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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Nov 18. 2023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남 얘기는 재밌지만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외부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 이었다. 차 안에는 부서장과 나, 직원 2명이 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 아무 말  없는 침묵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저 이런저런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퇴직한 한 선배 이야기가 나왔다. 부서장이 내게 그 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내신대?라고 물어봄과 동시에 직원 C가 대화에 잽싸게 끼어들며 말을 가로챈다.


C는 우리 부서에서 말 많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말이 많다.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청산유수다. 그리고 남의 말하기도 좋아한다.

C는 퇴직하신 선배를 아주 잘 아는 듯 말한다.

"같이 근무한 적 있는데, 그분은 항상 상대방을 취조하듯이 몰아세워서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어요. 그분은 출근하면 항상 사모님을 욕했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전부 싫어했잖아요. 아무튼 성격 진짜 이상했어요!"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는 그분은 그런 분이 아니었다. 조용했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조금은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그분 성격과 완전 다르게 말하는 A에게 부서장은 그분이 그런 성격이었냐고 놀랐고, A는 그분 가정사도 전부 아는 양 더 신나게 험담을 해댔다.


부서장과 다른 직원  반응에 신이 나 떠들어대는 C를 두고 보기 힘들었다. 나는 말을 끊었다.

"내가 아는 그분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그분과 같이  근무했지만 지금까지 그런 모습 본 적이 없다. 좀 이상하다."라고 했다.

C는 그분 성격이 이상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며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아는 척하기 좋아하고 말도 재밌게 하며 남 말하기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한 사람을 180도 다르게 표현하며 뒷담화하는걸 들으니 무서웠다. 어디 가서 내 얘기도 이런 식으로 본인 기분대로 얘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같은 시기에 그 선배, 그리고 C와 같이 근무했던 직원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 당시에 그 선배는 어떤 분이셨어요?

- 특별한 거 없었어요. 그냥 조용하신 분이셨어요.

- 그랬구나. 조용하셨을 거예요. 나랑 근무할 때도 그러셨거든요.

- 네. 그때도 조용하고 평범하셨어요.


C는 왜 그랬을까?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 선배가 본인에게만 불친절했었나?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아무리 상대적이라고 하더라도 달라도 너무  다르게 표현했다.


C가 말도 잘하고 재밌는 사람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거리를 좀 둬야겠다 생각했다. 그 앞에서는 내 개인사를 최대한 하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당사자  없는 자리에서 남얘기를 가십으로 떠들지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자신이 없다. 아니, 나도 남  말을 별생각 없이 쉽게 했다. C를 탓할 만큼 내가 떳떳하지 않았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은 타인에 대한 좋은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사생활, 험담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과거 집단생활에서 위급하고 나쁜 소식에 빨리 반응할수록 오래 살아남아 종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십을 좋아하는 건 본능에 가깝다고 한다.


최근 연예인들의 일탈과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유명인 이야기로 온  나라가 한참 떠들썩했다. 이런 소식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도 재밌어했다. 어쩌면 가벼운 대화거리로 한동안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가십이 인간 본능이라 치부하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하다.


그래도 말은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고 하지 않던가. 험담은 언젠가 내게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 남 이야기 할 땐 늘 조심하자. 순간 즐거움으로 쉽게 뱉은 말이 자신에게 독이 되어 되돌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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