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름다운 물소리에 취하고 싶다면 명지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8화 명지산

by 그리고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명지산을 다시 찾았다.

딱 7년만이다.

나홀로 산행엔 항상 왕복 차량운전이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높은 산을 다녀 올땐 더욱 그렇다.

산이야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을 테니까 시간만 충분히 갖고 간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운전은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내와 함께하면 운전을 교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승천사 일주문(一柱門).

산행기점인 승천사 주차장에서 산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승천사 일주문이다.

일주문은 사찰 영역으로 들어가는 첫 문이다.

보통 네 개의 기둥을 두어 지붕의 하중을 지탱하는 일반 건축물에 비해 일주문은 두개의 기둥만으로 지붕을 지탱하며 서 있는 건축물이다.

일주문이란 명칭은 바로 이런 건축적인 특징에서 붙여지게 된 것이란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모습에 비추어 일심(一心)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고 한다.

즉 신성한 사찰에 들어서기 전에 흐트러진 속세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미륵불의 붉은 입술 말고는 꾸밈이 없는 수수함을 간직한 절 승천사다.

요즘 대부분 절마다 즐비하게 걸려있는 현수막도 없고 연등도 밖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비교적 자연 그대로 관리를 해오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절이 좋다.

세태에 물들지 않은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해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

일설에 의하면 신도가 한 명도 없다고도 하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불경소리는 울려퍼지는데 인기척은 없었다.

더군다나 절마당에 잡초가 무성한것을 보면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절인것만은 사실인것 같다.



승천사를 지나면 거의 평지 수준의 등산로가 명지계곡을 따라 계속된다.



무려 3km이상 계속되는 계곡길.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하는 초반의 계곡길은 힘들지 않는 산책로 수준이다.



그런 걷기좋은 길을 40분쯤 오르면 나오는 명지폭포다.

옛날 명주실 한 타래를 모두 풀어도 그 끝이 바닥에 닿지 않았을 정도로 폭포의 沼 깊이가 깊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명지폭포다.

초입에서 2.6km거리에 있다.



그런데 명지폭포는 가파른 수직계단을 20여m 내려가야 비로소 볼 수 있다.

꽤 많이 내려가는 수고를 해야하지만 놓치면 안되는 명소다.

명지폭포는 8m쯤의 수직폭포로 큼직한 소와 울창한 숲이 폭포로서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명지폭포에서 조금 더 오르면 1봉과 2봉으로 나눠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지난번에 1봉으로 바로 올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2봉으로 향한다.



물소리에 취하며 쉬엄쉬엄 걸은 길이 무려 3.3km.

사색하며 걷기 더없이 좋은 길이 끝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전혀 난이도가 달라진다.

여기서부터가 그야말로 고행의 시작이었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이 반가울 만큼 한적한 가파른 등산로.

컨디션이 좋지 않긴 했지만 오르고 또 올라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폭포를 지나서도 한동안은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한다.

명지계곡의 물소리는 비교적 높은 곳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물소리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늘거나 왜소하지도 않았다.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처럼 쏴~쏴~거리며 이어지는 소리는 은은하면서도 길고 깊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어지던 경쾌한 물소리도 이제 그쳤다.



계곡의 물소리가 끊기고 본격적인 경사로가 시작되었다.

익근리에서 2봉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길인듯 등산로가 뚜렷하지 않고 거기에다 경사까지 심해서 최악의 코스였다.



길인듯 길이 아닌듯한 등산로를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앞서가는 아내가 더 수월하게 오른다.

악전고투 끝에 9부능선쯤에 올라서자 다양한 모양의 괴목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낙타를 닮은 참나무.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살아냈을까?

나무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다.

아래로 굽었다가 다시 위로 뻗어 올라간 모습이 마치 낙타의 등 같기도하고 머리 같기도 했다.



말 그대로 숨이 턱까지 찰 무렵 최초의 조망점이 나왔다.

2봉 바로 옆 조망점이다.

1000m급 고산답게 산그리메의 조망이 일품이다.



드디어 2봉 정상이다.

무려 5시간만에 첫번째 목표지점인 2봉 정상에 도착했다.

명지 2봉은 1250m의 비교적 높은 봉우리다.

그러나 육산 특성상 숲이 우거지고 암봉이 없어서 높이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명지산 정상(1봉) 바로 아래 이정표다.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는 이정표.

어떤 여행 에세이에서 본 글귀가 생각났다.


"표지판은 내가 여행할 곳을 정확하게,게다가 친절히 표시해준다.
가끔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정표가 내 삶의 길을 가리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한다.그러면 좌절도,이별도, 실패도,그로 인한 아픔도 조금은 줄어들 텐데 말이다."

(ㅡ강미승 ㅡ여행,색에 물들다.)


2봉에서 1봉까지는 1.3km다.

능선길이지만 조망권이 없는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숲길이었다.

생각보다는 긴 거리였지만 등락은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산책하듯 쉬엄쉬엄 걷다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마지막 정상은 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높이는 1,267m다.

2봉과 달리 암봉이 솟아 있어서 조망권도 확보되어 있었다.

그래서 제법 정상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암봉위가 협소해서 몇사람이 들어서기도 쉽지 않았다.

이날은 다행이 산객이 많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여유있게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다.



명지산 이름의 유래는 산의 형세가 마치 주위 산들의 우두머리 같다고해서 맹주산(盟主山)으로 불리다가 명지산으로 바뀌었다는 설과 명지폭포가 있어서 명지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두가지 설이 있다.



인적 없는 정상에서 여유있는 산상의 만찬을 끝내고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다시 차가 있는 익근리로 바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다.



하산길도 6.3km나 된다.

거리도 거리지만 특별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어서 생각보다 지루했다.

사실 명지산은 야생화로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봄 산행에 알맞는 산이다.



7년전 봄 산행에서 담은 야생화들이다.



그중에 산 아랫부근에서는 금낭화가 많이 자생하고 정상부에서는 얼레지가 많이 자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일본 등지의 고지대에서만 자생한다는 신비한 꽃 얼레지가 많이 자생한다.

꽃말이 바람난 여인,질투라는 얼레지.

자꾸 이미자의 엘레지의 여왕이 생각나서 외래어같은 생각이 들지만 얼레지는 순수한 우리말이란다.

잎이나 꽃잎에 피부병의 일종인 얼레지같은 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계곡과 숲으로 대변되는 명지산은 육산이면서도 산행이 까다로운 산이다.

거의 3km지점까지는 평지에 가까운 아주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트레킹하듯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3km쯤의 정상부근은 아주 급경사다.

거기에다 등산로도 열악해서 더욱 힘이들고 볼거리도 많지 않아서 쉬엄쉬엄 가기에도 마땅치 않았다.

명지산은 산 전체가 대부분 활엽수 숲이다.

단풍나무와 참나무등이 많아서 가을에 찾는다면 단풍이 장관을 이룬 멋진 풍광을 감상 할 수 있을 것 같다.



*산행코스:익근리 주차장 ㅡ승천사 ㅡ명지폭포 ㅡ2봉 ㅡ1봉 (정상)ㅡ명지폭포 ㅡ승천사 ㅡ주차장(왕복 13k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