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밥이상의 그 무엇이다
나는 요리에 취미도 없고 재능도 없다. 그런 내게 퇴근 후 저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장보고 다듬고 씻고 끓이고 볶고...일하느랴 지친 몸도 볶인다.
너무 지치는 날은 가끔 사먹기도 하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고 사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왠만해서는 간단하게라도 집에서 해먹는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때는 점심,저녁을 학교에서 해결하고 오니 좀 나은데 방학때는 점심까지 해놓고 출근하느랴 힘들다.
1인가구가 늘어가고 맞벌이도 많아지다보니 외식이 늘어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성인 3명중 1명은 저녁식사도 외식을 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엥겔지수를 측정하는 식료품비중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4년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하니 길거리에 늘어나는 식당만큼이나 외식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내가 아는 몇몇집은 맞벌이 하느랴 삼시세끼를 모두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부엌은 있으나 가끔 끓이는 보리차나 커피잔 정도라나. 한두집 정도면 모르겠는데 여러집이 그러고 산다고 하니 이제는 외식문화가 얼마나 우리삶에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긴 마트만 가도 온갖 반찬 다팔고 국까지 파니 밥만 하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즉석밥을 사서 해결하면 부엌 쓸 일이 정말 없겠다 싶었다.
내가 어릴 때 해본 외식이라곤 자장면집이 다였다. 그것도 일년에 한두번 먹었을까. 맛난 음식을 실컷 먹는 날은 외식하는 날이 아니라 온갖 음식을 온식구가 북적거리며 하는 추석과 설명절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명절음식도 사먹고 있으니 이게 외식문화의 절정인가 싶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하느랴 바빠서, 시간없어서 외식으로 때운다지만 사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가 잘 먹기 위해서 아닌가. 트위터에 지리산에 사는 트친이 있는데 이분은 농사를 지으시는 젊은 농부이시다. 가끔씩 아침, 점심 식사 사진을 올리시는데 보는 것만으로 군침이 돈다. 본인도 농사를 짓지만 주위친구들이 모두 농사를 하니 시장에서 사오는 재료가 없다. 모두 밭에서 갓따온 호박, 오이, 유기농 쌀, 밭에서 나온 콩으로 만든 두부들이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고 정성스럽게 음식만들어 먹고, 정말 건강하게 잘먹기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어릴 때 방학이면 시골 할아버지네서 살았던 나는 끼니마다 밭에서 고추와 오이,호박을 따오셔서 요리하셨던 할머니의 집밥을 잊지 못한다. 시골은 저녁때면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그 밥냄새가 참 좋았다.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게 집밥으로 우리를 키우셨다. 밥은 밥이상의 그 무엇이다. 새벽부터 자녀들밥을 앉히며 건강하길 바라셨던 기도이며 등 두들겨주시며 격려하시는 사랑이셨다. 그 밥을 잊지못해 나도 집밥이 좋은가보다. 아이들이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배고프다" 라고 얘기하면 그건 딱히 뭐가 먹고싶어서라기 보다 엄마의 집밥과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라는 표시라고 누군가 얘기하더라. 그래서 집밥은 밥이상의 그 무엇인 것이다.
그래서 일하는 워킹맘이지만 되도록 집밥을 하려고 노력한다. 맛은 부족해도 엄마의 사랑과 추억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릴적 내가 먹었던 따뜻한 밥이 내 삶의 힘이 되었던 것처럼. 그리고 나도 요리에 실력까지는 아니어도 취미라도 붙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