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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Nov 14. 2023

뜨둥 부탁해요.

X세대와 M세대 Z세대가 함께하는 회사생활 두둥~

부장님께서 뜨둥 부탁해요.라고 하신다.

뜨둥. 뚜둥? 뜨둥이 뭐지? 한참을 고민해도 도대체 모르겠다.

뜨둥! 뚜둥~ 뭔가 놀랄 일이 생겼을 때 표현하는 그 두둥~ 을 말하는 건가? 두둥~

알고 보니 뜨거운 둥굴레차를 달라는 말이셨다.

추운 날씨 뜨둥 한잔하시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정확한 멘트는 아닌 이런 느낌의 내용이다. 자주 들어도 막상 정확하게 글로 옮기려니 힘들다.)


아침 출근길 듣는 라디오에 이현우 님 목소리로 잠깐 나오는 음악앨범 소개 에피소드다.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게 된다. 젊은 친구들처럼 줄임말을 쓰고 싶었던 부장님 향한  공감 때문일까. 뜨둥~이라는 표현이 웃겼던 걸까.


점심시간. 단골 백반집으로 팀원들과 함께 식사하러 갔다.

막내 직원이 "팀장님 둥굴레차 드실래요?"라고 한다.

 "둥굴레차? ㅋㅋㅋ"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직원은 왜 웃냐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식당 한 편에는 '둥굴레차 셀프'라는 문구와 커다란 보온보냉물통이 보인다.



직원이 둥굴레차를 가져다준다.

- 고마워~

- 네....


나는 둥굴레차를 마시며 라디오에서 들은 뜨둥!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 나: 부장님이 뜨둥 부탁해요~라고 했대. 뜨둥이 뭔지 한참을 고민했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더라는 거야. 두둥~ 도 아니고 뜨둥이라니.

- 막내: 뜨둥? 뜨둥이 뭔데요? 뜨둥? 두둥?

- 나: 알고 보니 뜨거운 둥굴레차 달라는 말이었대.

- 막내: 으아... 뭐 혼자만의 줄임말인가요. 뭔가요. 정말 별다줄이네요. ㅋㅋㅋㅋㅋㅋ

- 나: 별다줄...?

- 막내: 별 걸 다 줄인다는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 뜨둥이라니... 너무 웃긴다. 이따가 K님에게 얘기해야지~


식당에 조금 늦게 도착한 직원 K에게 막내가 말한다.

- 막내: 뜨둥 드실래요?

- K: 네? 그게 뭔데요?

- 막내: 뭔지 맞춰보세요.

- K: 아.. 또 시작이야. 뜨둥? 뜨거운 .. 뭐 .. 그런 건가...

- 막내: 오오~~ 반은 맞추셨어요. 뜨거운 둥굴레차예요. 으하하하하하하

- K: 아... 진짜... 머리 아파. 그만 좀 줄여요!!!!

- 막내: 으하하하하하하하


우리 팀 막내는 MZ 중에서도 확실하게 Z세대인 27살이고, K는 M세대를 시작하는 40살이다. 그래서 가끔 저렇게 줄임말이나 신조어, 아니면 Z세대가 모르는 이야기로 투닥거리고 서로를 놀리며 장난을 친다.

우리는 알잘딱깔센 같은 말을 들먹이며 이러다가는 신조어 사전이라도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며 깔깔거렸다.


그러다 막내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제곧내> 뜻을 맞춰보란다.

"재곳네? 제곳내? 제곧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며 갸우뚱 거리는 나에게

<제곧내>는 '제목이 곧 내용'이라는 뜻이란다. 아... 몰라도 너무 모르겠다.

막내는 회사 업무 시스템 쪽지로 <제곧내>라는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건 <냉무> 라고 쓰는 거 아니야?"라는 나의 물음에  K가 "맞아요. 냉무잖아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막내는 "저는 냉무가 뭔지 몰라요~~"라고 한다.


냉무. 내용 없음이라는 뜻이다.  내용은 없고 제목만 있으니 굳이 열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메일 제목에 쓰던 문구였다. 요즘에는 냉무라는 말은 안 쓰는 모양이다. 하긴 최근에 냉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제곧내를 모르듯 막내가 냉무를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단지 세대 간 대화하기 힘들어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아주 작은 염려가 생길 뿐이다.

그래도 X세대와 M세대, Z세대가 함께 있는 우리 팀이 뜨둥으로 다같이 웃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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