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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Apr 14. 2021

땅끝에 우뚝 솟은 산ㅡ 두륜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29화 두륜산

두륜산은 해남 땅끝의 명산이다.

도저히 하루에 다녀올 수 없을것 같은 두륜산을 대중교통으로 도전 한다.

오늘도 역시 집에서 광명은 승용차 ㅡ광명에서 목포 ktx(60,000)ㅡ목포에서 대흥사까지 택시(50,000)

원래는 목포에서 해남까지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서 택시의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

생각보다 택시요금이 비싸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나 시내버스로 이동을 해야하고 또 버스 시간을 1시간정도 기다려야 하고, 다시 해남에서 또 대흥사까지 택시나 군내버스를 이용해야하는 번거러움과 시간낭비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복잡한 대중교통 절차를 거치고 산행 들머리인 대흥사에 도착하자마자 먼 길을 달려온 산객을 선홍빛 동백이 반갑게 반겨준다.



주차장에서 대흥사 들어가는 길이다.

수도권엔 아직 벚꽃도 제대로 피질 않았는데 여긴 제법 신록이 우거지고 있다.

역시 따뜻한 남쪽이란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주차장에서 5분여 동백길을 걸어가면 대흥사가 나온다.

한때 대둔사로 불리기도 했던 대흥사는 두륜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배경 삼아 아늑하고 너른 터에 자리잡은 조계종의 대 가람이다.

특히 서산대사의 의발로 유명하다.

의발(衣鉢)은 스님이 자신의 옷과 발우등을 물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자신의 법통을 물려줌을 의미한단다.



서산대사는 묘향산에서 오랜 생활을 하고 입적을 하시면서도 의발을 이곳 최남단 대흥사에 내려주도록 유언했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유로는 "대흥사가 두륜산에 의지해 있어 영원할 것이며 마음을 두었던 곳"이라는 이유로 그리했다는데 뭔가 또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동백,동백,동백 ...

대흥사는 동백 세상이었다.

춥고 메마른 겨울,그 삭막한 날들을 선홍빛 꽃잎으로 살아낸 동백.

그 꽃잎은 정열의 또다른 붉은 장미였다. 



대흥사는 다른 사찰들처럼 문이 많지는 않았다.

일주문과 해탈문만 지나면 바로 경내로 들어갈 수 있다.

가람 배치도 다른 사찰들이 일주문을 중심으로 일렬로 대웅전까지 주요 건물이 배치되고 다른 부속 건물들이 좌우로 고르게 배치되는것과 다르게 구역별로 배치가 되어있었다.



연리근 느티나무.

거대한 두 나무의 뿌리가 붙어있다.

뿌리만 붙어있는게 아니라 자태도 아름답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는 모습의 두 나무의 자태가 마치 부부나무 같았다.



대흥사 너른 절마당을 30여분만에 휘휘 돌아 나와 본격적인 산행에 든다.



산길에 들어서고 나서도 얼마동안 동백꽃의 향연은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동백꽃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처 투성이다.

겨울 추위와 바람을 견뎌야하기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의 동백꽃은 상처가 없다.

두륜산의 큰 품에서 아늑하게 겨울을 나기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더 고왔다.



산행은 표충사 오른쪽 등산로에서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흥사 왼쪽으로 올라야 좀더 순조로운 산행을 할 수있다.

아무튼 진불암 삼거리까지는 동백꽃에 눈맞추면서 살방살방 걸으면 된다.

그리고 삼거리에서 구름다리까지는 아주 가파른 등산로다.

그래도 8부능선쯤까지는 동백꽃에 홀려 지루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진불암 삼거리를 지나면서 산세는 급격히 거칠어진다.

지금까지의 평온함은 잊으라는듯 거칠고 가파르다.

거기에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아직 새순이 나지않은 산길은 삭막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것도 잠시 뿐이다.

구름다리 부근까지만 오르면 남해의 조망과 기암괴석의 암봉들에 눈길 주느라 힘든 줄 모르고 오르내릴 수 있다.



그렇게 가파른 암봉길을 30여분 오르면 두륜산의 첫번째 봉우리가 나온다.

높이가 630m인 두륜봉이다.

두륜산의 두륜봉이면 정상이리라는 착각을 하기 쉽지만 아직 정상은 아니다.




두륜봉에서 본 두륜산의 정상(가련봉)이다.

두륜봉에서 가련봉은 800m쯤 거리에 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아름다운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두륜산의 명물 구름다리다.

사람들은 모두 출렁출렁 구름다리인줄 알고 오른다.

나도 내심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올라왔다.



두륜산엔 봄철의 여느 우리나라 산보다 진달래가 적다.

아니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모처럼 듬성듬성 만나는 진달래 무더기가 더 진귀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이제 두륜봉을 내려와 다시 가련봉을 향해서 간다.



만일재.

만일재는 두륜봉과 가련봉 사이에 있는 고개다.

두 거대한 봉우리를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게 만든건 두 봉우리가 모두 소중하다는 조물주의 뜻이 아닐까?

3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난이도는 좀 있다.



만일재에서 뒤돌아 본 두륜봉이다.

방금 걸어 온 길이기도 하다.



다시 가련봉을 오르는 길.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세계의 그 어디에 견주어도 다시 없을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발 아래 평화로운 풍경과는 달리 윗쪽의 풍경은 아찔하다.

이제 정상을 향한 마지막 정열을 쏟아 부어야 한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힘든 산.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그런 산일수록 정상에 서면 더 감회가 새롭다.



땅끝을 본다.

산정에서 보는 땅끝.

아직은 회색 풍경이라서 좀 아쉽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걸어온 두륜봉과 만일재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부는 온통 암반 덩어리이기 때문에 굉장히 험하다.

그렇지만 곳곳에 계단과 이런 발받침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비교적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아득히 출발점인 대흥사 전경이다.

참 대단한 규모의 대가람이다.

이 전경을 보고서야 서산대사께서 왜 마음에 두셨다고 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터 자체만으로도 안온함을 주는듯 했다.



두륜산의 정상 가련봉은 해발703m다.

단순한 숫자로만 보면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바로 거의 해발 수준의 높이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에누리 없는 높이를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체력으로도 그렇게 힘이 많이 들지는 않은 편이었다.

다만 온통 바위구간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정상는 흙 한줌 없는 암반이다. 

정상석도 작고 마땅히 인증샷 자세를 잡을만한 자리도 만만치않다.



정상에서 노승봉을 오른뒤 오심재로 하산하는게 정상적인 코스이지만 열차시간을 가만해서 천년수가 있는 지름길을 택했다.

그런데 극심한 너덜길이다.

30여분 내내 흙 한줌 밟아볼 수 없는 길아닌 길이었다. 



지루하던 너덜길이 끝나는 지점.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다.



정말 이런 거대한 나무는 처음 본다.

나이도 천년을 훌쩍 넘긴 무려 1,500년 가까이 된다니.....수령도 내가 본것 중 최고인것 같다.

그런데도 참 건강해 보여서 얼만큼을 더 살아낼까가 궁금했다.


그 거대한 나무에는 유명한 전설이 서려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아주 옛날 옥황상제가 사는 천상에 천동과 천녀가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어느날 천상의 계율을 어겨 하늘에서 쫓겨나는 무서운 벌을 받는다.

이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하루만에 바위에 불상을 조각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하룻만에 불상을 조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해가 지지 못하도록 천년수 나무에다 끈으로 해를 매달아 놓고 천녀는 북미륵암에 좌상의 불상을, 그리고 천동은 남미륵암에 입상의 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천녀는 앉은 모습의 미륵불을 조각하였기 때문에 서있는 모습의 불상을 새기는 천동보다 상대적으로 먼저 조각을 할 수 있었다.

미륵불을 완성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완성하지 못하는 천동을 기다리다 못한 천녀는 빨리 하늘로 올라가고싶은 욕심에 그만 해를 매달아 놓은 끈을 잘라버리고 혼자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래서 천동은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조각하던 미륵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문이 잠겨있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중에 북미륵암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떨어져서 더 아름다운 동백꽃.

북미륵암 부근 부터서 다시 동백이 자생한다.

그래서 다시 동백에 취해 즐거운 하산을 할 수 있다.

이제 하산 기점인 대흥사까지는 비교적 걷기 좋은 길로 30여분이면 내려 갈 수 있다.



4시50분에 하산 완료 했다.

마무리도 역시 동백과 함께한 하산이다.

여수 오동도.선운사등 많은 동백꽃을 봐 왔지만 오늘처럼 이쁜 동백꽃은 처음이다.

그 이쁜 꽃을 보며 나는 깨닫는다

왜 동백꽃에 관련된 시가 많은지....

선홍빛 동백꽃은 눈을 맞췄을때 더욱 아름답다는걸.

눈을 맞추면 동백꽃은 나와 교감 한다는걸.

교감하는 순간 드디어 꽃은 붉은 별이 된다는걸.

정열의 사랑이 되고 아련한 시린 추억이 된다는걸.

그리고 아름다운 시가 된다는걸.

그래서 아주 예전에 시는 교감에서 나온다고 배운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산행코스:표충사 ㅡ물텅거리골 ㅡ진불암 ㅡ구름다리 ㅡ두륜봉 ㅡ만일재 ㅡ정상(가련봉) ㅡ노승봉 갈림길 ㅡ천년수(만일암터) ㅡ북미륵암ㅡ일지암 ㅡ표충사(천천히 점심 포함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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