말 그대로 한폭의 수채화다.



이름 하나 있을법 한데 모르겠다.

뭐 오징어 같기도 하고...

그러나 바위 이름 보다도 이 바위에서 보는 수채화같은 풍경이 일품이다.



한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라는듯 가늘게 오던 봄비도 그쳤다.

말 그대로 비개인 오후의 봄날 수채화다.

급하게 내려갔더라면 놓쳤을 명장면을 보고 또 본다.

단체가 아닌 혼자만의 최고의 여유를 만끽한다.



혼자 웃는다.

그런데 왜 남자만 욕을 먹어야 할까?...


복사꽃과 산철쭉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다.

저 산들을 어찌 걸어왔을까?

아버님께서 하셨던 "눈이 가장 게으르단다."

그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풍경이다.



렌즈를 통해서 보고 ....

그냥 보고....

카메라에 담고....

눈에 담고....

이쪽 각도에서 보고 저쪽 각도에서도 보고....

1시간여는 보낸것 같다.

일명 너른 전망바위가 있어 앉아서 감상하기도 좋았다.

왠일인지 이쪽 등산로는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완전 내 독무대였다.

화려한 진달래 군락을 보러왔다가 그보다 더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보게된 행운을 잡은것이다.

거기에 호젓함까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풍경인지 어쩌다 한두명씩 지나가는 사람들은 잠깐 둘러보고 묵묵히 길을 간다. 

그 모습이 내게는 오히려 신기했다.



학봉

학의 머리부분에 해당된곳이란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본 풍경은 오른쪽 날개에 해당하는 산능선인 셈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갈 능선은 왼쪽 날개에 해당된다.



마산시내와 마산항

날씨가 흐려 바다 조망은 좀 그랬다. 



다시 한 번 혼자서 웃고 간다.

세상이 이리 각박해도 웃을 일과 웃는 방법이 이리 많단다...




하산 완료지점에 도착했다.

처음 시작했던 백운사다.

진달래가 유명하다고 해서 나름 때맞춰서 온 무학산이다.

그러나 진달래는 실망을 안겨 주었지만 그보다 몇 배는 아름다운 봄의 풍경에 흠뻑 취했던 하루였다.

무엇보다 처음 산행 시작부터 하산 완료하는 시점까지 한 순간도 꽃이 없는 길을 걷지 않았다는 사실.

한달여만의 산행이라 몸이 무거웠지만 꽃길 때문에 전혀 피곤한 줄 모르고 즐겼던 하루였다.



440년된 은행나무.

서원곡 입구에 있다.



멀리 마창대교가 보인다.

창원과 마산을 잇는 다리라고 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게 아니라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인 셈이다.

산행이 끝나고도 열차 시간까지 2시간여의 여유시간이 있어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걷기 좋은 바닷가에 태워다 달라고 했다.

마산의 택시 기사님은 여전히 친절했다.

마산의 바닷가는 별로 볼거리가 없단다.

그래도 마산항이 그냥 볼 만 하단다.

그리고 지역의 여러 이야기를 해주며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횟집이 있단다.

덕분에 생전처음 혼자서 횟집에 들어갔다.

혼자 먹을 만큼의 회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4만9천원에 회와 매운탕에 맥주 한 병까지ㅡ

좀 비싼것 같기도 했지만 혼자 먹는 용기에 스스로에게 흐뭇했다.


산행코스:백운사 ㅡ걱정바위 전망대 ㅡ서마지기ㅡ정상 ㅡ중봉 ㅡ만날고개 삼거리 ㅡ완월농장 삼거리 ㅡ학봉 ㅡ너른마당 ㅡ서원곡입구(놀며 쉬며 6시간)



이전 07화 신라의 보물산,경주 남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