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즐기는 알프스ㅡ 가지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52화 가지산

by 그리고

드디어 영남 알프스의 중심 가지산을 오른다.

100대명산을 찾기 시작한지 6년만에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가지산과 운문산의 연계산행에 나선 것이다.

1200m급 두개의 고봉을 오르는 14km 대장정인 셈이다.

거기에다 집에서 산행지까지 가는 일도 만만치 않는 장거리다.

다행히 차비는 비싸지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가능한 계획이다.

(집에서 광명ㅡ승용차

광명역에서 울산ㅡ ktx

울산역에서 석남터널 ㅡ택시)

광명역에서 6시에 출발한 무소음의 고속열차는 쌔애앵~ 바람소리만을 남기며 순식간에 시내를 빠져 나간다.

이제 그동안 기찻소리의 대명사처럼 사용했던 '칙칙폭폭'은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굳이 사용한다면 덜커덩 덜커덩이 맞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세상이 발전 할수록 정서적으로는 삭막해지는 것이다.

창밖으로는 연신 흐린날의 새벽 풍경이 눈 깜작 할 사이에 지나간다.

새벽 풍경은 흐린날이나 안개낀 풍경이 훨씬 운치있다.

줄곧 그런 풍경을 뒤로 밀쳐내던 기차는 울산역에 8시 10분에 도착했다.



가지산의 산행 기점인 석남터널이다.

울산에서의 택시 이용에 대한 나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번 천성산 갈때는 택시가 충분히 내원사까지 갈 수 있는데도 입구에 내려줘서 2km이상의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하는 헛수고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 뚫린 석남터널로 갔다가 돌아오는 바람에 시간과 택시비를 낭비하는 기분 나쁜 추억을 또 만들었다.



나는 석남터널이 구길터널과 새길터널, 두군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지역 택시 기사가 모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몰랐다니까 믿는 수밖에 없지만 지난번 사건과 겹쳐서 좀 찜찜한건 어쩔 수 없다.

2만원이 채 안나오는 거리를 돌고 돌아서 3만3천원이 나왔다.

뭐 미안하다고 2만5천원만 달라고 해서 그냥 기분좋게 주고 내리긴 했다.



석남터널에서 10분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첫번째 조망점이다.

어제까지도 비 예보가 없었는데 산행 시작 부터 비가 내린다.

다행히 상시적으로 비에 대비는 하고 다니기에 별 지장은 없지만 좀 거추장 스러운건 어쩔 수 없다.

일단 비옷을 입을 정도의 비는 아니어서 그냥 맞으면서 오른다.



석남터널 기점에서의 산행은 산행 시작과 동시에 바로 급경사다.

이럴때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 컨디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여름날 우중산행의 시작은 시원해서 좋았다.



아주 빡쎄계 300여m를 오르면 나오는 능동산 삼거리다.

왼쪽으로 가면 능동산, 오른쪽으로 가면 가지산이다.

석남터널에서 가지산 정상까지는 3km다.

산행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계단을 15분쯤 오르면 능선에 닿을 수 있고 능선에 올라서면 비교적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능동산 삼거리에서 걷기좋은 1.5km정도의 능선길을 걸다보면 나오는 석남령이다.

석남령은 석남터널을 사이에 두고 울산쪽과 밀양쪽으로 나뉘는 고개다.



이윽고 2번째 조망점에 도착했다.

석남사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점이다.



오늘도 도시락 두개를 싸 왔다.

그중 하나를 여기 전망 좋은 곳에 호젓히 앉아서 아침을 먹는다.

다행히 가늘게 내리는 비는 밥먹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요즘은 주로 도시락을 두개 싼다.

하나는 아침,하나는 점심이다.

입맛 없이 집이나 휴게소에서 먹는 것보다 산행을 조금 하다가 휴식 겸해서 먹으면 꿀 맛이 따로 없다.



아침 겸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간다.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 덕분에 삼복더위의 산행이라기보다는 초여름쯤의 산행 기분이다.

40분쯤의 거리에 있는 매점까지는 이런 능선길로 이루어져 있다.

철쭉을 비롯한 잡목 숲이 울창해서 맑은 날에도 햇볕 걱정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여기에 왠 매점이 있을까?

하옇튼 누군가에게는 요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아니다.

장거리 산행이라 모든것을 충분히 준비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다시 된 비알길이다.

계단만 해도 1000계단은 훨씬 넘을듯 하다.



천연기념물 462호로 지정된 산철쭉이다.

길 양옆으로는 이런 산철쭉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 철쭉은 980여 평방미터에 219,000여그루가 자생하고 있단다.

아무튼 철쭉철에 오면 장관일듯 하다.



쌀바위쪽 조망이다.

오를수록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알프스 풍경같은 조망을 생각하고 왔는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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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속 쌀바위.

쌀바위는 옛날에 스님이 바위밑에서 기도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쌀이 한 알씩 바위중간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 양이 꼭 밥 한그릇 양이었단다.

그래서 욕심이 생긴 스님은 바위속에 많은 양의 쌀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구멍을 크게 내버렸다.

그러자 그 후로부터는 아예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쌀바위 란다.

아마도 욕심을 버리라는 교훈의 전설이 아닌가 싶다.



중봉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 1시간 40여분 만이다.

운무때문에 오늘은 조망이 제한적이지만 맑은 날에는 조망 명소가 아닐까 생각되는 봉우리다.



이제 멀리 가야할 정상이 보인다.

숨은 턱에 차고 옷은 비에 젖었는지 땀에 젖었는지 하옇튼 흠뻑 젖었다.

사실 여름날의 산행에서는 비옷을 입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약간의 이슬비는 오히려 청량제다.

걸으며 사색하며 즐기기에 딱 좋다.

어차피 비오는 날 비옷을 입어도 옷은 땀에 젖든 비에 젖든 젖는건 마찮가지다.

그래서 왠만하면 차라리 비옷을 입지 않는다.

많이 오면 체온의 문제도 있고 흘러내리는 빗물의 문제도 있어서 입어야 하겠지만.



걸어온 중봉과 능선길이다.

산행은 언제나 뒤돌아 보면 뿌듯하다.

"저 길을 내가 걸어 왔다는 말이지?"

하는 자부심 어린 자문을 하면서.

반대로 가야할 길을 보면서는 까마득하다는 생각에 때론 한숨 짓기도 한다.

특히 예전에 많이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道가 통했는지 오히려 의욕이 솟는다.

저기에 오르면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기분일까?

이런 저런 궁금증과 함께.



이제 정상이 가까워졌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비교적 완만했던 등산로가 다시 가파른 암벽길로 바뀌었다.



정상을 향한 마지막 열정을 쏟는다.

말로만 듣던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이 눈앞에 있다.



그런데 정상에 서는 기쁨보다 가늘게 내리던 비가 개인다는게 더 기쁜 순간이다.



덕분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멋지게 펼쳐지는 풍경 속의 정상에 내가 섰다.

산행시작 2시간 30분 만이다.

높은 고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1,241m의 높이에 비해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오른 것이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치고 운무까지 걷혀서 환상적인 알프스풍의 풍경이 펼쳐졌다.



가지산 정상은 영남 알프스 산군 중에서도 가장 높다.

거기에다 정상은 비교적 완만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방이 막힘없이 조망되었다.



아!

알프스!!!

영남 알프스는 영남 동부지역 태백산맥 남쪽 끝 해발 1000m급이상의 산악군으로 가지산 1,241m, 운문산 1,188m, 천황산(재약산) 1,189m, 신불산 1,159m, 영축산(취서산) 1,081m,고헌산 1,034m, 간월산1,069m등을 이르는 말이다.



경북 경주와 청도군,울산광역시,경남 밀양과 양산등 5개 시군에 걸쳐있으며 원래 산악인들 사이에 유럽 알프스 산맥에 빗대어 부르던 말이 이제는 공통어가 되어버렸다.

그중에 가지산,운문산, 신불산,재약산등 4곳이 100대명산에 포함되어 있다.

그 4곳 중에 가지산과 운문산 두곳을 오늘 연계산행 한다.



가히 알프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나는 참 운이 좋다.

오늘 날씨가 그냥 맑기만 했다면 밋밋했을 수도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내리던 비가 갑자기 그치고 두둥실 떠가는 구름 풍경을 연출해 준것이다.


때문에 정말 이국적인 알프스풍의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정말 가슴 벅찬 풍경이다.



가지산은 원래 석남산이라 부르던것을 석남사가 중건되면서 가지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화산의 분화구 지대라 해서 천화산(天火山),실혜촌이 있었다해서 실혜산(實惠山),돌이 어지럽게 많다하여 석면산(石眠山),또다른 유래는 원래 까치산이라 부르던것을 한자어로 작갑산(鵲岬山)으로 불렀으나 다시 이두어로 바뀌면서 가지산(加智山)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알프스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풍경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다.



멀리 가야할 운문산이 구름에 휩싸여 있다.

예전 같으면 아득한 거리를 생각하며 한 숨 부터 나올텐데 지금은 덤덤하고 오히려 의욕까지 솟는다.

오히려 갈 길이 멀어서 두고가기 싫은 황홀한 풍경을 뒤로 한다는게 더 아쉬웠다.



아무튼 아쉽지만 갈 길이 멀어서 더이상 지체 할 수가 없다.



가지산 정상에서 다음 연계 산행지인 운문산 정상까지는 5.4km다.

이정표에는 2시간 30분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우리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거리다.



더군다나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는 더욱 그렇다.

12시에 출발 했으니까 2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긴데 사진 찍고 볼건 다 보고 가는 내게는 어림없는 시간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속도를 낸다.

거의 경보 수준으로.



가는 길에 뒤돌아 본 가지산 정상이다.



그리고 가야 할 운문산이다.

운문산(雲門山).

구름에 휩싸인 모습이 그 이름과 정확히 어울리는 모습이다.



걸음을 제촉하며 나아가지만 자꾸 발목을 잡는 것은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가지산 정상에서 운문산의 경계인 아랫재까지는 풍광도 좋고 걷기도 좋은 능선길이다.

그래서 속도를 내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의 달리다시피한 속보로 진행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 앞에선 어쩔 수 없이 또 걸음을 멈춘다.



더욱 멀어진 가지산 정상.



그리고 더욱 가까워지는 운문산.



촉촉히 젖은 능선길은 가히 실크로드 같았다.

비단을 싣어나르는 비단길이 아니라 비단처럼 걷기 좋아서 비단길이다.

다래넝쿨인지 잘 모르겠는데 넝쿨들이 온통 길을 덟어 버렸다.

넝쿨들을 헤치고 지날때마다 흔들리는 꽃에선 단내가 났다.

그런 길 2km쯤을 40분만에 주파했다.



그렇게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듯 오르는 사람도 내려가는 사람도 없다.

1시간 정도의 하산하는 동안 아무도 만나질 못했다.

하산이 끝나갈 무렵 늦은 점심을 먹는다.

단촐한듯 푸짐한 점심과 일용할 간식이다.

오늘은 종주산행이라 비교적 완벽하게 준비를 해 왔다.



아랫재.

가지산과 운문산의 경계점인 재다.

거리는 멀지만 완만한 능선길과 내리막이라서 최대한 시간 단축을 할 목적으로 아주 빠른 걸음으로 오다보니 일정부분 체력이 소진 되어버렸다.

그래도 가야한다.

올라가는 기차는 예약이 되어있고 아직도 갈길은 멀고.

여기서 부터 1.5km 다시 올라가면 운문산 정상이다.



*산행코스:석남터널(울산쪽)ㅡ능동산 삼거리 ㅡ석남령 ㅡ매점 ㅡ중봉 ㅡ정상 ㅡ매점ㅡ백운산 갈림길ㅡ아랫재 ㅡ운문산정상 ㅡ 상운암 ㅡ정구지바위 ㅡ석골사(약간 빠른걸음 7시간30분)



ㅡ운문산 편에서 계속됩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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