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35화 축령산
산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5월이다.
뭐니뭐니 해도 산행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최고다.
오후의 다른 일정을 위해서 새벽에 일찍 다녀오리란 생각으로 새벽4시에 길을 나선다.
축령산엘 가기 위해서다.
파란하늘에 한가로이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흐르는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1시간남짓 달려서 도착한 축령산휴양림.
휴양림의 싱그러운 아침은 상쾌했다.
휴양림을 한 바퀴 돌고 싶었지만 오후 일정 때문에 산행을 일찍 끝내야 해서 그냥 등산을 시작한다.
7년만에 다시 찾은 축령산.
새벽 6시 축령산휴양림에서 시작된 산행은 곧바로 가파른 등산로로 이어졌다.
휴양림에서는 서리산과 축령산 두방향 모두 오를 수 있다.
오늘 산행은 축령산으로 올라 서리산으로 내려오는 종주를 할 예정이다.
휴양림에서 수리바위까지는 특별한 조망이나 볼거리가 없는 단순한 급경사길이다.
40여분만에 도착한 수리바위에 오르자 독수리 날개를 닮은 소나무 한 그루가 반갑게 맞아준다.
축령산엔 독수리가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독수리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고해서 수리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얼마 전까지 독수리 부부가 살았다고 하는 바위다.
뿐만아니라 독수리 바위에는 또다른 일화가 있다.
이성게가 왕이 되기 전 이곳으로 사냥을 나와 산신령께 제를 올리고 멧돼지 5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마치 독수리 날개 모양의 소나무.
독수리 날개처럼 수리바위에 두팔 벌리고 서있는 멋진 소나무다.
흙 한줌 없는 바위 틈새에 자리잡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본다.
수리바위를 지나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참 재미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이어졌다.
위험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바위타기와 간간히 나오는 조망, 그리고 바위길이지만 참나무계열의 활엽수 숲길이라서 연둣빛 길이기도 한 길이었다.
이제 막 피어난 연두색 이파리에 아침 햇살이 내려앉는다.
그 연두잎을 통과한 햇볕은 연두빛이다.
그 연둣빛은 모든 사물을 연두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청아한 아침 공기마져도 연두색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바위.
남이장군의 수련 바위라고도 불리는 남이바위에 도착했다.
남이장군은 세조의 총애를 받던 젊은 장군으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며 유명해진 전설같은 인물로 그에 관한 설화는 수도 없이 많다.
남이바위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조선시대 명장인 남이 장군이 한성의 동북쪽 요충지인 충령산에 올라 지형지물을 익힐때 이곳에서 심신을 수련하며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
남이바위의 깊게 파인 자국은 남이 장군이 휴식을 하기위해 앉아 있던 자리라고 하는 믿거마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남이바위에서 정상까지는 20여분 거리다.
듬성듬성 철쭉이 한창 피어있고 아기자기한 바윗길로 이루어진 능선길이라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첫 목적지인 축령산 정상이 눈앞에 있다.
아담한 정상을 연분홍 산철쭉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정상
정상에 올라서자 병꽃과 연분홍 철쭉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축령산 정상은 소박하지만 의외로 조망이 좋다.
보편적으로 흙산에 속한 편이라서 숲이 우거져 조망이 그리 좋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선입견이 빗나갔다.
사방이 확 트여서 운길산,천마산,운악산등 내노라하는 산들이 빙 돌아가면서 조망되었다.
저 산들을 모두 내가 올랐다니...
잠시 그 감회에 젖어 본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정상에는 사람이 없다.
정상에서 이렇게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것이 생소하기까지 했다.
축령산은 높이가 886m다.
고려말(1,390경)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왔다가 산세가 매우 웅장하고 신비스러워 반드시 산신령이 계실것 같아서 산신제를 올렸다고 한다.
그후부터 제사를 지냈다는 의미의 한자어 祝靈山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호젓한 정상을 뒤로 하고 두번째 목적지인 서리산으로 향한다.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걷기 좋은 능선길이다.
그래서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래킹을 하는 기분이다.
40여분만에 도착한 서리산 정상이다.
축령산과 능선길로 연결되어 있는 서리산의 높이는 축령산보다 조금 낮은 832m이다.
서리산 정상은 아주 평범하고 조망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100대 명산인 축령산보다 서리산이 더 인기가 있는건 정상부근의 산철쭉 군락지 때문이다.
정상에서 축령산 반대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다보면 본격적인 철쭉 군락지가 나온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큰 철쭉들이 때로는 꽃그늘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꽃 터널을 만들기도 했다.
철쭉동산 전망대.
그러나 서리산 철쭉의 백미는 철쭉동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반도 지형 철쭉꽃 군락지를 보는 것이다.
약간 시들기 시작을 해서 좀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한반도 모형이 선명하다.
개인적으로 발견한 한반도 지형 철쭉꽃이다.
서리산 정상에서 축령산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길은 대부분 철쭉터널로 이루어져 있다.
시기가 좀 늦어서 대부분 다 져버렸지만 그 남아있는 연분홍 철쭉만으로도 훌륭했다.
철쭉길이 끝나면서 임도 길로 이어지고 좀 지루한 임도길을 30여분 내려서면 하산 완료지점인 휴양림이 나왔다.
시간이 정확히 12시다.
계획한 일정에 정확히 맞춘 산행을 했다.
산행코스:제1주차장 ㅡ암벽약수ㅡ수리바위 ㅡ능선삼거리 ㅡ남이바위 ㅡ헬기장 ㅡ축령산 정상 ㅡ절고개 ㅡ억새밭 ㅡ헬기장 ㅡ서리산 정상ㅡ 철쭉동산 ㅡ서리산전망대 ㅡ화채봉삼거리 ㅡ임도 ㅡ제1주차장(천천히 아침식사,사진촬영포함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