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36화 울릉도 성인봉 2
둘째날.
성인봉 산행하는 날 아침이다.
성인봉 산행은 본의 아니게 울릉도 여행에 더 많은 방점이 찍히는것 같다.
사진찍는 사람들은 어디든 1박을 하면 당연히 일출사진을 빼 놓을 수 없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늦게까지 술마시고 늦잠자는 고요한 숙소를 빠져나와 어제밤에 걸었던 해안 산책로로 나갔다.
행남등대가 보이는 곳에 이르렀을때 울릉도의 붉은 해가 서서히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울릉도의 일출은 낮은 곳에서 봐서 그런지 좀 밋밋하기는 했지만 붉은 색감만은 최고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망망대해에서 솟아오르는 해는 말 그대로 이글거리는 불덩이였다.
저동항은 울릉군에서 가장 큰 항구다.
울릉도 오징어 대부분이 취급되는 항구로 1967년 1월 어업전진기지로 지정되었다.
오징어를 잡기위해 집어등을 밝힌 어선들의 오징어잡이배의 불빛으로 유명한 '저동어화(苧洞漁火)'는 울릉 8경중에 하나로 꼽는다고 한다.
항구에 있는 촛대바위는 홀아버지와 살던 딸이 바다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어 효녀바위라고도 불린다.
저동은 개척 당시 이곳 갯벌에 모시조개가 많이 자생해있었기 때문에 '모시가 많은 갯벌' 이란 뜻으로 '모시개'라고 부르다가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 모시 저(苧)자를 써서 '저동'이라 하였다고 한다.(다음백과 참조)
울릉도는 산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섬들이 그렇지만 특히 울릉도는 평지는 거의 없고 섬의 대부분이 크고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봉우리가 있는가 하면 이국적인 모습으로 뾰쪽뾰쪽 솟은 봉우리도 있다.
그 산의 나무들은 대부분 활엽수라서 시기적으로 연두색과 녹색의 중간계열의 안정감있는 색감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울릉도는 어디서 보나 푸른 섬이다.
마가목 나무꽃.
중산간에는 마가목이 많았다.
흰꽃을 피우는 마가목은 관절염에 좋은 한약재로 쓰이는 빨간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성인봉에 오르기전 주변 관광을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다.
봉래폭포 가는 길에 만난 편백나무 숲.
그리고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봉래폭포로 간다.
봉래폭포.
숲속에서 흘러 내리는듯한 봉래폭포는 2단으로 떨어지고 두갈래로 나뉘었다 다시 합쳐지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풍부한 수량의 하얀 물줄기가 연두빛 숲에 싸여있어 금방 선녀라도 나올듯이 신비스러웠다.
봉래폭포의 풍부한 수량은
나리분지에서 지하로 스며든 물이 솟구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폭포의 물은 바로 상수원 취수장으로 보내져서 울릉도의 생활용수로 쓰인다.
그래서 여느 섬들과 달리 물이 풍부한 섬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솟아나는 물로 수력발전을 해서 울릉도의 사용전력 1/3 정도를 충당한다고 한다.
거북바위 주변.
봉래폭포를 나와서 성인봉을 오르기 위해 나리분지로 가는 도중에 해안도로 관광을 한다.
여기도 역시 지질공원이다.
울릉도는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는 왜구들 때문에 무인도로 버려졌다가 100여년전에 다시 개척되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근대역사는 길지 않은것 같다.
현재는 1만여명의 주민이 어업과 농업 그리고 관광산업으로 생활하고 있다.
연간 관광객이 40만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이제 관광산업도 무시 할 수 없는 섬이 된 것이다.
어업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고 나물류등의 농산물 수입이 의외로 많았다.
택시 기사님 말에 의하면 나리분지 말고는 평지가 거의 없는 섬에서 나물류로 소득을 올리다 보니 산에서 추락사고가 많다고 한다.
역시 용암의 수중 분출에 의해서 생성된 바위라고 한다.
성인봉의 등산은 보편적으로 나리분지에서 시작한다.
나리분지에서 등산 시작하고 나서 1km남짓은 거의 평지 수준의 울창한 숲길이다.
나리분지에서 울창한 숲길을 1km쯤 걸어들어가면 또하나의 조그만 분지가 나온다.
알봉 분지다.
옛날에는 사람이 거주했던 모양이나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유일하게 주변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조망점이기도 하다.
계단의 시작.
나리분지에서 1.5km 지점부터 성인봉까지는 거의 2km를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원시림 지역이기 때문에 조망도 거의 없이 울창한 숲길을 하염없이 올라야 한다.
그래도 마냥 행복한 산행이다.
연두빛 물감이 피톤치드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듯 한 황홀한 숲길을 걷는 나의 마음은
무아의 경지를 넘나드는듯 했다.
고목 군락지 능선길이다.
끝이 없을것 같은 계단길 중간에 그림같은 능선길이 있다.
아름드리 고목이 오랜 생명력을 말해주고 있고 촘촘히 얽힌 뿌리가 원시림의 기원을 알려주는듯 한 능선길이다.
성인봉의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
원시림이란 과거에서 현재까지 오랜 세월동안 피해를 입지 않고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았던 숲을 말한다.
성인봉 정상부근은 너도밤나무,왕고로쇠,섬단풍등의 군락이 자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과거 울릉도의 산림을 잘 대변해 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전하고 있다.
5월의 중순인데도 아직 성인봉 계곡엔 잔설이 남아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자 성인봉 최고의 조망점인 알봉전망대에 도착했다.
알봉과 알봉분지다.
가운데 중앙이 움푹 들어간 산이 알봉이다.
알봉도 또다른 작은 분화구였다고 한다.
알봉 전망대에서 본 나리분지 전경이다.
나리분지는 생각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분지 지역이 태초의 화산 분화구 지역이라는 사실은 울릉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되었다.
그러니까 울릉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산인 것이다.
분화구에서 화산이 폭발해 수많은 봉우리들을 만들고 그 중심부는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처럼 못이 만들어지지않고 분지가 만들어진것이다.
그래서 성인봉이 하나의 산이 되지 않고 하나의 봉우리가 된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섬 전체가 하나의 산인 우산(于山)이고 성인봉은 그중에 최고봉인 것이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 앞에 섰다.
그럼에도 아직 정상이 보이지 않지만 이 계단만 오르면 성인봉 정상이다.
성인봉 정상
원시림에 둘러싸인 정상은 평범했지만 왠지 모를 신비감이 감돌았다.
984m의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은 울릉도의 거의 중앙에 있다.
그렇지만 조망은 그리 좋지 않아서 약간 아랫쪽 전망대나 옆쪽으로 비켜서야 조망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성인봉이 신비스러운건 아마도 그 어느쪽에서도 자태를 쉽게 볼 수 없는 봉우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성인봉 외곽으로는 미륵산, 관모봉, 두리봉, 나리봉, 송곳산, 형제봉등 8~900m급 산들로 둘러쌓여 있으며
정상 부근은 원시림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그 어느쪽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봉은 의외로 고도가 높은 1000m가까운 산이다.
섬 산이라는걸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산이다.
그러나 나리분지까지 차로 갈 수가 있어서 실제로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다.
바위가 거의 없는 흙산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화산재로 형성된 흙이기 때문에 지반이 단단하지 않아서 쉽게 무너지기 쉬운 산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나물 뜯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서 몇 명씩 죽는다고 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특별한 신앙적인 유적이나 전해오는 이야기가 없는데도 왜 '성인봉'이라 이름을 붙였을까?
검색을 해보니 울릉도의 산봉우리들에 처음 이름을 지은 사람은 모든 봉우리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완성된 인격체라는 의미의 성인(聖人)봉이라 하였을 것이라는추측과 산나물을 캐는 처녀를 성인이 구해 주었다고 하여 성인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단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을 하고 반대쪽 안평전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도 역시 원시림 숲길이다.
회색계열의 일률적인 원시림에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춰서 명암이 대비되는 풍경은 이제 막 피어난 연두색 새순과 어우러져서 마치 한폭의 거대한 수채화를 연출해 내고 있었고 그 길을 걷는 나는 마냥 행복감에 젖는다.
울릉도는 나물로 유명한 섬이다.
성인봉 부근에도 명이나물 채취 마지막 날이라서 많은 지역주민들이 나물을 채취하고 있었다.
산더미같은 나물짐을 지고 내려오는 주민들을 보면서 한가로이 산행을 즐기는 내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동항과 더덕밭.
사실상의 하산 완료지점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한지 4시간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가파르고 둥그스름 하면서도 뾰쪽한 수많은 산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울릉도.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워 보이는 그 산봉우리들의 최고봉인 성인봉.
그 성인봉은 이름만큼이나 신비의 섬에 신비의 산이었다.
성인봉 하산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다시 울릉도 관광을 한다.
7080가수로 유명한 이장희씨가 거주하는 울릉천국.
악어바위.
삼선암.
언뜻보면 하나의 바위섬으로 보이지만 세개의 바위섬이 겹쳐있다고 한다.
원래 본 섬과 연결되어 있었으나 오랜세월 파도에 의해서 분리된 바위섬으로 각기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으로 불린다.
죽도.
예전에는 두가구의 주민이 살았다고 하는데 현재는 혼자서 더덕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죽도왕국인 셈이다.
그런데 언젠가 tv프로에서 본 바에 의하면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관음도 전망대.
관음도는 울릉도에서 3번째로 큰 섬이지만 무인도다.
역시 원래는 울릉도 본섬과 붙어있었으나 오랜세월이 지나면서 분리되었다고 한다.
울릉도를 3무 5다의 섬이라고 한다.
뱀이 없고 거지가 없고,도둑이 없는 섬 그리고 돌이 많고 물이 많고 향나무가 많고 바람이 많고 예쁜 여자가 많은 섬.
울릉도 어느곳을 가든지 가장 많이 표현하는 단어가 신비다.
신비하다는 말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섬.
다시 가고 싶은 섬 울릉도는 말 그대로 신비의 섬이었다.
*산행코스:나리분지 ㅡ투막집 ㅡ성인봉원시림 ㅡ고목나무능선 ㅡ성인봉 ㅡ팔각정 ㅡ구름다리 ㅡ안평전(보통걸음 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