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7화 황석산
지난주 장안산에 이어서 거창 함양지역 100대명산을 찾아 나섰다.
오늘은 황석산.
집에서 270km.
네비 예정시간2시간50분.
자가운전으로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지만 요즘 차가 막히지 않아서 다녀올만 한 곳이다.
실제는 갈때 2시간 반,올때는 3시간10분 걸렸다.
황석산은 주변의 다른 산들보다 높이는 약간 낮다.
마주보고 있는 기백산이 1,331m 북동쪽의 월봉산이 1,279m,계관산이 1,252m.
그에 비해서 황석산은 1,190m로 100여m가 낮다.
산행입구.
산행을 유동마을에서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워서 갔으나 두번 왕복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매점 아주머니께 물어서 찾았다.
표지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또 지나칠뻔 했다.
유동마을 어귀에 연촌마을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길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아스팔트길을 200여m쯤 걸어가면 조그만 동네가 나오고 드디어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결국 들머리 찾느라고 30분 넘게 소비를 해버렸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확신이 서질 않았는데 산악회 리본을 보니까 비로소 제대로 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항상 눈꼴 사납던 산악회 리본도 가끔은 이렇게 반갑기도 하다.
연촌마을은 대여섯 가구쯤 되어보이는 마을인데 참 아담해 보였다.
그 연촌마을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길이 영 100대 명산의 초입 분위기가 아니다.
산님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능선길에 오를때까지는 길이 형편없다.
산객도 2시간동안 달랑 세사람만 만났다.
그래도 능선길에만 올라서면 확트인 조망과 아기자기한 암봉길이 참 좋다,
여름철 특유의 희뿌연 대기가 조망을 방해 해서 사진찍기엔 최악이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산행시작 2시간 반.
드디어 멀리 가야할 정상이 보인다.
아직도 1km쯤 가야하지만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주어서 기분은 상쾌했다.
거기에다 능선길이 좋아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거리다.
그 1km쯤의 거리가 오늘 황석산 산행에서 가장 좋은 길이었다는건 산행이 끝난 뒤에서야 알았다.
정상부와 산아래 풍경을 동시에 보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뿐만 아니라 등산로도 별 기복이 없이 순탄했다.
드디어 정상부가 가까워졌다.
남릉 앞.
이제부터는 암봉타기를 해야하는 구간이다.
3시간여동안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두분이다.
3시간만에 도착한 황석산성이다.
황석산성은 고려시대의 석축산성으로 자연 암벽을 활용한 고성이다.
요근래에 복원을 했는지 아직 돌색깔이 깨끗하다.
황석산성에 얽힌 이야기다.
'정유재란때 왜군에게 마지막까지 항거하던 이들이 성이 함락되고 죽임을 당했다.
그러자 전쟁을 돕던 부녀자들은 천길 절벽에서 몸을 날려 떨어져 죽었다.
그 벼랑은 아직도 핏빗으로 물들어있어 피바위라고 부른단다.'
그래서 함양의 안의지역 사람들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유적이기도 하다.
걸어온 능선이다.
오르는 길과 능선길의 차이가 천양지차다.
유동마을에서 능선까지는 볼거리 하나없는 삭막하고 힘든 길이었다.
그러나 능선에만 올라서면 길도 좋고 전망도 너무 좋은 반전이 있다.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고진감래형 산이다.
함양군 안의면 소재지 전경이다.
겹겹의 산들에 에워싸인 전형적인 산골마을 풍경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남봉 정상이다.
지금부터 위험한 암벽타기가 시작되는 구간이지만 안전하게 우회하는 길도 있다.
드디어 정상 앞에 섰다.
마치 마테호른이라도 되는듯 우뚝 선 암봉이 일품이다.
정상의 바위군이 황색을 띈다고해서 황석산이라 불리는 황석산은 전형적인 하토상석(下土上岩)인 산이다.
아랫부분이 부드러운 흙산인데 반해서 윗쪽은 까칠한 바위산이다.
정상으로 가는 성문이다.
아슬아슬한 정상에 섰다.
황석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무더기를 이루는 형상이다.
보조시설이 없다면 일반인은 오르기 쉽지않을 정도로 거친 암봉이다.
다행이 안전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석도 세울곳이 없어서 아예 바위에 붙여놓았다.
사람이 많은 산이라면 아수라장이 될 듯한 뾰족한 정상이다.
수도권에서의 거리와 잘 알려지지않은 유명세 때문에 산객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마침 한분이 있어서 나도 그옆에 엉거주춤 걸터앉아 인증샷 한장을 부탁했다.
거망산쪽으로 가야할 길이다.
그런데 암봉길이 워낙 위험해서 다시 내려와 우회를 했다.
정상에서 거북바위쪽으로 진행하는 하산길은 천연 성곽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회해서 진행을 한다.
그래도 우회길도 까칠하고 위험했다.
황석산성은 물론 복원을 했겠지만 우리가 사극에서 보거나 상상하고 있는 성곽다운 성곽이다.
천혜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성곽.
그런데 정유왜란때 천혜의 이 성곽이 함락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산길에 거북바위에서 본 정상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산세.
영락없는 마테호른을 닮았다.
아니 나무만 없다면 마치 설악산 귀때기청봉과 꼭 빼닮았다.
아무튼 여기서 보니까 우회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북바위다.
가까이서 보면 거북을 닮은것 같지 않은데 멀리서 보면 닮은것 같기도 한 바위다.
거북바위 중간에 구멍이 나 있어서 거기를 통과해야한다.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암릉길이 좋다 싶었는데 조금 더 나아가자 길이 다시 아주 험해졌다.
분명히 다른 길을 보지 못했는데 앞서간 산객들이 되돌아 오면서 길이 위험하고 없단다.
그래서 우왕좌왕하다가 되돌아 왔는데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다들 어디로 가버리고 안보인다.
왔던길 되돌아와서 우회길인듯한 길로 내려갔는데 마냥 내려만 간다.
아마도 반대쪽에 우회 등산로가 있는듯 했다.
하옇튼 다시 올라갈 수도 없고 길인듯 아닌듯한 가파른 하산길을 종착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내려가야 했다.
비록 길은 잃었지만 뒤돌아보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정상의 멋진 모습에 자꾸만 눈이 간다.
사실 황석산이라는 이름은 100대 명산을 하면서 처음 알게되었다.
그런데 그 알려지지 않은 명성에 비해서 황석산의 정상부 풍경은 훨씬 특이하고 멋이 있는 산이었다.
물론 산만 멋진게 아니었다.
약간 위험한듯 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암릉 오르내리는 재미가 압권인 산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루할 틈 없이 거친 암봉을 오르내리다 길인듯 아닌듯한 산길을 얼마나 내려섰을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계획했던 길이 아니라 영암사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3km정도의 하산길이 표지판도 어떤 시설물도 없다.
가파른 너덜지대라서 무릎에 무리도 가는 길이다.
드디어 사실상의 하산 종료지점인 영암사다.
정말 지루한 하산길이었다.
길이 이렇다는것을 알고는 다닐리가 없을듯 하다.
그래서 하산하는 2시간 반 동안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덕분에 참 호젓한 산행을 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내 차가 주차되어있는 유동마을과 가까운 거리라는 것이었다.
영암사는 사찰이라기 보다는 암자 수준의 대웅전 한칸에 조그만 요사채가 전부였다.
그래도 여기저기 어지럽게 불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첩첩산중에 어디에서가 신도들이 오기는 오는 모양이다.
이름없는 폭포.
영암사 바로 아래에 있는 계곡에는 식수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오염되지 않은 물이 흐른다.
거기에 폭포라 부르기도 그런 조그만 이름없는 폭포가 있다.
수량이 제법 많고 물떨어지는 소리가 보기보다 우렁찼다.
아마도 움푹 들어간 지형이라서 울림 때문인것 같다.
그 주변에 이끼가 잘 자라서 꽤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삼각대는 없지만 바위와 배낭을 이용해서 장노출 사진을 담아본다.
나름대로 만족스런 이끼사진이 되었다.
영암사에서 차있는 곳까지 이런 시멘트길을 1.5km쯤 걸었다.
길가의 막 피어난 망촛대꽃이 이쁘다.
간간히 나오는 사과 과수원길이 운치를 더해주는 산골 길이었다.
드디어 오후3시 20분에 유동마을에 도착했다.
원래의 계획은 유동마을에서 올라 정상과 거망산을 거쳐 용추사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길을 잘 못드는 바람에 일찍 하산하고 말았다.
아랫쪽은 육산이고 윗쪽은 바위산인 황석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있지 않아서 위험했지만 힘든 산행은 아니었다.
산 자체로만 평가를 한다면 100점 만점에 100점의 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이었다.
*산행코스:유동마을 ㅡ쉼터 ㅡ칼바위 ㅡ정상 ㅡ거북바위 ㅡ영암사 ㅡ유동마을(충분한 휴식 포함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