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37화 홍천 가리산
100대명산 37번째 산행지는 홍천의 가리산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산 이름이 한자어의 뜻을 가진 이름인데 반해서 홍천의 가리산은 정상이 곡식이나 땔나무등을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 같다고 해서 순수한 우리말의 가리란 뜻을 가진 가리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가리산의 보편적인 산행 기점은 가리산자연휴양림이다.
그래서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휴양림 시설를 지나야 한다.
가리산 자연휴양림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온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잘 조성되어 있었다.
휴앙림을 지나 산길에 들어서자 세상이 온통 연둣빛이다.
덕분에 마치 연둣빛 폭탄이라도 떨어진듯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오월이 왜 계절의 여왕인지 이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고도 남을듯 했다.
이윽고 고도가 조금 더 높아지면서 연둣빛에 흠뻑 젖은 환상적인 산길을 연분홍 철쭉이 더욱 아름답게 치장해 주고 있었다.
1년중에 딱 1달쯤만 느낄 수 있는 오월 연두의 산길이다.
그 연두빛 여성적인 부드러운 산길은 걸어도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아마도 연두색 특유의 상큼함 때문, 아니면 연둣빛 잎사귀를 뚫고 내려오는 피톤치드 때문이 아닐까?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건 행운을 넘어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리산은 높이가 1000m급이라서 정상 부근엔 아직도 연분홍철쭉이 한창이다.
가리산은 1000m급이지만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고 거칠지 않으며 삭막하지 않은 부드러운 산세다.
그렇지만 정상의 조망 만큼은 그 어떤 산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내가 걸어온 능선이다.
저토록 아름다운 연두빛의 터널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우리네 인생길도 저리 아름다운 길만 있으면 안돼는 것일까?
하긴 그렇다면 삶이 너무 밋밋하겠지만.
누군가의 강의가 생각난다.
사람은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건강하고 삶의 의욕을 느낀단다.
맞는 말인것 같다.
너무 밋밋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무기력해지고.....
그래서 인간은 도전을 즐기는건지도 모른다.
어떤이의 아름다운 도전, 또 어떤이의 무모한 도전이 세상을 다이나믹하게 만드는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쉬엄쉬엄 사색하며 걷기 좋은 부드러운 능선길을 2시간 남짓 올랐다.
그 두시간 남짓의 수고스러움에 비하면 정상에서의 전망은 너무 과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광활한 초록의 파노라마.
가슴이 답답한 사람, 스트레스에 찌든 사람, 울적한 사람, 화난 사람,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 모두 여기로 오라.
여기는 초록의 용광로...
이런 멋진 산정에 사람들이 없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나만의 세상인듯 하여 왠지 모를 해방감을 맘껏 누려본다.
가리산 정상부는 1,2,3봉의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세개의 봉우리는 아랫부분과는 달리 거친 암봉이다.
그래서 옮겨 다니는 길이 제법 거칠어서 산행의 묘미를 정상부에서 느껴 본다.
멀리 소양호가 빼꼼히 보인다.
이렇게 산정에 올라서면 항상 깨닫게 되는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이라고 배운 초등학교 지식.
그러나 산정에서 보면 산이 70%도 넘는것 같다.
가리산은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과 화촌면, 그리고 춘천시 북산면,동면에 걸쳐있는 제법 큰 품을 가지고 힜다.
높이가 1,051m로 꽤 높은 산이지만 주변 산세가 부드러워서 지리산처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산중에 하나다.
토끼처럼 1,2,3봉을 오르락거리다보니 2,3봉과 1봉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꽃인 앵초 군락을 발견하고 사진에 담아 본다.
그렇게 얼마를 노닐다가 정상을 뒤로하고 하산을 한다.
하산은 홍천강의 발원지라고 알려져있는 석간수 약수터쪽으로 택했다.
오를때와 달리 하산길은 가파른 암봉길이지만 안전시설이 잘되어있어서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석산수 약수터쪽도 1,2,3봉의 암봉 지역만 내려오면 걷기 좋은 흙길이다.
덕분에 1시간 남짓이면 원점회귀를 할 수 있다.
하산 완료후 휴양림에서 올려다 본 가리산 정상부다.
여기서는 두개의 봉우리로 보이지만 실제는 3개의 봉우리다.
아무튼 가리산은 1000m급 산이지만 비교적 완만한 흙길로 이루어져 있기때문에 남녀노소 자기 체력에 맞게 천천히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었다.
*산행코스 : 가리산휴양림주차장-합수곡-가삽고개-정상(1,2,3봉)-남능선-무쇠말재 -합수곡-휴양림주차장 (쉬엄쉬엄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