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소나무에 취하다 ㅡ도락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55화 도락산

by 그리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산이 있는가 하면 이름만 들어도 왠지 즐거워지는 산이 있다.

도락산이다.

우암 송시열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道길도)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樂즐거울락)이 뒤따라야 한다'라는 뜻에서 道樂山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는 산이다.

도락산은 월악산과 소백산 중간쯤에 있는 산으로 월악산국립공원에 편입되어있는 바위산이다.



도락산에 오르기 위해서 새벽 6시에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8시에 상선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해야 했는데 논스톱으로 오는 바람에 아침식사가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른시간이라 아침을 할만한 식당도 보이지 않았지만 혼자서 시켜먹는것도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아침은 먹고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가능하다고 해서 빨리 되는거로 달라고 했더니 청국장찌게백반이 나왔다.

밥냄새가 참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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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맡아보는 옛날 무쇠솥 밥냄새가 참 기분을 좋게 했다.

반찬도 맛있고 깔끔하고....식대도 6천원밖에 아니란다.

그래서 그냥 미안하고 고맙고 맛있고 그래서 만원을 드리고 나왔다.

식당주인 아저씨한테 어떤 코스로 가는게 좋으냐고 물었더니 제봉쪽으로 해서 채운봉쪽으로 내려오는것이 가장 좋은 코스란다.



8시40분 ,벌써 몇명씩 앞서 올라가는 산객들이 있다.

상선암이라는 아담한 암자를 지나 등산로에 들어서자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더운기운이 훅~하고 달려들었다.



이윽고 10여분도 채 오르기 전에 분재모양의 소나무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바위에 뿌리내린 대단한 소나무들이다.

이토록 소나무가 척박한 바위에서도 생존이 가능한것은 밤에 이슬을 먹기 때문이란다.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파른 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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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 척박한 환경을 얼마나 더 버텨낼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다양한 형태로 힘겨운 삶을 살아내는 분재형 소나무들을 보면서 나 역시 힘겨운 오르막을 오른다.

얼마나 올랐을까?

아니나 다를까 고사목이 나왔다.

역시 바위 틈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소나무다.

그래도 반듯하게 자란 나무다.

또한 나무의 크기를 보면 제법 오래 살았던 듯 하다.

그래선지 다른 고사목들과는 다르게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튼 고사목으로라도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바래보면서 가던 길을 간다.









분재형 소나무들과 눈맞춤 하며 가파른 바위로 된 등산로를 30여분 오르면 암릉능선길이 나온다.

그 능선길에 올라서면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첫번째 환상적인 명품 소나무가 있다.

바위틈에 버티고 서있어도 평지의 소나무보다 더 튼실한 예술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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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부러졌는지 몸통이 부러진 상태로도 저렇게 튼실하게 살아낸 생명력에 다시 한 번 감동을 한다.

아니 생명력에 대한 감동뿐아니라 예술적으로 살아낸 멋진 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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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피어있는 늦은 나리꽃을 지나고 첫번째 명품소나무에서 5분여만에 두번째 명품소나무가 나왔다.

쭉쭉 뻗은 붉은 가지가 인상적인 소나무다.

여기서 부터 제봉까지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수월한 능선형 등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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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봉은 이정표로서 밖에는 별 의미가 없는 봉우리다.

전망도 전혀 없고 볼것도 없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봉우리다.

더군다나 제봉 넘어서는 통제구역이기때문에 그냥 지나쳐도 무방한 봉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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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봉에서는 어느 산님들이 수박을 어떻게 메고 올라왔는지 수박에 맥주잔치가 벌어졌다.

맥주는 별로 생각이 없는데 수박은 정말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지만 어쩌랴!

침만 삼키고 신선봉을 향해서 다시 무더위와 힘겨루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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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을 향해서 가는 길.

소나무들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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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형봉 구간을 지난다.

형봉은 별로 이름이 없는 봉우리지만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만큼은 일품인 봉우리다.



뿐만아니라 신선봉에 오르기전에 쉬어가기 딱 좋은 형봉 정상은 조망도 좋다.

그리고 모처럼 기암괴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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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볼품은 없지만 도락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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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

신선봉은 마당바위로 이루어져있고 사방의 전망이 가장 좋은곳 이다.

한쪽 끝에는 우물이라고도 하는 웅덩이 하나가 있는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으며 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방 소나기가 쏟아져서 다시 채워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우물이란다.

이 더위에도 아직 물이 가득 있는걸 보니 신비의 우물이 맞긴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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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에서는 월악산과 소백산이 조망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시야가 좋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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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정상에 올라섰다.

964.4m인 도락산 정상은 신선봉에서 비교적 걷기좋은길로 20여분쯤 거리에 있다.

정상은 평범한 봉우리에 약간의 조망이 가능할 뿐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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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바로 아래에는 곧게 뻗은 명품 형제 소나무가 있다.

다른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예술형 소나무인데 반해서 이 형제 소나무는 도락산에서는 보기 쉽지 않을 만큼 곧고 튼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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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은 다시 왔던길로 신선봉까지 내려와서 올라왔던 길의 반대편인 채운봉,검봉을 지나 상선암으로 한다.

채운봉코스는 길이 조금 험하긴 하지만 도락산 산행의 최고 백미를 만끽 할 수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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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중에 뒤돌아 본 평범한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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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봉 코스는 아름다운 소나무는 두말할것도 없고 아름다운 암봉과 조망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날씨가 흐려서 조망은 제한적으로 밖에 즐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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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운봉(彩雲峰).

구름이 휘감겨있는 봉우리란 뜻일까?

아무튼 이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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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채운봉 능선을 지난다.

채운봉 능선은 까칠하면서도 이름처럼 가장 운치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더불어서 아기자기한 암봉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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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름 암봉타기는 고역이다.

고로해서 도락산은 여름 산행지로는 그리 좋은 산행지는 아닌것 같다.

봄이나 가을 산행지로 딱이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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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하게 살고 있는 소나무와 역시 튼실하게 살았을 소나무 고사목.

척박한 암봉 길에서도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듯 한 소나무들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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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소나무들.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쭉쭉 뻗은 늘씬한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비록 옆으로 기울어졌지만 역시 튼실하게 살아내는 소나무가 있다.

그런가 하면 나 보란듯이 바위를 쪼개고 자리잡은 소나무도 있다.



아무튼 도락산은 이름처럼 즐겁게 산행하기에 안성마춤인것 같다.

때로는 거칠게 또 때로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등산로.

평범한 풍경도, 그렇다고 너무 위압적인 풍경도 아닌 부담없이 보고 즐길 수 있을 만큼의 풍경.

도락산이란 산 이름과 산세가 정확히 일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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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이 끝나갈 무렵.

계속되는 멋진 소나무 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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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죄.

마지막 예술 소나무다.

그냥 평범했다면 저토록 짓밟히고 상처입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아무튼 죄라면 아름다운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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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바위와 큰 선바위.

깨달음의 즐거움이 있다는 산 도락산의 산행이 끝났다.

예술 소나무에 취해서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오히려 그 즐거움에 지루한 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즐길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산행코스: 상선암주차장 ㅡ상선암 ㅡ제봉 ㅡ도락산삼거리 ㅡ신선봉 ㅡ정상 ㅡ도락산삼거리 ㅡ채운봉 ㅡ작은 선바위 ㅡ큰 선바위 ㅡ주차장(아주 천천히 사진촬영.점심 포함 6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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