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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전설이 가득 서린 천성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34화 천성산

by 그리고

자가운전으로 하루에 다녀올 수 없는 거리때문에 망설여왔던 산 천성산.

지율스님의 도룡뇽 지키기 단식으로 유명한 그 천성산을 간다.

그동안 망설여왔던것과는 달리 ktx를 이용하면 의외로 쉬웠다.

울산까지 2시간,내원사까지 택시로 20여분내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인접해 있는 영남알프스도 비슷한 시간대에 다녀 올 수 있다는것도 알게 된 산행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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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를 안내했던 산신이 사라진 자리에 세웠다는 산신각

산행 시작은 내원사 입구에서 했다.

그러나 기분이 썩 좋지 못한 출발.

택시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예상 택시비는 18,000

기사가 요구한 택시비는 25,000원

거기까지는 이해가 되었으나 다음이 문제였다.

그 문제는 하차지점이다.

내원사까지라고 했는데 내원사 입구에 내려주고 가버렸다.

나는 거기서 걸어가면 되는줄 알았다.

하지만 3.2km의 아스팔트길을 걸어가야했다.

필요없는 시간과 체력을 소비해버린 셈이다.

그 지역의 첫 인상인 택시.

택시 기사를 잘 만나면 그날이 기분좋고 그 지역이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느끼게 되는것이다.



내원사 계곡

아무튼 자의든 타의든 터덜터덜 내원사를 향해 걷는다.

그러나 비록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했지만 지나가는 차량의 매연만 아니면 걸을만 한 운치 있는 길이었다.

맑은 계곡과 나란히 하는 길 양옆 우거진 참나무 숲과 풍광이 발걸음을 지루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참나무가 온 산을 점령했을까?

내원사 계곡 양옆엔 온통 참나무 숲이다.

다른 수종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나무계열의 나무들이 평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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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

천명의 성인이 나왔다는 천성산이라는 이름 만큼이나 많은 유적과 볼거리를16개의 화살표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내원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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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걷기를 40여분.

그러고나서야 산행 기점인 내원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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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내원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대둔사를 지으면서 주위에 세운 89개의 암자 중 하나이다.

폐사되어 절터만 남아있었는데 최근 ‘내원사’라는 이름으로 절을 세워 비구니의 도량으로 유명하다.

주변에는 성불암, 금봉암, 안적암, 조계암 등의 암자가 있고, 현재의 내원사 경내에는 10여채의 건물이 들어서 옛 내원사의 법맥을 이어가고 있다.

ㅡ다음 문화유산에서 가져옴 ㅡ


내원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고 아담한 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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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앞에는 주차장이 아주 많이 있었다.

아마도 여름 피서철을 대비해서 많이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여기까지 차로 올 수 있었는데 그 망할 택시때문에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에 다시 기분이 상했다.

내원사부터는 본격적인 등산로이다.

30여분정도 비교적 수월한 흙길을 오르다보면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가장 힘든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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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에서 2시간정도 오르면 나오는 첫 조망지에서 본 조망이다.



고도가 정상부에 가까워지면서 키 큰 산철쭉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연분홍 산철쭉은 그냥 내려보는것도 아름답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올려다보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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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실상의 정상인 천성산 2봉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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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만에 올라선 사실상의 정상인 천성산 2봉인 비로봉이다.

원래는 원효산이라는 별도의 산이었던것을 건너편 천성산에 편입시키면서

천성산 2봉이 되었다고 한다.

1봉인 천성산은 군시설로 인해서 접근이 쉽지않다.



1봉 가는길에 뒤돌아본 2봉이다.

역시 정상으로서의 조건은 모두 갖춘 아름다운 산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던길을 다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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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봉에서 1봉 가는길은 거리는 멀지만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산철쭉 숲길과 천상의 화원을 걷는 낭만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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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으로 화려하게 물들어 있어야할 산등성이 하나가 온통 새까맣다.

산불이 났던 모양이다.

뉴스로만 접했던 산불의 피해 현장을 이 높은곳까지 와서 실제로 목격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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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에 갖힌 꽃.

철조망 너머에 정상(1봉)이 있다.

갈려면 갈 수도 있다는데 그냥 시도하지않고 바로 우회해서 화엄늪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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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은 원효의 전설로 유명산 산이다.

신라시대인 673년에 원효대사가 참선에 들어가 중국 대륙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당나라 태화사라는 절의 1천 대중이 장마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묻힐 위기에 놓였다.

대사는 그것을 보고 판자를 던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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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있던 1천 대중들이 공중에 떠 있는 이상한 판자를 보고 신기하게 여기며 법당 밖으로 나오는 찰라 뒷산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판자에는 '원효가 판자를 던져 대중을 구하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후 덕분에 목숨을 구한 1천명의 대중이 원효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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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천성산 부근에 당도했을 무렵 그때 산신이 마중나와 원효가 있던 지금의 내원사 부근에 이르러 사라져 버렸다.

이후 원효는 그 부근에 산신각을 짓고 산신을 기렸으며 지금의 내원사 부근에 89개의 암자를 지어 그 1천여명의 제자들을 머물게 하였다.



그리고 천성산 정상 부근에 큰 북을 달아놓고 북을 쳐 각 암자의 제자들을 불러 설볍을 열고 화엄경을 강론하였다고 한다.

이때 화엄경을 가르친 자리를 '화엄벌'이라 하고 북 친 곳을 '집북봉'이라 했단다.

뿐만아니라 중생들이 북소리를 듣고 산에 오를때 칡넝쿨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잦자 원효는 산신령을 불러 칡넝쿨을 없애게 해서 지금도 천성산에는 칡넝쿨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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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늪

출입금지 말뚝 너머가 화엄늪이다.

산정상에 늪이라니.....

신비스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또 원효대사께서 이곳에 중국에서 건너온 1000여명의 수도자들에게 설법을 했다고 하니 경외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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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에는 이러한 늪이 3개나 있다.

2봉의 밀밭늪,3봉의 무제치늪등이다.

그러나 세곳 모두 육지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밀밭늪 밑으로는 ktx고속철도 터널이 지나고 있다.

그래서 지율스님께서 도룡뇽을 지키기위한 단식을 했던곳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별다른 영향은 없는것으로 알려져 다행이다.



울긋불긋 꽃수를 놓은 화엄늪이다.

불타는듯 만발한 풍성한 꽃 풍경도 멋있겠지만 꽃 수를 놓은듯 듬성듬성 피어있는 철쭉꽃 무리들이 또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은수고개 부근의 철쭉군락지다.

정규등산로인 능선길에서 조금 내려가면 생각보다 너른 철쭉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화엄늪 왕복을 끝으로 정상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원효암을 지나 흑룡사 방향으로 한다.



원효암.

원효대사가 천성산에 세운89암자 가운데 한 곳이다.

원효암은 독특한 암벽아래에 지은 조그만 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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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명승들 중에 원효만큼 많은 사찰과 암자를 세운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사찰 건립 전문가이셨던 모양이다.

원효암은 흑룡사로 하산하는 정규 등산로에서 400m쯤의 거리에 있어서 별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흑룡폭포.

원효암에서 제법 가파른 흙길을 30분쯤 내려오면 사실상의 하산종점인 흑룡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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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사 대웅전

오후4시 40분에 하산완료.

화엄벌에서 흑룡사로 내려오는 길은 지루하고 힘든 코스였다.

열차시간은 5시32분

이동시간은 20여분.

40여분의 여유가 있으니까 택시만 타면 가능한 시간이었지만 택시를 부를 전화번호가 없었다.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 마침 주차장에 쉬는 택시 한대가 있어서 거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5분이면 온단다.

그런 우여곡절끝에 울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출발 10분전.......

참 많이 걸었던 산행이었다.



천성산 이름의 유래는 원효대사의 제자 1000명이 성인(聖人)이 되었다고 해서 천성산이라 했다고 한다.

현재의 천성산은 옛 원효산을 흡수해서 제2봉으로 하고 천성산(920.7m)을 제1봉으로 하여 거대한 천성산이 되었단다.

원효의 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원효대사와 연관된 전설과 실화,그리고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과 암자가 즐비한 천성산.

산행과 별도로 사찰과 암자를 다 둘러보는 계획을 세워보는것도 의미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산행기를 마무리 한다.



*산행코스:내원사입구 주차장 ㅡ내원사 ㅡ제2봉 ㅡ은수고개 ㅡ천성산 1봉(우회)ㅡ화엄늪 왕복 ㅡ원효암 ㅡ흑룡사(보통 휴식포함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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