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상보다 암릉이 더 매력적인 산
희양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50화 희양산

by 그리고

희양산을 가기 위해 새벽 길을 나섰다.

이제 제법 익숙한 길이다.

단양과 문경일원에 산재해 있는 100대명산은 무려 10곳이나 된다.

그중에 5곳은 이미 다녀왔고 나머지 다섯곳을 진행중이다.

예전에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당일 산행이 버거웠던 지역이다.

그러나 요즘은 고속도로가 아주 잘 뚫려있어서 2시간내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그래서 당일코스로도 여유있게 다녀올 수 있는 지역이다.



IMG_2857.jpg
IMG_2865.jpg

그렇게 익숙한 길을 달려 아침 8시에 도착한 곳은 400여년된 노송들이 반겨주는 은티마을이다.

마을 어귀의 소나무가 이정도 나이면 마을은 또 얼마나 오래된 마을일까?...

산을 다니면서 느낀것 중에 하나가 산속 깊숙히 있는 마을들이 모두 아주 오래된 마을이라는 것이다.



IMG_2906.jpg
IMG_2920.jpg

의외로 요즘 번창한 평지 마을보다 산중 마을이 역사가 깊다.

농작물 재배가 쉽지 않았던 고대에는 산속에서 수렵을 비롯한 먹을거리 확보가 더 쉬웠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IMG_2924.jpg

은티마을은 조선 초기에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오래된 마을답게 마을 곳곳에는 장승과 노송 군락지를 비롯해 오래된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IMG_2931.jpg

등산로 입구를 알 수 없어서 마을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그런데 마을 입구 주차장 말고는 마을중간에는 주차를 할 수 없게 해놨다.

그래서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와 3천원의 주차료를 내고 마을을 가로질러 산행을 시작했다.

그 거리가 무려 800m로 한여름 뙤약볕에는 만만치 않았다.



마을을 지나고도 사과 과수원을 지나서야 등산로 초입이 나왔다.

그런데 그곳에 7,8대정도의 승용차 주차공간이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주차비도 아끼고 시간도 왕복 30분이상 절약되고 특히나 뙤약볕에 노출되지 않아도 될텐데...



IMG_2938.jpg
IMG_2939.jpg

아쉬움을 뒤로하고 잘 닦여있는 넓은 길을 따라올라가면 중간중간 쉴수 있는 의자와 정자가 있는 길이 500여m 이어진다.

여기서 곧바로 가면 지름티재, 좌측 샛길로 가면 성곽길이 나오는 삼거리다.



IMG_2944.jpg
IMG_2937.jpg

아랫쪽 등산로는 이런식의 평탄하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이다.

그리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가파른 흙길과 군데군데 로프가 설치되어있는 암벽길이다.

100대명산 등산로 중에서는 딱히 좋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보통의 길이다.



IMG_2950.jpg
IMG_2951.jpg

희양산의 숲은 소나무와 참나무 떡깔나무 그리고 단풍나무등이 골고루 분포되어있는 이상적인 숲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바르게 자란 나무가 많은 아름답고 바른 숲이었다.



그 아름다운 숲길과 가파른 흙길이 끝나갈 무렵.

거대한 돌무덤인 고인돌 같은 바위 무더기가 나왔다.



일명 미로바위다.

위에 지붕격인 넓은 바위가 얻혀있고 기둥격인 바위 5,6쪽이 받치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가 마치 미로처럼 뚫려있다.

자연의 바위 집인 셈이다.



이제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이 늘어선 능선 옆으로 나있는 흙길을 따라 걷는다.



IMG_2970.jpg
IMG_2972.jpg

나무가 안간힘을 다해서 바위를 받치고 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나무는 세월의 흔적이다.

어느 가지 하나,어느 뿌리 한줄기,어느 상처, 어느 껍질 하나도 하루이틀,일이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세월의 흔적이다.

그 흔적이 모여서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산이 되는것이다.



가장 아찔한 구간이다.

로프를 붙잡고 직벽을 올라야하는 난코스다.

여기만 올라서면 확트인 능선길이다.



드디어 올라선 능선길.

지금까지와는 전혀 딴판인 멋진 조망이 펼쳐졌다.



IMG_3019.jpg
IMG_3029.jpg

정상 가기전 암봉에서 본 조망이다.

이곳이 정상보다 더 좋은 조망점이다.



IMG_3059.jpg

이 길로 다시 하산하지 않을 거라면 이 조망바위에서 충분히 조망을 즐겨야 후회 하지 않는다.

암반으로 되어있어서 휴식을 취하기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바위다.



IMG_3070.jpg

더군다나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적의 휴식터였다.



IMG_3082.jpg
IMG_3086.jpg

하늘 풍경까지 좋은 날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서야 자리를 떴다.

아무튼 희양산의 정상은 아니지만 희양산의 대표적인 조망과 휴식 명소다.



IMG_3107.jpg

조금은 초라한 정상.

희양산의 정상은 의외로 초라했다.

이럴때 우리는 도전의 허무함을 느낀다.

인생도 마찮가지다.

뭔가 이루고 나면, 정상에 올라서고 나면 드는 감정이 그렇다.

잠깐의 성취감이나 기쁨 뒤에는 의례 허탈하고 허무한 감정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르는 과정, 이루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IMG_3105.jpg
IMG_3139.jpg

희양산은 999m로 1m가 부족해서 1000m클럽에 들지 못한 산이다.



아무튼 조금 실망한 정상이지만 정상 뒤켠으로 돌아가면 바위 절벽이 나오고 제한적이지만 조망을 즐길수 있다.



희(曦햇빛희) 양(陽볕양)산(山뫼산)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유래가 없다고 한다.

좀 특이한건 희양산 자락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특별수도원 봉암사가 있고 산의 대부분이 이 사찰 소유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적인측면에서 '희양산파'라는 한 파가 있기때문이 아닐까하는 추측만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인생샷 남기기에 좋은 풍경이라지만 참 위험한 인증샷 놀이를 하고 있다.



IMG_3143.jpg
IMG_3173.jpg

희양산성이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신라시대에 축조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제법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산성 너머는 사찰 땅이라고 한다.

희양산은 참 희한한 산이다.

반쪽을 사찰땅이라고 해서 막아놓았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정상인데 막혀있는데다 정상 이정표도 없어서 그냥 왼쪽으로 진행했다가 산성고개에서 되돌아 와야 했다.

500여m를 헛걸음 한거다.



IMG_3176.jpg
IMG_3177.jpg

사찰땅이라고 해서 굳이 통제를 해야 할까?

누가 산을 통째로 들쳐메고 갈수도 없을텐데 말이다.

더군다나 땅이든 뭐든지간에 사찰 소유의 재산이란것이 어느 스님이 땅을 파서 일군것도 아닐테다.

그렇다고 사우디나 중동이나 어디에 가서 노동의 댓가로 벌어와서 구입한것도 아닐테고.

본질은 수많은 세월동안 수많은 신도들의 시주로 이루어진 재산이 아닌가 말이다.

최소한 정상은 정상적으로 개방해주는것이 공익적인 종교의 취지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IMG_3183.jpg
IMG_3184.jpg

하산은 올라 온 길의 반대쪽인 성곽길로 한다.

성곽길은 좀 가파르긴 하지만 심심찮게 나오는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을 구경하며 내려오다보면 계곡길이 나오고 계곡과 함께하는 길을 물소리와 함께 걷다보면 어렵지 않게 은티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IMG_3191.jpg
IMG_3193.jpg

희양산은 정상부근이 아닌 산 아랫쪽에 이렇게 다양한 기암괴석이 많다.

그 기암괴석이 끝나고 물소리가 제법 커져갈 무렵 실질적인 산행은 끝난다.



IMG_3216.jpg
IMG_3244.jpg

그리고 다시 과수원길 마을길을 1km쯤 걸어야 한다.



IMG_3247.jpg
IMG_3251.jpg

7월의 뜨거운 햇살에 여름 과일들이 마구마구 익어 가고 있다.



IMG_3257.jpg
IMG_3259.jpg

다시 원점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름이지만 숲 그늘이 좋아서 그렇게 더위를 느낄 수 없었던 산행이었다.

정상 보다도 정상 가기 바로전 암봉에서의 장엄한 조망으로 대변되는 희양산.

큰 특색은 없지만 그 조망 하나만으로도 100대명산으로서의 충분한 조건이 되는 산이었다.



*산행코스,:은티마을(3km)→지름티재(1.6km)→정상(1.4km)→희양산성(3km)→은티마을 (총약 9km ,사진촬영,휴식포함5시간30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